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 게시된 내 정보에 대해 '잊혀질' 권리를 주장할 수 있을까. 언론사 기사인 경우에도 삭제 요청을 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그 결정은 정보통신서비스 사업자가 맡아도 될까.
지난해 전세계적으로 화제가 됐던 '잊혀질 권리(right to be forgotten)'를 국내에서 법제화하는 것을 두고 다시 한번 논쟁이 불붙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한국인터넷진흥원(KISA)과 함께 15일 서울 잠실 광고문화회관에서 '잊혀질 권리 보장을 위한 세미나'를 개최했다. '잊혀질 권리'는 정보 주체가 포털 등 정보통신제공자에게 자신과 관련된 정보를 삭제하거나 확산을 방지하도록 요청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지난해 EU 사법재판소의 판결을 시작으로 화제가 됐다.
이날 발표를 맡은 지성우 성균관대 법대 교수는 지난해 9월 이후 전문가 10 여명을 포함한 '잊혀질 권리' 법제화 연구팀이 논의한 내용을 토대로 '잊혀질 권리' 법제화를 주장했다. 모든 사람이 본인에게 영향을 주는 모든 경우에 대해 누구든지 잊혀질 권리를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지성우 교수는 "원본에 대한 삭제가 아니라 포털사이트 검색 결과에서 해당 게시글 등을 배제하는 방식으로 진행할 것"을 제안했다. 잊혀질 권리를 요청할 수 있는 정보는 불법 영역 정보가 아니라 정보 주체와 관련된 정보를 모두 포함해야 한다는 것.
이와 관련 토론에 참석한 이상직 변호사(법무법인 태평양)는 "원본을 삭제하는 방식을 선택하면 표현의 자유를 본질적 침해할 수 있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고 동의했다.
지 교수는 언론사 기사의 검색 배제 대상 포함 여부에 대해서는 '도입 초반에는 제외한다'를 1안으로 제시했다. 이와 관련 김경환 변호사(법무법인 민후)는 "실제 잊혀질 권리 관련 삭제 요청이나 소송이 있던 사례를 보면 그 대상의 99%가 기사이고 이 가운데 상당수가 범죄 기사"라며 "잊혀질 권리 도입은 자칫 범죄 세탁 도구로 악용되거나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날 세미나에서는 검색에서 게시글을 배제하는 방식이 '잊혀질 권리'를 보호하는 방식은 아니라는 반박 의견도 제시됐다. 특히 국내에서 '잊혀질 권리'를 새로운 입법을 통해 강제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미 현행법으로도 정정, 삭제 등이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 또한 정보통신서비스사업자가 권리 인정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등 추상적인 측면이 강한 점도 문제로 제기됐다.
최성진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사무국장은 "이미 국내 법제도에서 불법적인 정보를 제재할 수 있는데 추가적인 '잊혀질 권리' 보장이 필요한가'에 대해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칫 사업자가 요청이 들어오면 기계적으로 이행할 수 밖에 없어 인터넷에서 의견 제시가 위축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설명이다.
권헌영 광운대학교 법과대학 교수도 "정부가 나서서 '잊혀질 권리'를 지켜주겠다고 나서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판단은 법원을 중심으로 진행되는데 행정서비스를 통해 분쟁을 해결해주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다. 권 교수는 "이미 정보통신망법에서 삭제 청구를 보장하고 있다"면서 "정부는 오히려 인터넷 사용자들이 보다 똑똑하게 정보를 올리고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부분을 더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