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아이폰 '주인'은 애플 아닌 소비자다

서진욱 기자
2017.12.29 03:00

현대인의 필수품 스마트폰은 일상을 지배하고 있다. 아침부터 잠들기 직전까지 스마트폰에서 벗어날 수 없다. 자주 사용하는 만큼 빈번하게 교체되는 전자제품이 바로 스마트폰이다. 통상 소비자들은 2~3년 주기로 새로운 스마트폰을 구매한다. 스마트폰을 바꾸기로 결정하는 이유는 크게 2가지다. 혁신적인 기능으로 무장한 신제품에 매료됐거나 사용하던 스마트폰에 이상이 생겼을 때다.

최근 애플이 아이폰 성능을 고의적으로 떨어뜨린 사실이 드러나 큰 충격을 안겼다. 그동안 악의적인 루머로 여겨졌던 일이 사실로 드러난 것. 애플은 지난해 12월부터 아이폰 운영체제(iOS) 업데이트를 통해 배터리 잔량이 적거나 낮은 온도에서 제품 운영 속도를 떨어뜨리는 조치를 취했다. ‘아이폰6·6S·SE’ 등에서 발생한 갑작스런 꺼짐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서였다는 해명이나, 상당수 사용자들이 지난 1년간 영문도 모른 채 성능이 떨어진 아이폰을 써야만 했다.

소비자들의 분노와 배신감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미국 전역에서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집단소송이 추진되고 있다. 애플에 우호적이었던 미국 IT 매체들마저 등을 돌렸다.

애플의 이번 조치는 철저히 소비자를 무시한 기만행위다. 애플은 제품 사용상 변화가 불가피한 결정을 내리면서도 소비자들에게 동의를 받기는커녕 알리지도 않았다. 아이폰 소유권은 애플이 아닌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들에게 있다. 아이폰을 사용하는 소비자 입장을 고려했다면 이처럼 황당한 결정을 내리진 않았을 것이다. 결국 ‘우리 결정이 최선’이라는 애플의 자만심이 논란을 자초했다.

애플은 지난 1년간 침묵하면서 아이폰 신제품 ‘아이폰8’과 ‘아이폰X(텐)’을 내놨다. 아이폰X엔 아이폰 출시 10주년을 기념하는 프리미엄도 붙였다. 두 제품을 구매한 아이폰 사용자들은 앞서 언급한 스마트폰을 바꿔야 할 2가지 이유 모두를 떠올렸을 가능성이 높다. 애플의 성능 저하 조치가 구형 제품 사용자들의 신제품 교체를 유도하기 위한 꼼수라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애플은 아니라지만 의심의 눈초리는 커져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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