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외기준 모호… 주주보호 입증책임도, 비용도 기업 몫"

배한님 기자, 박종진 기자, 최경민 기자
2026.07.07 04:49

물적분할 자회사는 3%룰, 모회사 주주동의 불가능한 조건
취지 공감하지만… 첨단산업 육성 투자유치 차질 생길수도

중복상장 가이드라인에 대한 업계 말, 말, 말/그래픽=김지영

중복상장 원칙금지의 예외기준을 담은 가이드라인이 나왔지만 금융당국이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는 대신 판단과 입증 부담을 기업에 떠넘겼다는 비판이 나온다.

'거래소가 따로 정한다'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는 모호한 기준을 둔 채 주주보호 노력의 입증책임과 비용은 고스란히 기업 몫으로 남겨서다.

6일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가 발표한 '중복상장 원칙금지·예외허용을 위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물적분할이나 일반 자회사 상장을 하려면 모회사 이사회가 5대 주주충실의무를 이행하고 모회사 주주의 동의를 받거나 거래소의 엄격한 개별심사를 받아야 한다.

문제는 예외를 인정받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한 코스피 상장기업 관계자는 "가이드라인 곳곳에 거래소가 따로 정한다거나 종합적으로 고려한다거나 하는 모호한 기준이 많아 기업에 혼란을 키우고 규제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며 "이미 상장된 기업이라도 신사업을 추진할 때 별도 자회사를 세워 외부투자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투자가 위축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준이 모호한 만큼 주주보호 노력을 입증할 책임과 비용도 기업이 떠안게 됐다.

코스닥 시장 관계자는 "결국 주주보호를 위해 얼마나 노력했느냐를 개별적으로 판단하겠다는 건데 그 과정에서 주주영향평가도 외주를 줘야 할 것이고 법적 해석을 받는 과정에서도 법무법인이나 회계법인에 맡겨야 하는 상황이라 비용이 크게 늘어난다"고 말했다.

사실상 충족이 불가능한 요건을 제시해놓고 책임은 기업에 미뤘다는 지적도 있다. 물적분할의 경우 '3%룰'이 적용되면서 아예 모회사 주주동의를 받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상장을 전제로 FI(재무적 투자자)의 투자를 받은 자회사에 대해서도 당국은 해법 없이 엄격한 심사방침만 내놨다. FI와의 상장 조건부 계약이행이나 투자회수 목적의 자회사 상장은 더욱 엄격하게 보겠다는 내용이 가이드라인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상장기업 관계자는 "결국 FI의 지분을 최대주주가 다시 사는 것밖에 방법이 없는데 이렇게 되면 시장가치보다 비싸게 주고 매입할 수밖에 없어 모회사 주주에게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제도의 취지를 살리려면 당국이 판단을 기업과 시장에 미룰 것이 아니라 관련 규정을 사전·사후에 해석해주는 전담부서나 기구를 거래소에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황만순 한국투자파트너스 대표는 "금융위나 거래소에 좀더 명확하게 사안을 판단해줄 수 있는 기구나 위원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재계도 우려를 나타냈다. 주주보호라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자칫 첨단산업 육성을 위한 투자유치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대체로 기업들은 제도 도입 취지와 별개로 새로운 규정이 자금조달, 사업재편, 신사업 성장기회를 과도하게 제한할 수 있다고 지적하며 신중한 검토를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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