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로 국제유가가 급등락을 반복하면서 특정 지역에 집중된 원유 조달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원유 도입선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비용 부담과 설비 제약으로 실제 공급망 재편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3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정부는 미국과 남미, 아프리카 등으로 원유 도입선을 확대하며 중동 원유 수입 의존도를 낮추는 데 주력하고 있다. 최근 대통령의 남미 순방을 계기로 아르헨티나와 원유 도입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으며, 국내 기업이 시범 도입한 원유 88만 배럴도 이달 중 국내에 도착할 예정이다.
국제유가는 이날 배럴당 80달러 초반 대에서 거래됐지만 불과 며칠 전만 해도 이란발 긴장 고조로 100달러선을 넘나드는 등 큰 폭의 변동성을 보였다. 중동 해상 운송로를 둘러싼 불확실성도 이어지면서 특정 지역에 집중된 원유 조달 구조의 취약성이 다시 부각됐다.
산업부는 원유 도입선 다변화의 목적을 국제유가를 낮추는 데보다 에너지 안보와 안정적인 수급 확보에 두고 있다. 주요 유종의 가격이 대체로 같은 흐름을 보이는 만큼 가격 대응보다 특정 지역 의존도를 낮춰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춘 것이다.
그러나 공급망 다변화는 결국 비용 증가를 감수해야 하는 구조다. 중동산 원유보다 대체 원유의 기본 가격이 높은 데다 운송거리가 길어 물류비 부담도 커진다. 최근에는 대체 공급처 확보 경쟁까지 겹치면서 프리미엄이 붙는 사례도 적지 않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새로운 공급선을 확보했다고 곧바로 수입을 확대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정유사마다 정제 설비와 생산 공정이 달라 새로운 원유를 도입하려면 성분 분석과 경제성, 설비 적합성 등을 검토해야 한다. 실제 정유사들이 미국과 남미산 원유 도입을 확대하고 새로운 유종을 시험하고 있지만 단기간에 중동산 원유를 대체하기는 쉽지 않은 이유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공급망 다변화는 결국 비용의 문제"라며 "정부가 다변화를 추진하더라도 실제로 공급망을 바꾸는 것은 기업인 만큼 운송비 지원이나 세제 인센티브 등 실질적인 지원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도 업계 부담을 덜기 위한 지원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산업부는 산업안보기금 조성을 검토하며 예산당국, 정유업계와 관련 협의를 진행 중이다. 특정 지역과 유종에 편중된 공급 구조를 개선하고 원유 비축과 공급망 안정성을 높이는 방안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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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지원 방식과 규모는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다. 공급망 다변화의 필요성에는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비용 부담을 줄일 실질적인 지원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실제 공급망 재편도 속도를 내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