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16년도 경제 정책 방향에서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말기 유통법)의 시행 기조를 대폭 유연화 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목적은 소비 증진. 당장 내년 1월부터 이동통신사의 현상경품 지급을 허용하고, 신용카드사와 연계한 단말기 할인을 활성화할 방침이다. 또 20% 요금할인 안내를 의무화하고 위반 시 조사 및 제재를 강화하기로 했다.
여기까지는 문제가 없다. 문제는 지원금 상한선 문제를 포함한 단말기 유통법 전반에 대한 재논의도 실시하겠다는 대목이다. 미래창조과학부나 방송통신위원회와 사전 교감 없이 나온 것으로 알려지면서 규제 당국이 손발이 안 맞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과 시민단체에서는 이러한 조치로는 미흡하다며 단말기 유통법 완전 폐지까지 주장하고 나섰다.
규제 당국의 엄격한 법 적용으로 인해 이통사들의 자율적인 마케팅 활동이 위축됐다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다. 더욱 이동통신 3사가 모두 비슷한 요금제에 비슷한 휴대폰을 팔고 있는 시장이 돼버린 것은 문제다.
애플이 시행한 중고폰 선(先) 할인제도는 국내 이동통신사들이 먼저 도입했음에도 1년도 되지 않아 폐지됐고, 온 가족이 하나의 통신사를 이용하면 휴대폰 구매시 할인해주던 ‘가족결합 할인혜택’도 사라지는 등 차별화된 마케팅이나 경쟁 요소가 없어졌다.
하지만 단말기 유통법을 소비증진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 적절한지 아닌지는 조금 더 생각해볼 문제다.
무엇보다 휴대폰 교체가 지나치게 잦은 이용자들이 독식하던 과도한 지원금을 공평하게 분배하자는 애초 입법 취지가 고려되지 않은 채 소비 증진을 내세우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 다시 휴대폰 과소비가 일상화되고 정보에 빠른 이용자들이 과실을 독식하는 단말기 유통법 이전 시기로 되돌아간다면, 그때 벌어질 시장 혼란에 대해 정부는 무어라 말할 것인가. 정책은 또 다시 갈지자 걸음을 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소비 증진에 단말기 유통법을 활용할 지보다 휴대폰 시장의 유통질서를 확립하겠다는 정부의 정책 목표가 달성됐고, 그래서 시장 자율에 맡길 때가 된 건지 우선 밝혀야 한다. 단말기 유통법이 이제 겨우 정착된 상황에서 선거용 인심 쓰기로 법을 고무줄처럼 늘여서는 안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