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LB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간암 신약 허가 결정일이 예정된 7월 말에 다가오면서 주가 향방을 둘러싼 기관투자자와 공매도 세력 간의 수급 공방이 심화하고 있다. 글로벌 대형 자산운용사가 지분 확대 공시를 낸 반면, 공매도 잔고 역시 국내 바이오 업계 최고 수준을 기록하며 상반된 포지션이 구축되는 양상이다.
16일 한국거래소 공매도 순보유잔고 통계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HLB의 공매도 잔고는 910만8564주(약 4418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코스닥 전체 3위이자 제약·바이오 종목 중 1위 규모다.
최근 공매도 잔고 축적 속도도 가팔라졌다. 지난 4일 잔고(846만2017주)와 비교하면 4거래일 만에 64만주가 추가됐다. 일별 공매도 거래 비중도 6월 1일 6.30%에서 6월 5일 이후 19~20%대까지 상승했다. 일간 전체 거래량의 5분의 1이 공매도 물량으로 소화된 셈이다.
현재까지는 공매도 진입 주체들이 평가수익 구간에 있다. 이들의 누적 공매도 평균단가는 5만3769원인 반면, 15일 종가는 4만5500원이다. 현 주가 기준 약 15% 안팎의 수익권을 형성하고 있다.
반면 매수 측면에서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BlackRock)이 지분을 확대하고 있다. 블랙록은 지난 9일 계열사인 블랙록 펀드 어드바이저스를 비롯한 법인들이 HLB 지분율을 기존 5.01%에서 6.05%로 확대했다고 밝혔다. 지난 3월 5% 최초 취득 공시 이후 약 3개월 만의 추가 매수다.
이번 추가 매수로 블랙록의 지분율은 진양곤 HLB그룹 회장을 포함한 최대주주 측 지분율(9.54%)과의 격차를 3%포인트 이상으로 좁혔다. 국내 바이오 기업 중 블랙록이 5% 이상 지분을 취득해 공시한 사례는 HLB가 처음이다.
블랙록은 글로벌 운용자산(AUM)이 10조 달러를 상회하며 대다수 자금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등 글로벌 지수를 기계적으로 추종하는 인덱스 펀드 구조다. 업계에서는 경영권 참여 목적보다는 7월 허가 승인 심사를 앞두고 벤치마크 지수 내 편입 비중을 연동하려는 자산 배분 전략으로 해석한다. 다만 대형 패시브 자금이 국내 바이오 종목 중 HLB에 가장 많은 매수 잔고를 배정했다는 사실 자체에 시장은 주목하고 있다.
여기에 최대주주인 진양곤 의장의 최근 매수 행보도 시장의 신뢰도를 높이고 있다. 진 의장은 최근 바이오 업종 조정 국면에서 HLB제넥스(10만3735주), HLB테라퓨틱스(6만7321주), HLB이노베이션(3만7109주), HLB바이오스텝(2만5000주), HLB파나진(1만4562주) 등 주요 계열사 주식을 장내에서 잇달아 추가 매수했다. 아울러 진 의장은 지난달 중순부터 국내 주요 증권사 지점을 순회하며 프라이빗뱅커(PB)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직접 기업설명회(IR)를 진행하는 등 시장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시장 주체들이 상반된 포지션을 고수하는 배경에는 HLB의 과거 허가 심사 이력이 자리 잡고 있다. 그간 FDA는 리보세라닙 자체의 안전성이나 유효성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결함을 제기하지 않았다. 과거 두 차례의 허가 지연 사유는 모두 파트너사인 중국 항서제약이 담당한 캄렐리주맙의 제조·품질관리(CMC) 관련 지적 사항이었다. 물질 자체의 유효성보다는 제조 공정 및 가동 시설의 보완 문제가 핵심이었던 셈이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HLB가 CMC 분야의 신뢰감을 높이기 위해 영입한 김태한 회장의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 사장을 역임하며 글로벌 FDA 상업화 허가 프로세스를 이끌었던 김 회장은 이번 신약 허가 과정을 전면에서 진두지휘하면서 재심사 통과 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신뢰감이 높아지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임상 데이터의 객관적 수치는 우수하다는 평가를 유지하고 있다. 리보세라닙·캄렐리주맙 병용요법의 전체생존기간 중앙값(mOS)은 23.8개월로, 현존하는 간암 1차 치료제 중 최장 생존기간을 기록했다. 해당 데이터는 FDA 최종 허가 전임에도 바르셀로나간암임상(BCLC) 및 유럽종양학회(ESMO) 2025 가이드라인에 간암 1차 치료 옵션으로 등재되며 글로벌 의료계의 선행 평가를 받았다.
HLB는 오는 7월 말 간암 치료제 신약 허가 결정에 이어, 9월에는 담관암 치료제 후보물질인 리라푸그라티닙의 FDA 허가 심사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다. 두 달 사이에 두 개의 대형 파이프라인 모멘텀이 예정되어 있다.
현재 누적된 910만주의 공매도 잔고는 향후 주가 변동성의 핵심 변수로 지목된다. 공매도 물량은 포지션 청산을 위해 언젠가 시장에서 되사야(숏커버) 하는 주식이기 때문이다.
만약 향후 허가 심사가 성공으로 결론 날 경우, 공매도 포지션을 보유한 투자자들은 손실을 줄이기 위해 주식을 강제로 매수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다. 이 과정에서 숏커버 물량이 일시에 몰려 주가가 급등하는 숏스퀴즈(Short Squeeze)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과거 두 차례의 허가 지연 당시에는 공매도 세력이 수익을 실현했으나, 이번에는 최대주주와 블랙록의 매수 지분이 하방을 지지하고 있는 데다 김태한 회장 지휘 하의 생산 신뢰도까지 보강되면서 허가 결정 여부에 따라 공매도 포지션의 강제 청산 파괴력이 수반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대주주 및 글로벌 자산운용사의 매수 지분과 공매도 잔고의 대치 국면 속에서, 오는 7월 말 FDA의 최종 결정이 향후 시장 수급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