코스피 지수가 8000을 넘어서는 등 고공행진을 하며 500조원을 돌파한 ETF(상장지수펀드) 시장도 코스피 지수 ETF와 반도체 테마 ETF가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 미국 주식형 ETF가 인기였지만 국내 증시가 독보적인 상승세를 보이면서 ETF 개미(개인투자자)들의 자금 대이동이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국내 증시가 긍정적인 흐름을 보일 것으로 내다보면서도 분산 투자를 통해 리스크에 대비하라고 조언했다.
28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27일 기준 국내 ETF 가운데 순자산 1위 종목은 KODEX 200으로 28조4381억원에 달한다. 올 들어 순자산이 16조7413억원(143%) 늘어나며 TIGER 미국S&P500을 제쳤다. TIGER 미국S&P500은 6조7459억원(58%) 증가해 뒤를 이었다. 지난해 말 2조8300억원 수준이었던 TIGER 반도체TOP10은 순자산이 4.3배로 늘어나 15조319억원을 기록하며 순자산 순위 3위에 올랐다.
올해 ETF 전체 순자산이 69% 증가하는 등 빠르게 성장하면서 순자산이 10조원이 넘어서는 대형 ETF도 6개로 지난해 말 보다 4개나 늘었다. TIGER 반도체TOP10을 비롯해 TIGER 200, TIGER 미국나스닥100, KODEX 레버리지가 10조원이 넘는 공룡 ETF로 성장했다. 반면 박스피에서 각광을 받던 파킹형 ETF, 즉 CD금리 ETF나 머니마켓액티브 ETF 등의 인기는 급감했다. 금리 인하 기조가 완화되면서 채권형 ETF도 투자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
투자 트렌드에 따라 ETF 시장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셈이다. ETF 운용사들도 투자자들 수요에 맞는 다양한 상품을 내놓으며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올 들어 상장한 신규 ETF는 81개로 전일 동시 상장한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ETF 16개를 포함해 50개 종목이 국내 주식형 ETF다. 주식 시장을 이끌고 있는 AI(인공지능)·반도체 테마 ETF부터 우주항공·방산 테마 등 주도업종 ETF 등이다.
이 밖에 커버드콜 등 구조화 ETF를 비롯해 채권, 채권혼합, 원자재, 리츠 등 다양한 자산 ETF도 꾸준히 시장에 새롭게 선보이며 투자자들의 선택권이 확대되고 있다. 향후 기초지수 상관계수 규제를 받지 않는 '완전한 액티브' ETF 출시도 예정돼 있어 더욱 다양한 ETF가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진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ETF는 이제 단순한 투자 수단을 넘어서 맞춤형 포트폴리오 도구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했다.
ETF는 특히 최근 주식 시장에 새로 진입하거나 퇴직연금 등을 통해 주식 투자를 시작한 개인투자자들이 활용하기 좋은 투자 수단으로 주목받았다. 다양한 자산에 투자할 수 있고 실시간으로 주식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어 편리하며 개별 주식 투자에 비해 분산 투자 효과까지 있기 때문이다.
시장이 빠르게 상승하며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ETF를 통해 리스크를 분산하는 투자가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최근 코스피지수는 하루 평균 변동 폭이 300포인트가 넘어서며 롤러코스터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날 역시 장 중 금리 인상 우려와 미국-이란전 확전 공포에 4% 넘게 하락하는 등 극심한 변동성을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실적 장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판단하며 적극적인 매도보다는 지수 ETF를 중심으로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가져가라고 조언했다. 김도형 삼성자산운용 ETF컨설팅본부장은 "전반적으로 코스피 상장사 영업이익이 계속 증액되고 있고 국내 증시의 체력도 변화했다"며 "대표 지수인 코스피200을 40% 비중 정도로 중심을 잡고 투자자들이 관심이 있는 섹터나 테마 종목, 조정을 대비해 파킹형 ETF로 현금 비중을 일정정도 유지하는 전략이 괜찮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장기적인 시각을 갖고 투자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연금 등에서 ETF 투자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단기적인 매매보다는 긴 호흡으로 분산 투자할 필요가 있다는 것. 이정환 미래에셋자산운용 ETF운용본부장은 "꾸준히 노후를 위한 투자를 해야 한다는 전제로 특정 자산이나 업종에 집중하기 보다는 글로벌 분산 투자로 리스크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