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23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디지털성범죄 근절대책을 내놓으며 관련 범죄에대한 강력한 처벌의지를 내비쳤다. 정부는 특히 성범죄물 유통을 차단하기위해 인터넷 기업들에 대해서도 디지털성범죄물을 발견즉시 차단하고 필터링하는 기술적 조치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포털과 메신저,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등 모든 업체에 해당하며 위반시 '징벌적 과징금'까지 부과하기로 했다.
이에대해 추악한 n번방 사건의 재발을 막기위해서 어느때보다 강력한 차단조치가 필요하다며 지지하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개인간 메신저가 불법촬영물 등 디지털 성범죄물의 확산통로가 되는 만큼 이를 차단, 추적해 발본색원해야 한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실제 일부 연예인들이 단체대화방에서 불법촬영된 성범죄동영상을 주고받아 사회적 공분을 일으킨 사례도 있었다.
그렇다면 카카오톡에서 이같은 성범죄물 유통을 완전히 차단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다수가 참여하는 오픈채팅방이라면 몰라도 개인간 대화방에서는 이를 차단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카카오의 설명이다.
디지털성범죄물을 판단하는 기술이 아직 완벽하지 않아서다. 현재 '아무개양 동영상' 같은 키워드 필터링이나 동영상마다 고유한 헤시값을 DB에 저장해 차단하는 기술이 있지만 하루에도 수천건씩 쏟아지는 성범죄물을 모두 식별해내기란 역부족이다. AI(인공지능) 기반 차단기술도 있지만 이 역시 아직 미흡한 수준이다.
결국 차단하려면 카카오톡에서 오가는 동영상이 디지털성범죄물에 해당하는 지를 카카오 관계자가 직접 육안으로 들여다 봐야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는 법령 위반이자 물리적으로도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현행 통신비밀보호법과 이용자 프라이버시 보호조치에 따라 법원의 영장없이는 누구도 개인간 대화에 접근할 수 없다.
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톡은 이용자들의 사적 대화 영역으로 카카오가 개입하거나 기계적으로 필터링하기 어렵다"면서 "단체대화방의 경우 이용자의 신고 기반으로 제재하고 있으며 음란물 같은 경우는 제재 수위가 매우 강력해 1회 신고를 받더라도 지체없이 이용 정지 조치가 취해진다"고 설명했다.
인터넷 업계에서는 만약 정부가 법개정을 통해 기술적 조치 의무화와 처벌을 강제한다면 2014년처럼 카카오톡 사찰논란이 재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당시처럼 텔레그램 등으로 이용자가 이탈하면 디지털성범죄물 유통이 도리어 조장되는 역효과만 초래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결국 카카오톡 이용자들 스스로의 자정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도 이같은 지적에 수긍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차단이나 필터링은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의 경우에 해당하며 사인간 대화를 감시하라는 것까지는 아니다"라면서 "사업자가 디지털성범죄물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어 사업자 의견을 충분히 청취한 뒤 법안검토에 나설 것"이라고 한발 물러섰다.
이에대해 사단법인 오픈넷은 "실효성이 낮고 이용자의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가 있는 모니터링이나 기술적 조치보다는 디지털성범죄 신고시 바로 차단 삭제하도록 자율규제를 장려하고 디지털성범죄 피해자를 빨리 찾아내 구제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