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9000 시대를 연 주인공은 개인 투자자다. 개인은 올해 코스피에서 73조원을 사들이며 외국인의 순매도 공세를 막아냈다. 개인들의 ETF(상장지수펀드) 투자 증가도 코스피 지수를 끌어올렸다. 투자자예탁금이 120조원인 만큼 코스피 1만피를 향한 개인의 실탄은 아직 충분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말 4214.17이었던 코스피는 이날 9063.84로, 115.08%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시장에서 개인 순매수액은 72조9348억원을 기록했다.
기관도 33조4618억원을 순매수했다. 특히 금융투자(증권)가 57조2489억원어치 주식을 사들이면서, 연기금, 보험, 투신 등 다른 기관들의 순매도액을 상쇄했다. 금융투자 매매 대부분이 ETF 관련 자금으로 추정되는 만큼 사실상 개인이 코스피를 홀로 이끈 셈이다.
김재승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과거 코스피 지수의 방향성은 외국인 수급이 결정했지만, 올해 코스피 지수의 방향성을 결정하고 있는 주체는 개인"이라며 "ETF를 통한 국내 주식 투자 증가가 눈에 띈다"고 말했다.
코스피가 빠르게 상승하면서 주식 투자에 뛰어드는 개인은 빠르게 늘어났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올해 들어 각각 202.34%와 312.44% 상승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포모(FOMO)' 현상이 나타났다. 올해 개인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순매수액은 각각 36조8841억원과 26조4944억원을 기록했다.
대형주 쏠림 현상은 개인의 코스피 200 지수 추종 ETF 순매수로 이어졌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등장과 퇴직연금 머니무브 등으로 ETF에 자금이 빠르게 몰렸다. 올해 개인의 ETF 순매수액은 55조2306억원에 이른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개인의 순매수가 워낙 강한 만큼 코스피 상승은 이어질 것"이라며 "투자자 예탁금이 120조원에 달하는 만큼 실탄은 남아있다"고 말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투자자 예탁금은 124조5516억원이다. 지난 4일 139조6948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후 소폭 감소했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 중이다.
반면, 올해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120조4443억원을 순매도했다. 특히 지난달부터 이날까지 외국인의 순매도액은 64조7374억원으로 올해 순매도액의 절반이 넘는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순매도가 리밸런싱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해외 펀드들이 한국 증시와 반도체 업종의 강세로 인해 특정 국가, 업종의 비중이 높아지자, 자산 재분배 차원에서 기계적으로 코스피를 매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외국인은 지난달부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각각 27조1254억원과 24조3218억원 순매도했다.
다만, 이달 들어 외국인의 순매도세는 약해지고 있다. 이날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13조1451억원을 순매수했다. 일각에서는 미국과 이란이 종전에 합의하고, 2분기 실적 발표가 다가오는 만큼 앞으로 외국인이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 연구원은 "종전 합의로 유가와 달러, 금리와 같은 매크로 부담이 완화될 경우 투자심리 확대와 함께 외국인의 포지션 복원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며 "다음 달 실적 시즌에 돌입하면서 긍정적인 실적이 나온다면 외국인의 귀환은 반도체 업종을 중심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