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9시 경기도 분당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지하. 이곳에선 전혀 새로운 세계가 펼쳐진다. 이동통신 3사를 대표한 현장 임원들은 고립된 공간에서 고독한 호가 전쟁을 벌인다. 라운드별 입찰 가격을 써내고, 다시 호가를 높일 지 여부도 결정해야 한다. 경매 결과에 따라 앞으로 수년간 통신시장에서의 운명이 달라질 수 있다. 경매에서 어느 주파수를 어느 가격에 제시할 지는 철저한 비밀이다. 경쟁사들이 원하는 주파수를 쉽게 가져가지 못하도록 하는 것 역시 주요 경매 전술이다. 때문에 상대방의 패를 미리 아는 것도, 상대방을 속이는 것도 필요하다.
실제 주파수 경매가 시작되면 한 라운드마다 피 말리는 수(數) 싸움이 펼쳐진다. 때문에 경매를 앞두고 통신사들은 다양한 경우의 수를 감안해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돌리는 것은 기본이다. 모의 경매를 진행하기도 한다. CEO(최고경영자)가 지휘하는 ‘워룸(war room; 상황실)’도 설치된다. 수시로 경매장과 연락을 통해 전략을 수정하고 돌발상황에 대응한다. 아예 경매사까지 영입해 전략을 짜기도 한다.
다만, 이번 주파수 경매에선 ㎒당 낙찰가를 3사 모두에게 동일하게 적용함으로써 상대 판돈을 높이기 위한 전법을 구사하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경매에서는 무엇보다 보안이 중요하다. 정부 입장에서도 기업들이 행여 담합을 하게 되면 경매 자체가 무산되기 때문에 철통보안 속에 경매를 진행된다. 이통 3사 현장 임원들은 오전 9시부터 6시까지 그날 경매가 끝날 때까지 TTA에 마련된 독자 방에 갇히게 된다. 개인 휴대폰도 모두 반납해야 한다. 경매가 진행되는 며칠 동안 특정 번호에만 걸 수 있는 ‘핫라인’을 통해 ‘상황실’과 통화만 가능하다.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도청장치가 있는 지 여부는 물론 녹화전용 CCTV도 설치했다.
식사 역시 도시락으로 대체한다. 외부 유출을 우려해서다. 도시락 배달업체 역시 보안을 검증한 지정 업체로 한정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예전 사례를 보면 입찰 전후로 통신 3사가 상대방의 패를 파악하기 위해 첩보전이 007 작전을 방불케했다”며 “다만 이번 5G주파수 경매는 경쟁사 부담을 가중하기 위한 ‘블러핑(포커 게임에서 상대를 기만하는 행위)’ 방지책들이 포함돼 있는 만큼, 과거처럼 기만 전술은 펼치기 어려울 것”이라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