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GDP를 넘어 새로운 성장지표 필요

[MT시평]GDP를 넘어 새로운 성장지표 필요

박양수 대한상공회의소 경제연구원장
2026.04.20 02:00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소득과 자산의 불평등에 대한 문제의식이 커지면서 양극화 해소는 주요 정책과제로 자리 잡았다. 기후위기의 현실화로 각국이 2050년 전후 탄소중립을 목표로 내세우면서 탄소배출 감축 역시 핵심 과제가 되었다. 기업 차원에서도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인식이 강화되며 ESG 경영이 확산되고, 공시를 통해 사회적 가치 창출이 정책의 평가체계 안으로 들어오고 있다.

한편 저출생과 노동력 감소로 잠재성장률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AI(인공지능) 전환과 첨단산업 육성을 통한 성장 전략이 강조되고 있다. AI는 생산성을 높이는 동시에 필요 노동량을 줄여 사회 전반의 여가를 확대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물론 비자발적 실업자에게는 이러한 변화가 큰 부담이 될 것이다. 아울러 수도권 집중이 심화되면서 지역균형발전 역시 중요한 정책 목표로 부상하고 있다.

이처럼 불평등, 기후, 기업의 사회적 책임, AI와 노동, 지역균형발전 등 다양한 과제가 동시에 제기되는 상황에서 기존의 GDP(국내총생산) 지표는 정책 목표를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 예컨대 연간 2%의 성장률 달성을 목표로 설정할 경우, 단기적으로는 재정을 동원해 GDP를 끌어올리는 정책이 선택될 수 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환경오염이 심화되고, 불평등이 확대되며, 기업의 사회적 가치 창출이 위축된다면 실질적인 사회후생은 오히려 감소할 수 있다.

물론 지니계수나 탄소배출량과 같은 보조 지표들이 존재하지만, 이들은 각각 분절적으로 작동하므로 정책 간의 우선순위를 통합적으로 판단하는 데 제약이 따른다. 정부가 재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기 위해서는 GDP처럼 단일한 기준 아래 소비, 환경비용, 사회적 가치 창출을 모두 화폐 단위로 포괄하는 새로운 지표가 필요하다. 이러한 지표가 구축된다면 기업의 사회적 기여, 환경 정책, 지역균형발전 전략을 하나의 공통된 척도 위에서 평가할 수 있고, 정책 효과에 대한 비교·선택도 훨씬 정교해질 것이다.

최근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강조했듯이, 이제 성장의 개념은 단순한 GDP 증가를 넘어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창출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GDP를 보완하는 새로운 성장지표 논의가 본격화될 필요가 있다.

새로운 성장지표 구축 외에 환경·사회·불평등·지역·기술변화까지 통합적으로 반영하는 거시모형 구축도 병행해야 한다. 예를 들어 기후기술 투자가 환경비용을 줄이는 동시에 새로운 산업과 시장을 창출해 성장에 기여하는 경로, AI 도입이 여가를 확대해 후생을 높이지만 비자발적 실업 확대로 후생을 저해하는 메커니즘도 함께 반영해야 한다. 지역균형발전이 총요소생산성을 높이고 통근시간을 줄여 삶의 질을 개선하는 효과 역시 모형에 포함해야 한다.

이러한 통합적 틀이 마련될 때 비로소 다양한 정책 목표가 상충이 아닌 조정의 대상이 되고, 한정된 재원과 자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배분할 수 있다. 이제는 성장의 '양'이 아니라 '질'을 측정할 수 있는 새로운 지표를 설계해야 할 시점이다. 학계와 연구기관이 이 과제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를 기대한다.

대한상공회의소 경제연구원  박양수 원장
대한상공회의소 경제연구원 박양수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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