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톤은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을 걸어왔다."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은 최근 출간한 책 '크래프톤웨이'에서 이같이 말했다. '게임 한류' 주역인 '배틀그라운드'는 크래프톤 특유의 도전 DNA가 작용한 결과라는 설명이다. 배그는 2017년 출시 후 전세계서 7500만장 이상 판매된 역대 최다 판매 PC·콘솔게임이다. 배그 모바일도 중국을 제외한 세계시장에서 10억건 이상 다운로드되며 대박행진을 이어갔다. 중국 진출만 고민하던 국내 게임업계 이례적인 사례다.
임직원 월급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재무상태가 악화했던 크래프톤은 '배그' 하나로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한 한류게임사가 됐다. 올 1분기 크래프톤의 해외매출 비중은 95.56%로, 1분기에만 4400억원을 해외서 벌어들였다. 기획단계부터 해외시장을 겨냥해 국내에선 비주류 장르인 배틀로얄(다수 중 최후의 1인을 가리는 게임) PC게임으로 승부수를 던진 덕분이다.
배그를 필두로 한국 게임이 새로운 한류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코로나19(COVID-19)로 전세계 비대면 콘텐츠 소비가 늘면서 한국 게임이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 발표한 '글로벌 한류 트렌드 2021'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게임 수출액 추정치는 50억 달러(약 5조8600억원)로,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 대비 18.9% 성장했다. 게임이 전체 문화콘텐츠 수출액의 80%를 차지한 점을 고려하면, 게임산업이 국내 콘텐츠사업 성장을 견인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배그를 뛰어넘는 한국게임이 아직 없다는 점은 한계로 꼽힌다. 2018~2020년 3년 연속 최선호 한국게임으로 꼽힌 배그의 IP가 노후화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차세대 게임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다. 2~5위를 차지한 △그라비티 '라그나로크' △스마일게이트 '크로스파이어' △펄어비스 '검은사막' 등도 오래 전에 출시된 게임이다. 국내 게임업계 대부분이 중국 시장에만 의존해왔던 데다, 새로운 게임 IP(지식재산권) 개발에 소홀했던 탓이다.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은 "게임은 한류 첨병 역할을 하고 있지만, 신규 인기 콘텐츠 부재는 상당히 우려스럽다"라며 "배그는 이미 출시된 지 3년이 넘었고, 순위권에 포함된 게임 모두 6~19년 전에 서비스를 시작한 작품으로 구작 이미지를 탈피하긴 힘들어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새로운 콘텐츠가 인기를 얻지 못하는 상황은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짚고 넘어갈 부분"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국내 게임사도 신성장동력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지난해 기준 해외매출 비중이 16%에 불과한 엔씨소프트는 글로벌을 겨냥한 대작 게임을 연달아 준비 중이다. 해외시장에 맞게 콘텐츠와 사업모델(BM)을 확 바꾼 '리니지W'를 연내 선보이고 내년에 '아이온2'·'프로젝트TL'을 출시한다는 방침이다. 넥슨 역시 국내에선 생소한 장르의 신작 '프로젝트 매그넘'·'프로젝트 HP' 등을 준비하며 새로운 도전을 예고했다.
데브시스터즈는 올 상반기 국내 게임업계를 강타한 '쿠키런: 킹덤'을 하반기에 일본·미국·유럽에서 선보인다. 1세대 한류게임사인 웹젠은 높은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동남아시아로 서비스 지역을 다각화하고 있다. 컴투스는 새롭게 떠오르는 클라우드 게임시장 진출을 준비 중이다. 크래프톤 역시 최근 인도에 직접 진출한 데 이어, 중동·아프리카 등으로 한류 지도를 넓히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한국게임학회장인 위정현 중앙대 교수는 "한국 게임업계가 세계 여러 시장으로 판로를 확대하고 있으나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며 "결국엔 좋은 게임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유럽 등에선 통하지 않는 확률형 아이템 사업모델(BM)에 매몰되지 말고, 공격적으로 신규 IP(지식재산권)를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