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500원선을 상회하면서 주식시장에도 부담이 되고 있다. 외국인 자금 유출이 지속되는 가운데 원화 약세까지 겹치면서 증시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어서다. 증권업계에서는 이 같은 고환율 흐름이 쉽게 내려가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정부가 환율 급등을 더 적극적으로 제어해야할 필요가 있단 이야기가 나온다.
8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대비 4.1원 내린 1535원에 마감됐다. 지난 6일 야간거래에선 1560원 선을 넘기도 했다.
이날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은 공동 메시지를 통해 최근 환율 상황은 일부 투기적 외환 거래가 변동성을 증대시킨 것으로 판단한다는 경계감을 드러내며 구두개입을 했다. 하지만 여전히 1500원대 중반을 바라본다.
1500원대에서 내려오지 않는 원/달러 환율은 주식시장에도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연초부터 지속돼 온 외국인 투자자들의 코스피 팔자 분위기가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 순매도에 기름을 부으며 원/달러 환율을 더욱 올리는 악순환을 낳는다.
결국은 이날 코스피와 코스닥에 동시에 매도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를 울리는 이른바 '검은 월요일' 장 전개의 빌미가 됐다. 미국 빅테크들의 AI 투자로 인한 수익성 악화와 금리 인상 우려 등 다양한 요인이 거론되는 가운데, 고환율로 인한 원화 약세 지속 역시 국내 주식시장 급락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언급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자본시장에서는 정부의 더 적극적인 개입을 원하는 눈치다. 특히, 구두 개입을 통해 언급한 일부 투기적 외환 거래 세력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해결 의지 필요성까지 언급된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고환율은) 수급 쏠림이 종합된 오버슈팅(시장가격의 단기급등락)이지만 환율이 무서운 건 상승할 것이란 기대가 달러 매수 일방향의 수급 쏠림을 만들고 그것 때문에 실제로 더 상승하는 움직임이 있다는 것"이라며 "원화 약세 재료가 발동되기 전까지 상단은 어디든 갈 수 있어서, 투기적 세력에 대한 정부의 상단 방어 노력이나 달러 매도 유입으로 속도가 조절되기를 (시장은)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도 "원화 약세 요인이 여럿 있으나 펀더멘탈(기초체력) 대비 과도한 약세 쏠림을 유발하는 투기적 포지션 등에 대해서는 당국이 구두 개입만으로 끝내서는 안 된다"며 "더욱 적극적인 조치 역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이날 정부는 만기 시점 환율 차액만 정산하는 파생상품인 NDF(역외선물환) 시장을 또 다른 원/달러 환율 급등 주범으로 지목했다. 이 관계자는 "NDF 거래를 국내 외환시장으로 흡수하거나 외환시장 거래 연장 등을 통해 NDF 거래 영향력을 줄이는 등 다양한 논의가 요구된다"고도 덧붙였다.
다만, 자본시장 관계자들은 이 같은 원화 약세 흐름을 금융위기나 경기침체 상황과 비교하는 시선에 대해서는 대부분 경계감을 드러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1500원대나 특정 환율 수준에 대한 지나친 의미 부여나 불안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며 "과거 우리가 겪었던 외환위기 때와는 상황이 다르고 우리나라 신용도에 문제가 없다면 단순한 환율 수준 자체는 큰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