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발행액이 15조원 규모로 폭증한 지역사랑상품권(이하 지역화폐) 운영자금을 민간 위탁기업이 아닌 지방자치단체 계좌에서 관리하도록 의무화하고, 불가피한 경우 정부와 사전 협의 후 신탁 방식으로 관리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지역화폐 충전금(이용자 예탁금) 등을 민간 위탁기업이 자체 계좌에 예치·관리하는 경우가 많아 자금 안정성과 투명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3일 국회와 관계부처 및 지자체 등에 따르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하는 지역사랑상품권법 개정안 논의를 이르면 다음주부터 본격화해 법안을 처리할 계획이다. 개정안이 상임위 논의를 거쳐 국회 본회의를 최종 통과하면 국민 세금이 들어간 지역주민의 돈인 지역화폐 운영 수익과 낙전 수입이 온전히 지자체로 귀속돼 민간기업 '깜깜이' 운용 논란이 잦아들 전망이다.
지역화폐는 체크카드와 상품권, 모바일 등으로 금액을 충전한 뒤 특정 지역 가맹점에서 쓸 수 있도록 한 대안 화폐를 말한다. 지역주민이 지역화폐(지자체별 1인당 월 100만원 이내)를 구매할 경우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비용을 분담해 최대 10%를 추가로 충전해 준다. 수요가 늘고 발행 지자체와 취급 가맹점이 증가하면서 지역화폐 발행 규모는 2018년 3700억 원에서 올해 15조원으로 약 40배 폭증했다.
문제는 '지자체장이 지역화폐 발행과 운영 업무를 위탁할 수 있다'는 현행법 규정에 따라 적지 않은 지자체가 충전금 등의 관리를 민간 위탁운영사에 맡겨 해당기업 계좌에 예치하고 있다는 점이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전국 257개 지자체 중 83곳(32.3%)이 자체 계좌나 은행이 아닌 민간 대행사 관리 계좌에서 충전금 등을 관리한다. 지난 1월 기준 지역화폐 전체 충전금 잔액(2조5465억 원)의 37.3%( 9507억 원)가 민간기업 계좌에 보관돼 있다. 이용자가 선불로 낸 1조원 가량의 충전금이 민간기업 경영난과 부실 가능성에 노출돼 있는 셈이다. 충전금 계좌 이자수익 혹은 미사용 낙전수입 등이 지자체가 아닌 민간기업 이익으로 돌아갈 여지도 크다.
이런 지적이 이어지자 국회에선 지난 2~3월 지역화폐 충전금 등의 안전하고 투명한 관리를 위한 개정안이 잇따라 발의됐다. 행안위 소속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과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행안위원장)이 각각 대표 발의한 개정안은 내용에 다소 차이가 있으나 지자체 계좌에서 충전금 등을 관리하되, 상환보증보험 가입 시 민간 위탁사의 관리 여지를 계속 열어뒀다는 공통점이 있다.
국회 안팎에선 개정안과 관련해 보험 가입으로 자금의 안전성을 높였지만 혈세가 쓰인 충전금 운용 수익이 민간기업에 귀속될 가능성은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업계에서도 민간기업이 보증보험료를 부담하면 지자체에서 받는 위탁수수료를 올릴 가능성이 크고, 보험료보다 높은 수익을 얻는 과정에서 충전금이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행안위도 이런 의견을 토대로 개정안을 검토한 후 최근 '권영세 의원안'에 대한 수정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성희 행안위 수석 전문위원은 "예외적으로 지자체 계좌에 보관하지 않고 다른 방안으로 관리하려면 행정안전부와 사전에 협의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행안부가 협의 과정에서 적정성을 파악하고 자금 안정성을 사전에 점검할 수 있다"고 했다.
아울러 지자체 계좌가 아닌 다른 관리방식을 택할 경우 개정안에 담긴 '상환보증보험'보다는 '신탁 체결'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 전문위원은 "인가된 신탁업자에게 선불 충전금 운용을 위탁하고 운용 수익이 지자체에 귀속되도록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며 "행안부가 사전 협의할 때 신탁계약 시 운용 수익이 민간이 아닌 지자체에 귀속되는지 점검할 수 있어 개정안 취지에 더 부합한다"고 했다.
수정 대안에 대해선 행안부도 공감한다는 입장이어서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크다. 행안위 관계자는 "검토보고서의 수정 의견을 토대로 국회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라며 "이르면 다음주나 늦어도 내달 소위를 열어 지역화폐 관련 법안을 다룰 계획"이라고 했다. 행안부도 "지자체가 운영자금을 직접 관리하는 게 안정성 차원에서 바람직하다"며 "국회의 수정 의견에 이견이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