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수사협조? 고객권리 지키기 우선돼야

최광 기자
2015.02.12 05:50
최광 정보미디어과학부 기자

통신 3사가 수사기관의 통신자료 요청에 따른 정보 제공 여부를 공개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KT와 LG유플러스는 이미 지난해부터 대외적으로 알리지 않고 요청하는 이용자에게 자료 제공 여부를 알려줬다는 것과 SK텔레콤도 최근 들어 이 대열에 합류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으로는 환영할 일이지만 이왕 공개하기로 한 상황에서 보면 미흡하기 짝이 없다. 무엇보다 방식이다. SK텔레콤만을 제외하고는 자신의 정보가 수사기관에 제공됐는지를 알려면 당사자가 직영점을 직접 방문해야만 확인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통신사들은 “이용자의 본인 확인을 철저히 해야 한다는 이유”라고 말하지만, 수많은 본인 확인 수단을 가지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가장 번거로운 방법을 택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통신사가 수사기관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처지가 이해 안 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통신사는 법원 판결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법원 판결은 통신자료를 제출한 것 자체가 위법이라는 게 아니다. 통신자료를 수사기관에 제공했는지를 이용자에게 알리지 않은 것은 통신비밀을 보장한 헌법적 가치를 훼손하는 일이기 때문에 위법이라는 판결이다.

다시 말해 통신사들은 판결 취지를 살려 이용자가 권리를 침해받지 않도록 가장 적극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을 택해야 기업윤리에도 맞다. 적어도 통신사가 그런 태도를 보여야 관행적으로 행해오던 개인정보 무단 활용에 제동을 걸고, 관련 법 제정에도 힘을 실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인터넷 사업자는 지난 2012년 영장 없는 통신자료 제공은 위법이라는 판결 이후 수사기관에 통신자료 제출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다. 정보제공 요청을 거부하는 것도 아니고 정보 제공 여부를 알려주는 방식에서조차 윤리적 원칙이 아닌 정부 당국의 눈치를 본다면 통신사들은 이용자들에게 ‘유구무언’일 수밖에 없다.

규제산업이라는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개인정보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현실에서 이용자 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의지를 먼저 보여줄 수 있는 통신사야말로 기간통신사업자로서 대접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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