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힐 권리, 역사 지우는 권리로 악용되면 안돼"

최광 기자
2015.09.11 18:50

'잊힐 권리 국제 컨퍼런스' 개최…잊힐 권리 법제화 우려

'정보삭제 권리의 올바른 인식을 위한 국제 컨퍼런스'에서 황창근(왼쪽부터) 홍익대 교수, 이인호 중앙대학교 교수, 마틴 후소벡 유럽 정보사회 연구소 연구원, 로레나 야우메-팔라시 루드비히 막시밀리안 대학교 박사가 '잊힐권리'에 대해 토론을 하고 있다.

"잊힐 권리가 역사를 지우는 권리가 돼서는 안됩니다."

11일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진행된 '정보삭제 권리의 올바른 인식을 위한 국제 컨퍼런스'에서 로레나 야우메-팔라시 루드비히 막시밀리안 대학교 박사는 "잊힐 권리가 공공성을 제한할 권리가 되어서는 안된다"며 "복잡해지는 현대 사회에서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을 구분하는 것이 모호해지는 만큼 잊힐 권리의 강조가 역사를 지우는 일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컨퍼런스는 프라이버시정책연구포럼이 주최했으며,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후원했다.

잊힐 권리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공적인 영역에 대해서는 잊힐 권리를 제한하고, 사적인 영역에서는 잊힐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도 역사를 지우는 일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야우메-팔라시 박사 "사적인 연애편지도 300년이 지나면 과거 사람들의 인간관계를 보여주는 사료가 될 수 있다"며 "사적인 영역이 시간이 지나면 공적인 영역으로 변할 수 있는 만큼, 잊힐 권리를 보장할 수 있는 사적 영역의 개념도 모호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잊힐 권리가 우리 사회의 건강성에 대한 믿음이 사라졌기 때문에 대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야우메-팔라시 교수는 "30명만 있는 작은 마을에 한 소년이 축제 때 큰 실수를 해 온 마을 사람들이 그 일을 모두 기억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수십 년이 지나 소년이 청년이 됐을 때, 그 실수를 이유로 불이익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며 "무지가 불법적인 차별을 막는 최선이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황창근 홍익대학교 법과대학 교수도 "사람들은 표현의 자유가 확대되는 것을 원하지만,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기록은 삭제하기를 원하는 이중적인 잣대를 가지고 있다"며 "사회적으로 망각에 대한 요구나 필요성이 중요해지고는 있지만, 법적인 권리성은 미흡하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잊힐 권리는 불법정보의 삭제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적법하게 공표된 정보를 검색결과에 노출되는 것을 막아달라는 것"이라며 "현재 시점에서 불법정보는 형법(명예훼손)과 언론 관련 법률, 개인정보보호법 등으로 충분히 다뤄지는 만큼 여기서 다뤄지지 않는 권리라면 '입법불비'가 아니라 입법할 필요성이 없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미 우리 사회는 개인정보와 명예훼손 등에 대해 강력한 입법체계를 갖추고 있어 더 이상의 입법은 불필요하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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