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릉도 앞바다에 낚시대를 드리우자 거대한 물고기가 바늘을 낚아챈다. 릴을 감아 올리자 발버둥치던 청새치가 끌려 나온다. 한쪽에선 일군의 사람들이 비트있는 음악에 몸을 맡기며그룹 피트니스를 즐긴다. 또 회의공간에는 전세계에서 접속한 투자자들이 새로 발굴한 스타트업의 사업모델을 공유하고 토론한다. 가상현실(VR) 세계에서 지금 이 순간 벌어지는 일들이다. 이들은 모두 오큘러스 퀘스트2를 통해 VR세계에 접속했다. 이곳에서는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페이스북이 지난해 10월 출시한 VR헤드셋 '오큘러스 퀘스트 2'가 VR 대중화의 기폭제 역할을 하고 있다. 전세계에서 지금까지 100만대 이상 판매됐다. 공급부족으로 품귀 현상을 빚는 가운데 올해 1000만대 이상 판매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온다. 국내에서도 지난 2일 SK텔레콤이 공식 출시한지 불과 사흘만에 1만대가 넘게 팔리며 1차 물량이 완판됐다. 이미 국내 직구족들을 통해 수만대 가량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2007년 애플 아이폰이 첫 출시 후 5개월 동안 140만대를 판 것과 견줄만 하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일상이 멈추자 현실 세계에 대한 갈증을 VR로 해소하려는 수요가 맞물린 것이다. 코로나19 극복이 여의치않은 가운데 비대면 일상화가 지속될 수록 VR 기와 콘텐츠 수요는 더 증가할 전망이다.
VR은 특수설계된 헤드셋을 통해 사용자가 가상으로 시뮬레이션된 환경에 진입해 몰입하는 기술이다. VR이 첫 선을 보인 것은 2015년이다. 삼성전자가 내놓은 '기어 VR'을 시작으로 2016년 '오큘러스 리프트', 'HTC 바이브', '플레이스테이션 VR' 등 VR기기가 잇따라 출시됐다. 하지만 우리돈으로 100만원이 넘는 높은 가격과 VR 콘텐츠 부족으로 주목을 받지 못하고 일부 기업의 서비스 개발이나 연구용으로만 국한됐다.
이같은 VR기기의 한계를 넘어선 것이 바로 페이스북이 지난해 10월 선보인 '오큘러스 퀘스트 2'다. 오큘러스는 페이스북이 2014년 VR 스타트업 오큘러스 리프트를 20억달러에 인수한뒤 선보인 기기다. 페이스북은 2016년 오큘러스리프트를 시작으로 매년 성능을 개선하고 가격을 낮춰왔다.
오큘러스 퀘스트2의 경우 판매가는 299달러(국내 41만4000원)로 전작보다 100달러 이상 저렴해졌다. HTC 바이브 프로(109만원), 밸브 인덱스(112만원)의 절반에도 못미친다. 아울러 전작보다 10% 가벼워졌고 PC 없이도 단독으로 쓸수있다. 특히 디스플레이 해상도와 AP(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 각종 센서의 성능을 높여 몰입감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VR 기기의 최대 단점이던 어지럼증도 크게 줄였다. 페이스북이 원가수준에 판매한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로 가성비가 높다. 그동안 VR의 최대 걸립돌인 기기 저변이 크게 확장된 셈이다.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전 세계 VR 시장 규모는 지난해 12억달러(약 13조4000억원)였지만 2024년엔 728억달러(약 81조5000억원) 규모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마치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이 확산되면서 모바일앱 시장을 열어젖힌 것처럼 VR콘텐츠 시장도 가파른 성장세다.
페이스북은 오큘러스 스토어를 통해 200여개 VR 콘텐츠도 제공하는데 최근 증가속도가 눈에띄게 빨라졌다. VR의 경우 시청각 자극이 커서 콘텐츠 구매욕구를 자극한다. 돈이 되는 만큼 VR 콘텐츠 개발에 뛰어드는 앱개발사들도 폭증한다는 의미다. 초기 게임위주였던 VR콘텐츠는 제조업체의 설비관리나 직업훈련은 물론 교육, 의료, 유통, 엔터테인먼트 등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지난해말 VR을 포함한 가상융합기술(XR) 발전전략을 수립, 2025년까지 XR관련 경제규모를 30조원으로 키우고 세계 5대 가상융합경제 선도국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IT전문라이터 최필식씨는 "VR은 PC와 모바일을 잇는 차세대 컴퓨팅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면서 "페이스북이 주도하는 VR생태계에 애플과 삼성이 뛰어들면서 VR산업은 급팽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VR생태계는 결국 모바일 컴퓨팅 기반에서 성장해 온 소셜, 협업 매체를 3D 공간과 NUI(Natural User Interface) 기반 컴퓨팅으로 확장하는 것으로 한국IT업계도 이같은 변화에 뒤쳐져선 안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