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센트자금 최소 43억위안 유입…이젠 한국벤처가 원한다?

성연광 기자, 김지민 기자, 홍재의 기자
2015.08.05 06:11

中자본 협력 성배일까 독배일까…中기업 "해외진출 가능성 있는 韓기업만 노린다"

'중국 자본'이 첨단 IT(정보기술) 산업으로 빠르게 유입되는 데는 국내 벤처·스타트 업계가 과거와 달리 중국 자본에 목말라하고 있다는 요인이 가장 크다. 세계 1위 소비 시장으로 부상한 중국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지름길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도 이런 흐름을 놓치지 않는 모습이다. '될 만 한 사업'이라면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국내 성장동력 산업마저 중국 자본에 종속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자금력은 결국 기술과 인력을 빼앗기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다.

◇韓 ICT 쇼핑나선 中기업들

국내 IT 기업 투자에 가장 적극적인 중국 기업이 텐센트다. 텐센트가 한국 기업에 투자한 액수만 벌써 8000억원을 넘었다는 관측이다. 다음카카오, 넷마블 등에 주요 주주로 이름을 올렸다. 2012년 카카오에 720억원을 투자해 현 다음카카오의 지분 9.35%를 보유 중이다. 작년 3월에는 넷마블게임즈에 5300억원을 투자해 3대 주주(25%)로 등재돼 있다. 네시삼십삼분, 파티게임즈, 카본아이드 등 눈에 띄는 모바일 기업들도 텐센트가 투자금이 들어가 있다.

최근에는 사물인터넷(IoT), O2O(Online to Offline), 핀테크 등 신사업 분야로도 중국자본이 활발히 유입되고 있다. 스마트홈 IoT 로봇을 개발 중인 스타트업 아이피엘은 최근 중국 비비드 에이스로부터 미화 220만 달러를 투자받았다. 아이피엘은 과거 KT가 출시했던 ‘키봇’ 시리즈를 개발한 핵심 개발자들이 만든 회사로 현재 스마트홈 로봇을 개발 중이다.

비콘 전문기업인 얍컴퍼니는 중화권 재벌인 뉴월드그룹으로부터 미화 2000만 달러 규모의 투자금을 받았다. 뉴월드그룹은 중국, 홍콩에 기반을 둔 오프라인 유통기업이다.

금융IT 벤처기업인 뱅크웨어글로벌은 알라바바 마윈 회장이 대주주로 있는 중국 앤트리파이낸셜 그룹으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앤트리파이낸셜 그룹은 ‘알리페이’, ‘마이뱅크’의 모기업이기도 하다. 김용화 감독이 CEO로 있는 시각효과 전문기업 덱스터는 중국 레노버 계열사인 레전드캐피탈로부터 미화 1000만 달러 투자금을 유치 받았다.

중국 최대 포털 '바이두'와 '텐센트'에 초기 투자했던 중국 2위 벤처캐피탈(VC)사인 IDG캐피탈은 중소기업청과 함께 최근 1000억원대 규모의 '대한민국 벤처펀드'를 조성, 국내 투자에 나서기로 했다. 벤처 업계에 따르면, 비공개 투자분을 감안하면 국내 IT·신사업 분야에 침투한 중국 자본은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자금+&' 매력 그러나

'거금'을 쏘는 중국 자본은 일단 반가운 '흑기사'로 통한다. 그러나 중국 자본의 힘은 자금력 때문만은 아니다.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기조와 맞물려 국내에서도 정책자금이 벤처투자 업계로 대거 유입됐다. 중소기업청이 올 상반기 벤처투자 동향을 분석한 결과, 국내 벤처투자 규모는 9569억원. 전년 동기 대비 무려 38.4%나 늘었다.

텐센트의 넷마블 투자도 그렇다. 지난해 CJ E&M과의 지분 정리를 앞둔 상황에서 넷마블은 최소 4000억원 이상의 외부 자금이 필요했지만, 국내에서는 투자처를 찾을 수 없었다.

방준혁 넷마블 이사회 의장은 "어차피 투자를 받아야 하는 경우라면 해외시장에 도움까지 받을 수 있어 텐센트 투자를 받았다"고 말했다. 자금 확보보다는 세계 최대 소비시장인 중국 시장에 쉽게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라는 점에 주목했다는 의미다.

아이피엘은 이번 투자 유치를 계기로 중국 시장을 상대로 로봇을 양산할 수 있게 됐다. 회사 관계자는 "국내 시장에서는 대략 5만대 가량이 판매 정점이어서 시장 가능성을 낮게 봤지만, 중국 시장으로 목표를 바꾸면 상황이 달라진다"며 "비비드 에이스측과 중국 내수 1위를 시작으로 세계시장 1위 플랫폼을 목표로 지속적인 협력관계를 유지키로 했다"고 말했다.

얍컴퍼니도 중국 내 비콘 서비스를 위한 합작사를 설립하기로 했다. 얍컴퍼니 관계자는 "중국 시장은 020 영역에서 무한대 성장 가능성이 있다"며 "뉴월드 그룹으로부터 투자를 먼저 제안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오덕환 전 미래글로벌창업지원센터장은 "중국 투자사들의 네트워크를 활용한다면 현지 시장에 비교적 수월하게 진출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며 "우리나라 벤처기업이 '나홀로' 중국시장에 진출하기에는 중국 시장 내 규제와 제약이 너무 많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양국의 자본뿐 아니라 기술, 인력이 서로 깊숙이 섞이지 않을 경우, 중국 현지 시장 문턱을 넘기 쉽지 않다는 조언이다.

실제 중국 기업들은 무턱대고 투자금을 뿌리지 않는다. 한국 내수시장만을 보고 있는 기업은 투자대상에서 제외다. 중국 본토와 해외시장에 성공할 가능성이 큰 사업모델에만 중국 투자금이 쏠리고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오 전 센터장은 "실리콘밸리 벤처투자 자금이 현지 기업보다 중국 기업으로 쏠리고 있듯, '돈 되는 시장'으로 빠르게 글로벌화 되고 있다"며 "중국 자본이라고 해서 이를 무작정 경계하기보다는 이를 적절히 활용해야 국내 IT산업의 글로벌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런 긍정적인 평가에도 여전히 중국 자본의 종속과 기술력 유출에 대한 우려는 남는다. 일례로 이미 차이나머니 수급이 활발히 이뤄진 게임업계는 중국 진출을 위해 계약을 맺었다가 결국 수익을 배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최재홍 강릉원주대 교수는 "중국 자본을 투자받을 때 시스템을 복제하는 조건이나 개발소스를 공개하는 조건 등을 맺는 것은 유의해야 한다"며 "계약 관계를 분명하게 해야 하고, 특히 스타트업은 법률 전문가를 통해 계약을 맺어야 향후 피해를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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