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과학기술체제 통합 실패한 獨의 교훈

류준영 기자
2018.05.02 04:43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남북협력센터를 설치·운영하자."

"평양과학기술대와의 협력을 부활시키자.”

“남북과학기술협력 종합계획을 수립하자.”

4·27 남북정상회담 뒤 과학자들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올라온 의견이다. 과학기술계는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남북관계의 새로운 장이 열리고, 앞으로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평화정착에 가속도가 붙는다면, 다방면에 걸친 교류 협력이 추진될 것으로 기대한다.

북한도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 등에서 과학기술 개발을 강조하며 선진과학기술 도입과 대외 과학기술 협력의 필요성을 인정한 상태다. 남북화해 기류가 더해져 남북 간 과학기술협력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 무르익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통일 전후로 남북의 과학자들이 원활히 공동·협업연구를 할 수 있는 토대를 지금부터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지 않으면 독일과 같은 '통일 후유증'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에 따르면 독일은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통일이 이뤄지기까지 1년 간 과학기술 분야 통합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하지만 실효성 있는 대안을 내놓기엔 주어진 시간이 너무 짧았다. 이후 동서독 통일과정에서 급진적으로 이뤄진 과학기술체제 통합은 우수인력의 동독 이탈, 연구자의 새로운 시스템 부적응, 과학기술 인재양성의 어려움, 중소기업 수준의 연구규모 전락 등 각종 문제를 일으켰다.

동서독의 통일 과정에서 겪은 시행착오는 우리에게 다양한 시사점을 던진다. 먼저 서로 다른 체제의 통합은 반드시 충격을 동반한다는 점에서 이를 완화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드는 데 소홀해선 안 된다. 이를테면 우수한 연구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새로운 체제 적응이 어려운 그룹에게는 체제 전환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연계해 지원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또 시스템 전환 및 통합, 국가 연구소 구조조정, 연구원 평가 등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일례로 통일 독일 초기에 동독 연구개발 인력에 대한 평가는 준비가 부족한 가운데 급하게 이뤄져 큰 불만을 샀다. 이는 곧 핵심인재 국외 이탈로 이어졌다.

아울러 동서독 과학기술체제 통합과정에서 생성된 동독지역의 패배주의는 연구과제 공동추진, 과학기술인력 육성 등에 큰 어려움을 줬다. 이를 고려할 때 상호 간에 신뢰를 바탕으로 발전적 방향에서 과학기술통합문화를 우선적으로 조성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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