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선 내년 1월부터 보험과 세금 등의 분야에서 '마이넘버(My Number)' 제도가 본격 시행된다. '마이넘버'는 우리나라 주민등록번호제도와 유사한 12자리 개인식별번호이다.
매년 1조 엔(약 9조원)씩 늘고 있는 사회보장비를 효율적으로 운영해 막대한 국가빚을 줄여보자는 게 주된 도입 취지이다.
일본의 올해 사회보장비 예산은 전년보다 1조엔 가량 더 많은 31조 5000억 엔(약 288조원)으로 책정됐다. 역대 최대치이다.
예컨대 '마이넘버'를 시행할 경우, 중복진료를 막아 의료비 절감할 수 있다. 또 개인 별 금융자산 파악이 더욱 간편하고 투명해져 세금 부과징수를 이전보다 효율적으로 관리·집행할 수 있게 된다.
일본 내무성 관계자가 이 제도 도입을 검토하는 단계에서 1000엔(약 9200원) 이하 거래까지 모두 세금을 매길 수 있는 한국 주민등록번호제도에 경악했다는 후문이다. 여기에는 또 숨은 이유가 있다. 바로 '검은 돈' 추적과 차단이다.
지금까지 일본은 일원화된 개인식별번호가 없어 △기초연금번호 △건겅보험피보험자번호 △여권번호 △납세자번호 △운전면허증번호 △고용보험피보험자번호 등 각 행정기관이 독자적으로 번호를 부여해 왔고, 이는 곧 과잉·중복투자가 이뤄지는 경영 비효율로 이어졌다.
내년 관공서를 시작으로 마이넘버는 1년 이내 금융기관 등 약 500만 여개에 달하는 일본 기업에 도입된다.
일본 정부 측에 따르면 마이넘버 시스템 구축에 따른 SI 전문가가 7만명 가랑 더 필요한 상황이다. 민간으로 확대될 경우, 전문인력 부족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다이와증권은 마이넘버가 민간으로 확대될 경우, 약 3조엔(약 33조원) 규모의 IT 특수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과 LG, 포스코 등 국내 주요기업 총 72개사 회원을 둔 주일한국기업연합회가 최근 조사한 설문조사에선 "마이넘버로 시스템 구축·통합 사업 확대에 따른 수요 증가로 영업환경이 개선될 것"이란 응답이 많았다고 한다.
마이넘버로 새로운 SI(시스템통합) 시장 기회를 엿보게 된 한국기업과 IT전문인력들, 하지만 일각에선 섣부른 기대는 자제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코트라 도쿄 IT 지원센터 관계자는 "기껏해야 일부 보안 솔루션 구축 수준의 제한된 시장으로 우리나라 IT기업 및 인재들이 진출할 정도로 큰 시장은 아닐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이미 NTT 데이터, 일본 IBM 등이 관공서·기업 모두에 탄력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 데다 주요 정보 유출을 방지하기 위한 SW(소프트웨어)도 한국 주민번호 체제의 단점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체계적으로 개발해 온 탓이다.
현지 관계자는 "지속적인 엔저현상으로 한국과 일본 간 임금차가 거의 나지 않는 상황"이라며 "한국 SI프로젝트 수행 전문인력이 일한다고 할지라도 한 달에 받는 월급은 30~40만엔 수준으로 국내 개발자 평균 연봉 수준에도 못 미친다"고 말했다.
도쿄에서 만난 한국계 SI업체 한 임직원은 "원·엔 환율이 1500원하던 시절에는 일본 취업을 희망하는 젊은이들이 대거 몰렸고, 취업을 연계한 컴퓨터 학업들이 성업을 이뤘지만, 지금은 그 인기가 한풀 꺽인 상태"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잦은 지진과 쓰나미의 공포로 상주하던 한국인 IT전문가들이 대부분 철수한 상태인 데다 일본 우익 단체 회원들의 반한 시위로 한일관계가 더욱 경색된 점도 일본 IT기업 취업 및 시장 진출을 꺼리는 요인으로 일부 작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