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통 바둑과 인공지능(AI) 이야기다. 이세돌 9단과 구글의 AI로봇 알파고의 대결 때문이다. 대결을 앞두고 이런 우스갯소리가 나왔다. "설마 정부가 당장 AI산업 육성하겠다고 나서는 것 아니냐."
아뿔싸. 예상은 현실이 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4일 인공지능을 집중 육성하기 위해 '인공지능 응용·산업화 추진단'을 설립, 향후 5년간 연 100억원 규모의 예산을 추가 지원키로 했다고 밝혔다.
왜 '우와'가 아닌 '아뿔싸'일까. 관 주도의 산업 육성 정책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위에서 내려오는 '톱다운' 방식의 정책은 양적인 지표나 외형적 성과만을 강조하기 마련이다. 출판산업진흥정책이 단적인 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공공도서관 건립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다. 그런데 일단 개수를 늘리는데 치중할 뿐 내실이 부족하단 평가다. 한 지방자치단체 공공도서관 관계자는 "분관이 늘어나면서 직원을 추가로 파견해야 하는데 인력도 예산도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동네서점을 살린다는 취지로 만든 '문화융성카드'도 '빛좋은 개살구'란 비판이 이어진다. 동네서점에서 책을 구매하면 15%까지 환급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카드 전월 이용 실적에 따라 최대 월 2회까지만 가능했다. 할인한도도 '건당 5000원까지'란 조건이 붙었다.
동네서점을 운영 중인 A씨는 "저 카드를 쓰려면 새 계좌를 만들어야 하는데 누가 일부러 만들까 싶다"며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정작 공급률 논쟁이나 중고책 시장 확대에 따른 건전한 출판유통을 위한 논의는 없다.
영화 '터미네이터', '매트릭스' 등 인공지능 시대를 그린 문화콘텐츠도, 구글의 '알파고'도 미국 정부 주도로 탄생하진 않았다. 아니나다를까, 정부가 AI산업을 육성한다는 기사에는 "눈먼 돈만 생기는 것 아닌가", "국가 미래정책이 이슈에 팔랑거린다", "정부가 손대면 필패다" 등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AI산업이 미래의 먹거리임을 부정할 순 없다. 하지만 양보다 질이다. 많은 문화콘텐츠 정책도 양보다 질을 앞세운 방향전환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