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연 1만1630명, 같이 갑시다"

류준영 기자
2015.02.05 19:01

[르포]국과연 '출연연 과학기술 한마당' 첫 개최…연구회 통합 첫 공식 행사

이상천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이 5일 대전 유성구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개최한 ‘출연(연) 과학기술 한마당’ 행사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사진-미래부.

"오! 자네 왔는가."

책임급 연구원급으로 보이는 사람이 함박웃음을 지으며 다가온다. 눈가에 잔주름이 자글자글한 마주 선 자는 동년배 정도 돼 보였다. "이게 얼마만이지 10년은 더 된 것 같은 데"하며 둘은 반갑게 얼싸 안았다. 분명한 건 두 사람은 소속이 다른 정부출연연구기관(이하 출연연) 연구자라는 것.

5일 오후 대전 유성구 도룡동 컨벤션센터(DCC)에서 열린 '출연연 과학기술 한마당' 행사장 1층에선 마치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라도 하듯 연구자들끼리 악수를 건내고 때론 격한 포옹도 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연출됐다. 주최측은 이날 본 행사에 출연연 연구원·행정지원 인력 등을 포함 1300여명이 참석했다고 전했다. 올해 1월 기준, 출연연 전체 인력은 1만1630명(연구 9918명, 지원 1712명)으로 전체 10분의 1 정도가 참석한 셈이다.

한국한의학연구원 행정직 사원 김영대 씨는 "이렇게 출연연 연구자들이 한날한시에 다 모인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출연연 과학기술 한마당'은 지난해 6월 기초기술연구회와 산업기술연구회가 국가과학기술연구회(이하 국과연)로 통합된 이후 첫 공식 통합행사이다. 25개 출연연의 변화와 혁신을 모색한다는 차원에서 '개방·협력 생태계 구축', '과학기술을 통한 새 가치 창출' 등을 구호로 내걸었다.

국과연은 식전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마련한 공연 콘셉트도 '융합'이란 키워드에 맞춰 준비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1985년 출연연 연구자들로 구성된 제1호 동호회 '대덕이노폴리스 합창단'이 '과학이 주는 행복'이란 제목의 노래를 불렀고, 이 화음에 맞춰 신진 연구자들로 구성된 힙합 동호회가 무대 위아래를 오가며 현란한 댄스를 추는 ‘하이브리드식 공연’으로 박수갈채를 받았다.

'변화하는 한국건설기술연구원(KICT), 경영혁신·융합연구생태계 조성'이란 제목의 프리젠테이션을 하기 위해 강단에 오른 이태식 원장은 캐주얼 정장 차림에 노란색 나비넥타이를 매고 나와 '베스트드레스'로 이름을 올렸다. 축제 분위기를 돋우기 위해 특별히 이렇게 입었다고 했다.

나비넥타이는 연구원 로고인 '날아가는 날개' 디자인을 그대로 옮겼다. 이 넥타이를 원장 뿐만 아니라 연구원 리더그룹 49명이 똑같이 맞춰 매고 나와 이목을 모으기도 했다.

이 원장은 또 발표에서 최근 대덕연구단지에서 핫이슈인 'X-프로젝트'에 관한 향후 추진 과제를 제시해 관심을 모았다.

이는 미래창조과학부가 올해 200억원의 예산을 지원키로 한 새로운 R&D(연구개발) 프로젝트로 '구글 프로젝트'처럼 사람들이 어렵게 생각하는 과제를 선정하고, 그 과제에 대해 연구자들이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하는 연구형태를 뜻한다.

이날 이 원장은 철도·도로에 20km 이상의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수력발전과 맞먹는 전력을 생산하는 '태양광 발전소'를 지을 것과 총 제작비 1조 5000억원을 투입해 만든 콘크리트 배로 '이동식 공항'을 짓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앞서 이상천 국과연 이사장은 축사에서 "진정한 과학적 혁명은 기존 패러다임이 무너질 때 비로소 일어난다고 했다"며 "융합으로 패러다임 전환의 국면을 조성해야 하고, 25개 출연연이 과학혁명의 주체가 되겠다"고 역설했다.

또 "25개 출연연을 어떻게 연결 하는가에 따라 과학영토, 더 나아가 경제영토 지형과 넓이가 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이석준 미래부 제1차관은 "이번주 월요일 연구소기업인 '콜마B&H'가 처음으로 상장했고, 어제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조병진 교수가 만든 '체온 이용 웨어러블 발전소자'가 유네스코 10대 혁신기술 중 그랑프리(1위)를 차지했다"며 "이제 과학기술 부문에서 노벨상만 남은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김시중(14대)·서정욱(20대)·채영복(22대) 과기장관과 미래부 전(前) 최문기 장관이 참석해 현직 출연연 원장들을 격려했다.

한편, 국과연이 전날 공개한 '2014년 출연연 10대 우수연구성과' 전시장도 많은 사람이 찾아 연구 성과들을 살펴봤다.

전시된 10대 성과는 △공룡 데이노케이루스의 생물학적 실체 규명(지질자원연구원) △사람 대신 화면에 안경 씌우는 무안경 3D 기술(한국과학기술연구원) △100배 빠른 오케스트라 광인터넷 기술(전자통신연구원) △뇌지도 영상화 기술(한국과학기술연구원) △뇌기능 연결성 가시화를 위한 뇌영상장치개발(표준과학연구원) △자생식물로 만든 폐질환 치료제 미국 FDA 임상 승인(생명공학연구원) △폭발 위험이 적은 안전한 마그네슘 합금 기술(재료연구소) △1000조 분의 1초, 펨토초 레이저 개발(전기연구원) △네덜란드 연구용 원자로 개선사업 수주(원자력연구원) △이산화탄소에서 메탄올을 생산하는 태양광 공장(화학연구원)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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