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속았다" 계약서만 써준 공인중개사...전세사기 책임 있을까

"나도 속았다" 계약서만 써준 공인중개사...전세사기 책임 있을까

송민경 (변호사)기자
2026.07.26 09:00
구글 선호 매체 등록 구글에서 머니투데이 추가하기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모습. /사진=뉴스1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모습. /사진=뉴스1

실제 중개를 하진 않았으나 전세사기에 이용될 전세계약서를 작성해 준 공인중개사에게도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계약 당사자를 제대로 확인하거나 중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계약서를 작성해 준 것은 문제가 있다는 취지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A사가 공인중개사 정모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단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울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6일 밝혔다.

이씨 등 일당은 가장 임차인(겉으로는 임대차 관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진정한 임대차 관계가 아닌 임차인)을 모집한 뒤 허위 전세계약서 등을 이용해 금융기관으로부터 전세보증금 담보대출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기소돼 유죄가 확정됐다.

A사는 대출 피해자였다. A사는 공인중개사인 정씨가 이모씨(쌍방대리인으로 행세함)의 말만 믿고 실제 중개행위는 하지 않은 채 전세계약서를 작성·교부해 범행을 가능하게 했다며 공동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정씨는 자신 역시 이씨에게 속았을 뿐이라며 책임을 부인했다.

공인중개사인 정씨에게 과실 방조에 따른 불법행위책임이 성립하는지가 쟁점이 됐다. 1심과 2심은 정씨의 손을 들어줬다. 하급심은 정씨에게 과실이 있었다거나, 그의 행위와 A사가 입은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피고가 실제 중개행위를 하지 않았음에도 전세계약서를 작성해 이씨에게 교부한 행위는 공인중개사법상 공인중개사의 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법원은 정씨의 행위로 인해 가장 임차인에게 전세보증금 담보대출이 실행돼 A사가 손해를 입었다고 볼 수 있는 만큼 이씨 등의 대출금 편취 범행을 용이하게 한 방조행위로 평가할 수 있다고 했다.

대법원은 공인중개사의 과실과 손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본 원심에 대해 "공인중개사의 주의의무와 과실에 의한 방조로 인한 공동불법행위 법리를 오해했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송민경 (변호사)기자

안녕하세요.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