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출발선 밟은 '국내 1호 AI박사'…"나라 지키는 심정으로 인재 뽑는중"

대담=성연광 정보미디어과학부장, 정리=김지민 기자, 사진=이기범
2016.09.12 03:00

[머투초대석]김진형 AIRI 초대원장 "SW교육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아"

“개발자들이 최고 대접을 받는 연구소를 만들고 싶다.”

김진형 지능정보기술연구원(AIRI) 초대원장의 포부다. 다음달 공식 출범할 지능정보기술연구원(AIRI)는 국내 첫 민간주도 인공지능(AI) 연구소다. 네이버,삼성전자,SK텔레콤,LG전자,KT,한화생명,현대차등 7개 기업이 각각 30억원씩 출자해 설립된다. 연구원의 비전은 명확하다. 출자사들이 활용할 수 있는 AI 기술을 개발하면서 공익적인 연구과제도 수행한다. 정부는 5년간 매년 150억원의 국책과제 형태로 힘을 보태기로 했다.

지난 8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에 위치한 글로벌R&D센터 5층 연구소에서 김진형 AIRI 초대원장을 만났다. 1세대 컴퓨터 프로그래머인 김 원장은 1983년 미국 UCLA에서 인공지능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국내 대표 SW(소프트웨어) 학자다. 카이스트에서 30년간 후학 양성에 매진해온 학자이자 외부에는 SW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실천가이기도 하다. 김 원장은 현재 AIRI호를 함께 이끌어갈 국내외 AI 전문가 채용에 몰두하고 있다. 그가 내세운 채용원칙은 ‘코딩 테스트’다. 누구라도 진짜 실력을 검증해야만 승선시키겠다는 것. 이를 통해 대한민국 최고의 AI 개발 메카로 도약하겠다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국내 첫 AI 연구소를 이끌어 가게 된 소감부터 듣고 싶습니다.

▶막대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지능정보기술은 4차산업혁명의 핵심이기 때문입니다.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꼭 해내야만 하는 일입니다. 이순신 장군이 13척의 배로 나라를 지키러 나가는 심정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같이 죽을 병사를 모으는 심정으로 연구원을 뽑고 있습니다. 몇 년 후에 국가나 우리 기업들이 큰 연구사업을 할 곳을 찾을 때 우리 연구원이 가장 먼저 떠오를 수 있도록 기틀을 잡을 생각입니다.

-연구원 첫 과제로 ‘지능적 동반자’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신다면요.

▶AI 연구는 특정분야로 접근하지 않으면 기초학문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어떤 말이든 다 알아듣고 어디에나 쓰이는 범용 지능시스템 구축은 현재 기술로는 요원한 일입니다. 자연어로 대화하는 기본 기술을 토대로 특정 전문분야에 응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 계획입니다. 예컨대 특정 자동차의 매뉴얼을 익혀서 이용자가 해당 자동차에 대해 물었을 때 답을 주는 형태를 생각해 볼 수 있겠죠. 금융쪽에서는 콜센터에 AI를 적용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사람이 모든 전화를 응대하지만 단순 대답을 요하는 간단한 것은 AI가 하고 복잡한 것은 사람이 할 수 있는 날이 올 겁니다.

-기존 정부출연연구기관과는 어떻게 차별화할 것인가요.

▶주식회사이지만 정부 지원을 받기 때문에 고민이 많아요. 일각에서는 왜 기업들이 정부지원을 받느냐는 얘기도 있고요. 전 세계는 지금 AI투자에 몇 조원을 쓰는데 우리는 딸랑 200억원으로 뭘 할 수 있겠느냐는 핀잔을 주는 분들도 있고요. 솔직히 면도칼 위에 서 있는 기분입니다. 연구원 정관 1조에 ‘중소기업 돕고 공익성 있는 연구를 하자’고 못 박았습니다. 7개 출자회사가 투자자인 동시에 좋은 고객이 돼 줄 거라고 생각합니다. 각 출연연들은 중장기적인 기초과학이나 요소기술 개발에 집중하지만 우리는 기업들이 가져다 쓸 수 있는 응용·실용기술 개발에 주력할 예정입니다. 특정 요소기술들이 당장 필요하다면 잘 할 수 있는 중소 기업이나 외부 기업에 용역을 줄 수도 있죠.

소프트웨어(SW) 업계 권위자인 김 원장의 입에서 유독 많이 나오는 단어가 있다. ‘SW’와 ‘교육’이다. 2013년부터 AIRI로 오기 직전까지 SW정책연구소장직을 맡으면서 입에 달고 산 말이 ‘SW교육’이다. 김 원장은 평소 “한국의 SW활용도는 선진국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며 SW교육을 통해생산성을 높여야한다고 강조한다.

-그동안 우리나라 SW교육의 혁신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해 오셨는데 실제 어떤 변화가 있었다고 보시나요.

▶SW기술은 4차산업 혁명의 핵심기술입니다. SW 기술 중에서 사람처럼 할 수 있는 것을 AI라고 말합니다. 정부가 SW중심사회로의 진입전략을 세운 것은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부가 AI라 하지 않고 지능정보기술이라고 한 이유는 디지털 기술 전반에 투자하고 육성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봅니다. 초중고 SW교육을 의무화하도록 결정 한 것이 이 정부 최고의 치적이 아닐까 합니다.

-인재를 중요하게 여기시는데, AIRI는 어떤 인재를 뽑습니까.

▶맞아요. 가장 중요한 것이 사람을 모으는 일입니다. 현재 연구소 지원자가 100명 정도 되는데 제가 생각하는 방향의 지원자를 찾기 힘든 게 사실입니다. 좋은 인재에게 최고의 대접을 해주고 싶은데 적당한 인재가 생각보다 별로 없다는 것이죠. 우리 연구원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반드시 코딩 시험을 봐야 합니다. 진짜 실력을 평가하기 위한 것입니다. 바람이 있다면, 돈보다는 사회에 공헌해 보고 싶은 인재들이 많이 와주면 좋겠습니다. 올해 말까지 20~30명, 2018년까지 50명 정도 뽑을 계획입니다.

AI시대의 본격적인 도래에 앞서 교육의 중요성과 함께 대두 되는 화두는 경쟁력이다. 우리 나라가 미국, 중국 등에 비해 기술 수준이 현저히 뒤처진 상황임에도 경쟁력을 갖추고 갈 수 있는 틈이 과연 있을까. 김 원장은 “인공지능이 정확히 무엇인지 알고 가치를 이해하는 작업이 선행되지 않으면 경쟁력을 갖기 쉽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구글, IBM 등 글로벌 기업들 틈바구니 속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의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가 AI분야에서 경쟁력을 갖기는 결코 쉽지 않습니다. 몇십 년 동안 SW경쟁력 갖춰야한다고 노래를 불렀는데도 상황은 변한 게 많지 않습니다. 중국은 엄청난 인구와 자원으로 우리를 훌쩍 앞서고 있습니다. 이런 때에는 전략적인 판단이 필요합니다. AI는 전문가들에게 맡겨야 합니다. 전문가들이 모여 피 터지게 논쟁을 하면서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합니다. 그런 과정들이 차곡차곡 모여야 경쟁력 있는 전략적 토대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의 일자리를 뺏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고 사람들에게 더 많은 부와 여유를 줄 것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어떻게 보시는지요.

▶직업의 대체보다는 작업의 대체가 대세가 될 겁니다. 변호사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한 자료 검색업무를 AI가 대신하는 거죠. 의사를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질병의 가능성 분석을 대신해 주는 겁니다. AI가 생산성을 높여서 제품과 서비스의 가격을 낮춰 줄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인간이 먹고 살기 위해서 일할 필요는 없게 되는 겁니다. 대신 사람답게 사는데 더 많은 시간을 쓸 수 있겠죠. 지금의 AI는 경제와 사회에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사용되는 기술입니다. 최소한 15년 이내에는 인간에게 절박한 위협을 줄 만한 상황은 나오지 않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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