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정만화부터 이태원클라쓰까지…공짜웹툰 ‘귀한몸’ 된 이유

이진욱 기자
2020.03.25 05:40

국내 웹툰 시장 연간 1조원 전망…영화 등 제2 창작물로 재탄생하며 시장 확대

카카오가 보유한 동명의 원작 웹툰으로 제작된 드라마 '이태원클라쓰'.

신과 함께, 내부자들, 미생, 치즈인더트랩, 이태원클라쓰...

두 시간안에 모든 이야길 담아야 하는 영화에서도, 두 달 이상 긴 호흡으로 끌고가야 하는 드라마에서도 웹툰은 통했다. 대중적 콘텐츠인 영화, 드라마로 성공을 거두며 업의 위상도 높아졌다. 배고픈 만화가는 옛말이 됐고, 억대 연봉의 웹툰작가는 초등학생 장래 희망 상위권에 오를 정도다. 포털의 구색을 맞추고 트래픽을 올릴 용도로 쓰이던 공짜 웹툰은 어느새 귀하신 몸이 됐다.

21일 종영한 '이태원 클라쓰'는 전국 16.5%(닐슨코리아, 유료가구 기준)의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시청률과 화제성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막판까지 신드롬을 일으켰다는 평가다. 드라마 인기 덕에 카카오가 보유한 동명의 원작 웹툰이 재조명되면서 지난달 누적 독자 수는 1300만명에 육박했다.

야후코리아·다음이 웹툰 선도…네이버·카카오가 시장 확장

만화 서비스를 최초 도입한 포털은 야후코리아다. 2002년 3월 '카툰세상'을 통해 양영순, 이말년, 주호민 등의 작가를 발굴하며 웹툰 서비스를 이끌었다. 이후 다음의 '만화속 세상'이 바통을 이어 받았고 2005년 네이버가 합류하며 국내 웹툰의 생태계가 조성됐다. 2003년 강풀의 '순정만화'가 히트를 치면서 장편 웹툰이 입지를 얻기 시작했다. 이후 윤태호의 '미생', 주호민의 '신과함께' 조석의 '마음의소리' 등이 잇따라 성공하며 웹툰 르네상스가 열렸다.

웹툰이 포털이라는 플랫폼을 기반으로 성장한만큼 네이버와 카카오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2014년부터 네이버 웹툰, 카카오 등이 첫 회 무료 게재 이후 유료화를 단행했고, 이때부터 광고 수익 의존도가 줄고 유료 결제가 늘었다. 웹툰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한 계기다.

올해 국내 웹툰 시장 규모는 1조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라인웹툰, 라인망가를 포함한 네이버웹툰의 지난해 거래액은 6000억원 수준. 카카오는 카카오페이지, 다음웹툰, 픽코마(카카오재팬)를 통해 거래액 4300억원을 넘겼다. 지식재산권(IP) 사업과 함께 웹툰의 유료결제, 간접광고(PPL) 등이 새 수익원으로 창출된 결과다.

드라마 '미생' / 사진제공=tvN
영화·드라마·게임까지 발 뻗는 웹툰…자체 제작 돌입한 포털

네이버와 카카오는 웹툰 IP 기반 영화와 드라마 제작, 게임 등으로 콘텐츠를 확장하면서 시장을 키우고 있다. 작품 기획부터 제작·유통까지 모두 도맡는다. 예전 웹툰 IP를 영상 제작자에게 팔거나 빌려주던 구조에서 탈피한 것이다.

네이버는 오리지널 IP스튜디오-웹툰 플랫폼-프로덕션으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를 완성했다. IP스튜디오의 작품을 네이버 웹툰에서 제공하고, 네이버 웹툰과 스노우가 공동 출자한 영상 제작사 플레이리스트, 스튜디오N을 통해 콘텐츠를 만든다. 스튜디오N을 통해 제작된 드라마가 '쌉니다 천리마마트', '타인은 지옥이다' 등이다. 이외에 스튜디오N에서 비질란테, 여신강림, 금수저 등의 웹툰이 드라마로 제작될 예정이다.

카카오는 2018년 3월 출범한 카카오M을 통해 카카오페이지의 콘텐츠를 영상화하고 있다. 다음웹툰 컴퍼니, 카카오페이지가 IP를 보유한 웹툰을 메가몬스터, 크리스피스튜디오, 월광, 쇼노트 등 카카오M 산하 제작사를 통해 자체 제작 중이다. 카카오는 강풀의 '아파트'를 영화화했고 이후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 드라마 '미생', '이태원클라쓰' 등 걸출한 흥행작을 배출했다.

웹툰은 게임으로도 재탄생하고 있다. '와라! 편의점', '삼국전투기', '갓 오브 하이스쿨', '히어로 칸타레' 등의 웹툰 IP가 게임으로 제작돼 출시됐다. 넥슨은 지난 1월 카운터사이드 출시를 앞두고 네이버웹툰 테러맨 작가와 협업해 만든 '카운터사이드: 오리엔테이션 데이'를 공개했다. 또 팩토리얼게임즈가 개발하고 라인게임즈가 서비스 예정인 모바일 RPG '슈퍼스트링'이 출시될 예정이다. 이 게임은 웹툰 제작사 와이랩의 웹툰 IP 약 15종의 캐릭터들을 3D 모델링으로 재해석했다.

네이버웹툰과 카카오페이지.
웹툰 강력한 경쟁력 앞세워…네이버·카카오 글로벌 시장 확대 총력

웹툰은 투자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경향이 있다. 작가의 아이디어만 있으면 고품질 콘텐츠를 만들어 낼 수 있어서다. 텍스트보다 그림 비중이 큰 덕에 글로벌 시장에서 언어 장벽을 낮추기도 수월하다. 웹툰은 영화, 드라마와 달리 내가 원하는 속도로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다. 끝날때까지 멈추지 않는 영화와 달리 웹툰은 스크롤 속도를 조절하며 즐길 수 있다.

또 웹툰은 영화, 드라마, 게임 등 2차 창작물로 제작하기 적합한 요건을 지녔다. 웹툰으로 이미 구축된 대중 인지도로 성공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드라마 '미생', 영화 '신과함께'가 대표적 케이스. 이미 스토리보드까지 전부 나와 있어 영상화하기에도 수월한 조건을 갖췄다.

이같은 웹툰의 경쟁력을 앞세워 네이버와 카카오는 글로벌 시장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네이버웹툰은 글로벌 전역에서 서비스중이다. 네이버는 2014년 글로벌 웹툰 플랫폼을 출시하며 글로벌 무대에 섰다. 구글플레이 앱마켓 만화 분야 수익 기준 전세계 100개 이상 국가에서 1위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4분기 네이버웹툰의 글로벌 월간 이용자 수는 6000만명을 돌파했다. 북미에서만 월간 이용자가 1000만명을 넘어섰다. 4분기 글로벌 전체 거래액은 전년 대비 60% 넘게 성장했다. 이 중 해외 비중이 20%다.

카카오도 카카오페이지, 다음웹툰, 픽코마(카카오재팬)를 통해 글로벌 웹툰 시장을 공략중이다. 픽코마는 내달 일본 시장 진출 4주년을 맞는다. 현재 일본 구글플레이 만화 매출 순위에서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카카오는 카카오페이지의 지난해 인도네시아 진출에 이어 올해 대만·태국·중국에서의 웹툰 서비스를 예고했다. 올해를 ‘K-콘텐츠의 글로벌 전파 원년’으로 삼고, 오리지널 IP와 수익화에 대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시장 확대를 이어간다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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