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종종 다른 부서 사람과 일하는 건 피곤한 일이다. 저마다 시각이 다르기 때문에 상대방 설득에 꽤 많은 시간을 써야 한다. 성과마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다음 협업은 더욱 어려워진다. 정부와 대기업처럼 대규모 관료제 조직에서는 이런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협업은 고사하고 정보 공유조차 이뤄지지 않기도 한다. 오죽했으면 역대 정부의 공통된 숙원 사업 중 하나가 ‘부처 간 칸막이 해소’였을까.
아쉽게도 현 정부의 칸막이는 그대로인 것 같다. 지난달 문화체육부와 미래창조과학부는 2017년까지 국내 게임 신산업을 1조원 규모로 키우기 위한 전방위적인 지원책을 발표했다. 가상현실(VR) 게임 개발 지원을 중심으로 게임 관련 규제까지 풀겠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불과 6일 만에 보건복지부가 인터넷·게임 중독에 질병코드를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게임을 중독유발물질로 규정하겠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정부와 게임업계간 또다시 갈등을 유발 시키는 발언이다. 업계에선 게임만으로 중독이 유발된다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며 반발해왔다. 중독이 아닌 과몰입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논란이 증폭되자 게임산업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즉각 반대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게임업계에서 그다지 낯선 풍경은 아니다. 불과 석달 전에도 복지부의 일방적인 행보에 문체부가 반발하고 나선 일이 있다. 당시 복지부는 게임이 중독을 유발한다는 내용의 공익광고를 유포해 논란을 빚었다. 복지부는 문체부의 반발과 업계의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광고를 내렸다. 게임중독 광고 촌극은 지난해 1월에도 똑같이 벌어졌다. 게임사 관계자는 “게임을 만들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부처에 따라 맡은 업무와 역할이 다르다. 자기 일에 집중하는 걸 이기적이라고 비난할 순 없다. 하지만 부처 간 의견 교환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은 큰 문제다. 같은 조직 내에서 입장이 엇갈린다면 당사자들은 자주 만나야 한다. 서로의 주장을 밝히고 치열하게 토론해야 한다. 왜 우리 정부 부처들은 언론 보도 이후 얼굴을 붉힐까. 미리 만나지 못하는 이유라도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