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과기정통부 '특별성과 포상금제' 제2회 수상자 조종영 과장·김상영 주무관
'예산 삭감 사태' 후 기초연구 생태계 복원·성과 확산 공로
"기초연구는 공공재…국민께 더 많은 성과 알릴 것"

"지금 이 순간에도 과학자들은 현장에서 묵묵히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분들이 불편 없이 연구를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저희 역할이죠."
국내 대학·연구기관에서 수행하는 모든 과학기술 분야 기초연구를 살피고 지원하는 조직이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초연구진흥과다. 기초연구진흥과를 이끄는 조종영 과장과 실무를 도맡은 김상영 주무관이 올해 제2회 과기정통부 특별성과 포상금제 수상자로 선정됐다. 특별성과 포상금제는 우수한 성과를 낸 공무원에게 1000만원 상당의 포상금을 지급하는 보상 제도다.
최근 서울에서 만난 조종영 과장과 김상영 주무관은 "과기정통부가 그만큼 기초연구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의미"라며 "더 노력해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어깨가 무겁다"고 했다. 두 사람은 국내 기초연구 생태계를 복원하고 성과 확산 체계를 마련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과학기술 R&D(연구·개발) 예산이 일괄 삭감된 2024년 '초유의 사태' 이후 정부의 변화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인만큼 그 의미가 깊다.

올해 기초연구사업 예산은 2조74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7.2% 증액됐다. 규모보다 중요한 건 연구자에게 돌아가는 '과제 수'다. 과제 수는 연구자 몇 명이 국가 R&D의 지원을 받아 연구하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실제 R&D 예산이 삭감된 2024년, 기초연구사업 예산은 오히려 약 670억원 늘었다. 문제는 과제 수였다. '연구 대형화' 기조에 따라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를 지원하던 소액 과제가 사라졌다. 과제 수는 2021년 1만5000여개에서 1만3000개 수준으로 떨어졌다. 여파는 2025년까지 이어졌다. 2025년 기초연구 과제 수는 약1만 1800여개였다.
두 사람은 국내 기초연구계가 우려로 들끓는 와중 투입됐다. 잃어버린 기초연구계의 신뢰를 회복하는 게 시급했다. 조 과장은 "R&D 예산이 늘었음에도 한번 꺾인 신뢰는 회복하기 어려웠다"고 회상했다. 고민하던 두 사람이 찾아간 곳은 각 분야 기초연구자들이 모인 학회였다. 조 과장은 "2025년 8월 발령 후 9월부터 12월까지 총 25회에 걸쳐 각종 학회, 연구자 간담회에 참석해 기초연구계를 만났다"며 "신뢰를 회복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을 최대한 많이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연구자들은 '다양한 연구를 특성에 따라 지원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모든 연구자에게 '억 단위' 연구비가 필요한 것은 아니며, 소액만으로 충분한 연구자가 있는가 하면 임상 등 대규모 지원이 필요한 연구자도 있다고 했다. 성과가 우수하다면 같은 주제로 오랫동안 연구할 수 있도록 후속 연구를 지원하자는 목소리도 나왔다.
지난해 12월 발표된 '기초연구 생태계 육성 방안'에는 이같은 연구계의 목소리가 담겼다. 2030년까지 전임 교원 수혜율 50%, 신진 교원 수혜율 70% 확보를 목표로 기초연구 투자를 확대하는 한편 우수한 연구자가 10년 이상 연구를 이어갈 수 있도록 후속 연구를 강화하기로 했다. 과제 수는 1만5800여개로 늘었다. 과제 선택의 폭도 넓어졌다. 연구 단가 중심의 '유형 A(연 1억원)·유형 B(연 2억원)·유형 C(연 3억원)'로 개편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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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온 변화에 연구계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김 주무관은 "한 학회장은 '앞으로도 쭉 이렇게만 되면 좋겠다'고 했다"며 "더 잘할 수 있도록 열심히 뛰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두 사람의 역할은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데서 끝나지 않았다. 목소리에 당위성을 부여해야 했다. 국가가 왜 기초연구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 수조 원에 이르는 나랏돈을 왜 기초연구에 투자해야 하는지를 행정 조직과 국회는 물론 납세자인 국민을 설득해야 하는 것이다.
조 과장은 "기초연구는 '비경합성'과 '비배제성'이라는 특징이 있다"고 했다. 공공재를 설명하는 경제학적 개념이다. 내가 더 소비한다고 해도 남의 소비가 줄어들지 않아 경쟁할 필요가 없고, 생산비를 부담하지 않은 주체라도 소비에서 배제할 수 없다. 기초연구도 마찬가지다. 같은 주제를 여러 명이 각각 연구하는 게 기초연구에서는 경쟁이나 낭비가 아니다. 여러 연구에서 특색있는 성과가 나오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나온 성과는 논문을 통해 또 다른 연구 분야나 산업 주체로 뻗어나간다. 연구자가 독점적으로 성과를 소유하지 않는다.
조 과장은 "공공재적 특성에 따라 기초연구는 국가가 절대적으로 필요로 하는 양에 비해 과소 공급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정부가 나서서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하는 이유"라고 했다.
하지만 여전히 대다수 국민은 기초연구계에서 어떤 성과가 나오는지 알지 못한다. 기초연구진흥과가 '성과 확산'에 방점을 찍고 나선 이유다. 연구 성과를 알릴 수단이 없는 연구자를 대신해 과기정통부가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다.
조 과장은 "홍보 의지는 있지만 상황이 어려운 대학을 위주로 훌륭한 연구 성과가 나오면 저희에게 알려달라고 부탁했다"고 했다. 주로 '사이언스', '네이처', '셀'처럼 과학기술 분야 최상위 학술지에 실리고, 전 국민에 미치는 파급력도 큰 기초연구다. 연초에 시작해 지난 5월까지 진행한 연구 성과 브리핑만 총 6회다. 보도자료는 10회 이상 배포됐다. 난생처음 브리핑 자리에 선 연구자들도 쏟아지는 관심에 매우 기뻐했다고 한다.
김 주무관은 "수십 년 전만 해도 초등학생들에게 존경하는 과학자가 누군지 물어보면 한두 명씩 대답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다"며 "스타 과학자가 나오면 좋겠다"고 했다. 조 과장도 "과학자가 성실하게 연구만 해도 존경받을 수 있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며 "그런 세상이 올 수 있도록 앞으로도 다방면에서 지원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