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했으니 너도 당해봐'…사이버 폭력의 굴레

김지민 기자
2016.05.19 03:39

[u클린 2016]<4>사이버폭력 가해경험 있는 학생들 3.5%p↑…피해자 절반이 가해자

[편집자주] 머니투데이가 건전한 디지털 문화 정착을 위해 u클린 캠페인을 펼친 지 12년째를 맞았다. 과거 유선인터넷 중심의 디지털 세상은 빠르게 그 범위를 넓히고 있다. 이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차원을 넘어 사물과 사람, 사물과 사물을 연결한다. 인공지능은 발전을 거듭해 바둑에서도 사람을 넘어섰다. 드론은 정보수집, 물류, 이동수단 등으로 발전하고 있다. 우리 사회가 정보화 사회를 넘어 지능화 사회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는 것이다. 기술의 발전은 인류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그 반대 편에는 짙고 넓은 그림자가 함께한다. 과거에는 사이버 폭력과 해킹 등 부작용이 유선 인터넷 세상에서 제한적으로 이뤄졌지만 오늘날에는 시공간을 초월해 발생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ICT 기술발전이 빨라지면서 사이버 부작용은 이제 인류 사회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게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올해 u클린 캠페인은 지능화 사회에 대비한 올바른 디지털 윤리 문화를 집중 조명해봤다.

“조잡한 말이 사람을 죽일 수도 있습니다. 당신은 혹시 예비 살인자는 아닙니까?”

학교폭력 문제를 다룬 영화 ‘우아한 거짓말’에서 주인공 천지가 국어 수행평가 시간에 발표했던 이 말은 결국 현실이 됐다.

친구들 사이에서 이름 대신 울언니란 별명으로 불리며 은따(은근한 따돌림)를 당하던 소녀는 친구들의 따돌림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비단 영화 속 얘기만은 아니다. ‘창살 없는 감옥’으로 불리는 사이버 폭력의 지옥에서 시달리고 있는 내 주변의 친구, 동료들이 없지 않다.

◇“사이버 폭력 해봤다” 응답율 증가…피해 후 대응은 ‘소극적’=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인터넷진흥원이 발표한 ‘2015년 사이버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초중고학생 10명 중 1명(17.2%)이 사이버폭력 피해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7.5%는 가해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 조사는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 학생 3000명과 만19세 이상 성인 1500명 등 5000명을 대상으로 했다.

사이버폭력은 사이버(인터넷, 휴대전화 등) 공간에서 언어, 영상 등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피해나 불쾌감을 주는 행위를 말한다. 사이버상에서의 언어폭력, 스토킹, 명예훼손, 성폭력, 신상정보 유출, 따돌림 등이 해당된다. 사이버폭력을 가하는 방식으로 ‘언어폭력’ 비중이 15.8%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보다 3.4%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사이버 따돌림, 사이버 명예훼손, 사이버 스토킹 등으로 폭력을 가하는 비중도 1년 새 더 높아졌다.

폭력을 가하는 대상은 ‘인터넷 아이디나 닉네임을 알고 있을 뿐 실제 상대가 누구인지 모르는 사람’이 48.9%로 가장 많았고 ‘내가 평소에 알고 있던 사람’이 47.1%를 차지했다. ‘같은 학교에 다니는 친구나 선·후배’도 29.5%에 달했다.

/반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천지(가운데)를 앞에 두고 친구들은 스마트폰 메신저로 천지에 대한 험담을 한다. /영화 '우아한 거짓말' 화면 캡쳐

폭력을 당하는 쪽도 마찬가지다. ‘실제 누구인지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사이버폭력을 당했다는 응답이 56.7%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평소에 알고 있던 사람’이라고 답한 학생들은 31.9%였다.

성인도 학생들의 경험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응답자 중 22.3%가 사이버폭력 피해경험이 있고, 17.9%는 가해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피해 경험은 지난해보다 줄었지만 가해 경험은 오히려 증가했다.

폭력의 유형 중에선 ‘언어폭력’으로 가해를 하거나 피해 입은 경우가 가장 많았다. 특히 명예훼손, 스토킹, 신상정보유출, 성폭력의 방식으로 가해하는 경우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성인들의 경우 ‘게임이나 채팅, 카페 등 온라인상에서 알게 된 사람’과 ‘친구, 선후배’ 등 주변인을 가해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학생들과 달랐다. 사이버 폭력을 가하는 이유는 ‘주변에서 함께 하므로,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해’가 38.1%로 가장 높았고, ‘상대방이 먼저 그런 행동을 해서 보복하기 위해서’라는 응답이 35.8%로 그 뒤를 이었다.

◇“피해경험 있는 사람 중 절반이 가해경험”=이번 조사를 통해 나타난 특징 중 하나는 가해경험과 피해경험 간 상관성이 발견됐다는 점이다. 사이버폭력을 당한 자가 또다시 누군가를 가해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되면서 폭력이 근절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사에 따르면 사이버폭력 가해경험이 있는 학생들 중 51.7%가 사이버폭력 피해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사이버폭력 피해경험이 있는 학생들 중 47.4%는 사이버폭력 가해경험을 갖고 있었다. 가해경험이 있는 성인들도 67.5%가 사이버폭력의 피해를 경험했다.

사이버폭력 피해를 경험한 학생들은 ‘가해자에게 복수하고 싶었다’, ‘우울하고 불안하거나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등 부정적 심리상태를 경험했다고 응답했으나 아이디나 이메일을 삭제하거나 변경(39.1%)하는 등 소극적 태도를 취했다. 어떠한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는 응답도 27.5%로 높은 편이었다.

전문가들은 과거보다 낮은 연령대부터 스마트 기기를 통해 사이버 환경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아 예방교육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사이버윤리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한국정보화진흥원(NIA)의 사이버윤리팀 박종선 팀장은 “이전과 달리 어린 나이에 인터넷 환경에 노출되면서 사이버 윤리교육의 필요성이 더 높아지고 있다”며 “사이버상에서도 오프라인에서와 마찬가지로 타인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태도를 유아, 청소년기 교육을 통해 길러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초, 중,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정보윤리학교, 인성교육 특강, 창작음악제 등을 운영하고 있다. 일선 교직원들을 대상으로 인터넷윤리 교육을 위한 교육방식 공모전도 매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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