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도 인터넷 전문은행이 들어설 전망이다. 정부 발표안에 따라 올해 말 1~2개 정도의 인터넷 전문은행이 시범인가를 받고, 은산분리 완화를 규정한 은행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늦어도 내년 하반기까지 3~4개 정도의 인터넷 전문은행이 출현할 것으로 보인다.
선진국에서 인터넷 전문은행이 출현한 시점은 1990년 대 말부터 2000년 대 초 사이다. 인터넷이 활성화되면서 인터넷 뱅킹이 지점이나 콜센터와 같은 주요 채널로 급부상해 차차 물리적 지점 없이 인터넷에만 기반을 둔 전문은행들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1세대 인터넷 전문은행은 운영비용상의 이점에도 불구하고, 수신금리 위주의 고객 획득과 과도한 마케팅 비용 집행으로 비즈니스 모델의 본원적 장점을 살리지 못하고 도태한 경우가 많았다. 현재는 유럽의 ING 다이렉트(ING Direct), 미국의 앨리뱅크(Ally Bank)와 찰스슈왑뱅크(Charles Shwab Bank), 일본의 지분뱅크(Jibun Bank) 등 일부만이 성공 모델로 남아 있다.
그렇다면 한국형 인터넷 전문은행의 성공 요소는 무엇일까? 정부의 의도대로 은행업에서 차별화된 모델로 혁신을 주도하고, 금융소비자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하고 해외 진출까지 성공하기 위한 조건은 몇 가지가 있다.
첫째, 기존 오프라인 기반 은행 또는 기존의 인터넷·모바일 뱅킹 서비스와는 근본적으로 차별화된 고객 경험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금융 거래와 상품 구매에서 획기적인 고객 편의성을 제공해야 한다. 금융상품을 추천할 때도 고객의 니즈에 맞는 맞춤화된 상품을 적시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모든 IT 기기들이 모바일 기기로 통합되고, 시간과 장소에 구애되지 않는 유비쿼터스 경험을 제공하는 것으로 진화하고 있다. 또 빅데이터를 활용한 분석 역량은 빠르게 진화하는 가운데, 분석 비용은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한마디로 스마트폰을 통해 안방에서 상품을 구매하는 아마존의 경험과 같거나 그 이상인 고객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기존 은행은 대규모 지점망을 통한 인바운드 판매에는 익숙해 있으나 금융 고객에 대한 아웃바운드 세일에는 매우 소극적이다. 특히 모바일 채널을 통한 판매에는 아직 익숙하지 않다. 이러한 점을 적극적으로 파고들어 차별화된 ‘와우!’ 경험의 창출 여부가 주요 성공 요소가 될 것이다.
예대금리차보다 수수료 수입비중 집중해야
둘째, 인터넷 전업은행의 매출 구성에서 예대 금리 차이에 기반한 순이자마진(NIM)의 비중을 줄이고 수수료 수입 비중을 대폭 늘려야 한다. 은행업은 자본 적정성 요구 때문에 대출 자산을 늘리면 지속적으로 막대한 자본이 필요하게 된다. 후발 주자인 인터넷 전문은행이 기존 은행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자본을 지속적으로 조달해야 하는데 이는 매우 도전적인 과제다. 초기부터 수수료 수입 확대 방안을 모색해 NIM과 적정 비율을 가져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방카슈랑스와 투자 상품에서 혁신적인 판매 모델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벤트 및 상황별로 고객의 니즈를 세분화해 보험 상품을 모바일로 적시 제공하는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예를 들어 공항에 도착한 고객에게 모바일로 여행자 보험을 판매하는 것을 들 수 있다. 펀드와 같은 투자 상품의 판매에서도 통계적 분석 알고리즘을 적용해 투자 포트폴리오를 자동 조정해 주는 자산 관리 서비스를 고려해 볼 수 있다.
셋째, 비용 효과적인 고객 기반의 획기적인 확장을 들 수 있다. 과거에는 단순히 수신금리를 높게 주고, 막대한 광고를 통해 고객을 획득하는 사업모델이었다. 이제는 이러한 구조에서 탈피해 이종산업(IT, 통신, 유통 등)과 다양한 제휴를 통해 이들의 고객을 인터넷 전문은행의 새로운 고객으로 단기간에 상당한 규모로 비용 대비 효과적인 방법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이종산업 업체의 다양한 고객 접점에서 인터넷 전업은행의 계좌 개설을 가능케 하는 마케팅, 프로세스, 인센티브 체계가 정교하게 갖춰져야 한다.
이종산업 제휴 통한 고객 확보 관건
넷째, 단순히 고금리 수신에 의존한 자금조달보다는 저원가성 수신을 대규모로 유치해야 한다. 오프라인 기반의 기존 은행과 비교해 어느 정도 경쟁력 있는 자금조달 비용 구조를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가능하게 하려면 요구불 예금계좌 기반의 결제 서비스를 활성화시켜야 한다. 특히 최근 발전하고 있는 모바일 결제 서비스를 위치 기반의 마케팅과 결합해 다양한 마케팅 혜택을 제공하고 결제계좌에 연동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다섯째, 정부안에서도 언급됐듯 고객 정보 보안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인터넷 전문은행들은 차별적 고객경험을 창출하기 위해 금융 거래 및 상품 구매 프로세스를 단순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가운데 본인인증이나 부정사용방지시스템(FDS, Fraud Detect System)은 취약성을 내포하고 있다. 아직 비대면 실명 거래가 고객들로부터 완전한 신뢰를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인터넷 전문은행의 고객 정보 유출이 발생한다면 초기 인터넷 전문은행 브랜드에는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여섯째, 위에 언급한 여러 조건을 만족시킬 수 있는 유연하고 비용 효율적인 IT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 한국형 인터넷 전문은행 모델은 이종산업과의 제휴 등을 기반으로 하면서 기존 금융 서비스와는 차별적인 고객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새로운 서비스 등이 지속적으로 개발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러한 사업모델 조건을 인터넷·모바일 상에서 실현하는 일은 매우 도전적인 과제다. 따라서 인터넷 전문은행 출범 이전부터 이러한 IT 시스템의 구현 방안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가 진행돼야 하며 비용 효율적인 IT 투자방안들이 강구돼야 한다.
요약하면, 한국형 인터넷 전문은행의 성공 요건은 비즈니스 모델 측면에서 고객 경험, 매출구조, 비용구조, 고객 보안, IT 시스템 등과 같은 요소가 중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요건 외에도 주요 주주의 지속적인 출자 능력, 경영진의 혁신 의지, 실행과정에서의 문제해결능력, 컨소시엄 구성 시 협력모델과 의사결정구조 등이 필수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글 조영서 베인앤컴퍼니 금융부문 대표 파트너
[본 기사는 테크엠(테크M) 2015년 8월호 기사입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매거진과테크M 웹사이트(www.techm.kr)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인터넷 전문은행, 총성없는 전쟁의 승자는 누구?
▶[관련기사] 인터넷 전문은행 승부처는 '중금리 대출 시장'
▶[관련기사] 인터넷 전문은행, 빅데이터 분석이 특화전략 핵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