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안정을 찾았는데도 코스닥은 웃지 못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한 달 새 130원 가까이 내렸지만, 코스닥지수는 오히려 7월 초 920대에서 730대까지 20% 넘게 떨어졌다. 원화 강세와 외국인 순매수라는 호재에도 성장주 관심 저하가 코스닥 하방 압력을 높이는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3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주간거래 종가 기준 이날 원/달러 환율은 1429.8원으로 전 거래일 대비 5.8원 올랐다. 한 달 전인 지난달 2일 종가 1555.90원과 비교해서는 126.1원 내려갔다.
자본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의 ADR(미국주식예탁증서) 자금 및 주요 수출기업들의 국내 달러 유입과 외환시장 24시간 거래로 인한 투기적 수요 완화, 매파적인 한국은행 스탠스, 달러 강세 완화 등이 지난 한 달간 원/달러 환율을 하락시킨 요인으로 본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원/달러 환율은 1400~1450원대 내외에서 등락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향후 외환시장 변수는 미국과 이란 전쟁 향방과 이에 따른 국제유가 및 글로벌 금리"라고 말했다.
국내 주식시장에서의 외국인 매도세를 자극했던 원/달러 환율 리스크가 다소 안정되면서 코스피뿐 아니라 침체됐던 코스닥 훈풍이 불지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주목한다.
일반적으로 원화가치가 상승하면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환차익 기대를 주게 돼 우리 주식시장에 순매수를 유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성장주 등 위험자산 선호 흐름도 자극해 코스닥 상승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최근 코스닥 지수를 보면 지난 한달여 간 130원 가까이 원/달러 환율이 하락했음에도 7월 초 920대에서 이날 730대로 20% 이상 떨어졌다. 7월에만 외국인이 코스닥에서 800억원을 순매수하고 연초부터 7월 말까지는 6조원 넘게 순매수했지만 반등의 계기를 마련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코스닥을 지탱하던 개인투자자 자금이 대거 시장에서 이탈한 점을 코스닥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파악한다. 외국인 시장 유입에 좌우되는 코스피와 달리 코스닥은 전통적으로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받쳐줬다.
외국인까지 관심을 기울인다면 날개를 달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컸다. 그러나 연초 대비 10조원 넘게 개인들이 코스닥에서 순매도하면서 외국인 자금 유입 효과가 반감됐다. 개인들은 2025년엔 코스닥에서 7조원, 2024년엔 6조4000억원을 순매수했었다.
최근 환율 하락으로 달러가 상대적으로 싸지면서 개인들이 다시 미국 주식에 관심을 나타내는 상황도 국내 성장주 자금 감소 요인이라는 의견이 제기된다.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약 46억달러(약 6조6000억원)의 미국 주식을 지난 7월 한달간 순매수했는데 지난 1월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서학개미들의 미국 주식 수급은 지난 4월과 5월에는 순매도였고, 6월들어 6억3300만달러(약9000억원) 순매수하며 분위기가 바뀌었다.
결국은 코스닥을 받치던 개인투자자들의 자금이 반도체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 등으로 몰리는 수급 쏠림이 환율 리스크 완화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코스닥이 부진한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여기에 더해 개별종목 신뢰 붕괴와 코스피 대비 미미한 이익 모멘텀, 금리 인상 리스크까지 더해진 점 역시 악재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코스닥은 시가총액 상위권 바이오와 2차전지가 개별 악재성 이벤트와 유상증자 등 자금조달 부담에 시달리며 악화된 수급을 더 악화시켰다"며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로 높아졌던 중소형 성장주 투자 기회비용이 정상화되면 코스닥으로의 순환매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