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떨어지면 진다, 이밖에 게임의 룰은 없다. 드론(Drone, 무인항공기)끼리 공중에서 밀치는 등 거친 몸싸움을 통해 상대방을 바닥에 추락시키면 승기를 잡는 대회 '2015 드론파이트클럽'이 국내에서 처음 열린다.
해외에선 이미 '게임 오브 드론' 등의 타이틀로 약 4~5년 전부터 드론 격투 대회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드론 제어용 반도체 칩셋을 제조하는 인텔, 통신칩을 만드는 퀄컴 등의 첨단기업들이 공식 후원사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드론은 85%가 군용시장에 집중돼 있지만, 최근 일반 소비자 시장이 점차 확대되면서 아마존, DHL 등의 '택배용 드론'과 같은 배송 시장도 곧 열릴 전망이다. 대회는 이 같은 경제적 가치뿐만 아니라 교량·첨탑·송유관 등 원격 점검, 실종자 수색, 농작물 모니터링, 산불·밀렵 감시 등에서도 맹활약하고 있는 드론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기 위해 마련됐다. 격투 뿐만 아니라 레이싱 및 재난구조 등 다양한 방식의 대회가 국내외에서 열리고 있다.
대회를 기획한 이는 온라인동호회 ‘드론마니아’ 운영자이자 사물인터넷(IoT) 벤처기업 매직에코에서 근무하는 김용현 씨. 김 씨는 "전 세계적으로 드론 활용분야가 점차 확대되면서 최근에는 스포츠 분야로도 뻗어나가고 있다"며 "튼튼하고 성능이 좋은 드론은 비싸다는 편견을 깨고 다양한 드론이 나오기를 기대하는 마음에서 이 대회를 준비한 것"이라고 말했다.
드론파이트클럽은 내달 11일 국립과천과학관 무한상상실 앞 야외 경기장에서 열린다. 개인전(20팀)과 함께 한쪽이 비행 불능 상태가 되면 끝이 나는 데스매치(10팀) 등 두 종목으로 나눠 진행한다. 직접 제작한 드론과 상용 드론이라도 조종자의 개조작업을 거쳤다면 참가자격이 주어진다.
이번 대회 관전포인트는 전동드릴을 단 드론부터 탱크처럼 단단한 특수소재로 육탄전에 나서는 드론 등 출전팀 기체의 특징과 전략을 알아보는 것이다.
1, 2위가 유력한 우승 후보팀으로 △FT-Stone(소속: 드론레이서클럽, 참가자: 송근목) △핵주먹(Team Dronepilot, 정재환) △Friend(RCfriend, 김경열) 등이 꼽힌다. 드론 관련 각종 대회에서 상을 휩쓴 이력을 가진 팀이다. 하지만, Abel(장석항공과학고, 김우엽), Linker(창원중앙고등학교, 김기성) 등 학생팀의 번뜩이는 디자인 아이디어도 기대돼 경기 결과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29일 기준 출전의사를 밝힌 팀은 총 14개팀이다.
참관객들의 안전을 위해 드론 공중전이 벌어지는 경기장(8×8×5m)은 이중 그물이 설치된다. 경기진행의 박진감을 더하기 위해 경기장에는 스펀지 미사일 및 물·비눗방울탄 등을 발사할 수 있는 장비가 설치된다.
대회에 참가하는 드론은 500급(대각선 모터간격 500mm) 이하 모든 종류의 멀티 콥터이다. 이는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피자박스 정도의 크기이다. 기체가 추락했을 경우 프로펠러 손상을 막기 위한 프롭가드 등 기타 부착물에 대한 사이즈 규정은 없다. 다만, 참가 기체는 불을 내뿜는 공격 무기와 외부 그물의 격자 간격(3×3cm)을 통과 하는 작은 발사체 사용을 금하고 있다.
대회시간은 10분. 드론 배터리 용량이 매우 작은 탓이다. 한번 충전으로 보통 소형은 5~7분, 대형이라도 20여분 정도 밖에 날릴 수 없다.
한국드론산업협회 관계자는 "드론 격투 대회는 e스포츠라는 문화와 프로게이머라는 새로운 직군을 만든 온라인게임처럼 새로운 장르의 스포츠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