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특허' 불편한 만남…과기장관과 삼성전자 과거 인연

김인한 기자
2022.04.11 16:41

[the300]이종호 후보자, 핀펫 기술 최초 개발…'핀펫' 특허권 양도 기관이 삼성전자와 특허소송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과학기술 사령탑에 이종호 서울대 반도체 공동연구소장을 지명한 가운데, 이 장관 후보자와 삼성전자 간 과거 '특허 인연'에 관심이 쏠린다.

11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비메모리 반도체 업계 표준 기술인 벌크 핀펫(FinFET)을 개발한 석학이다. 핀펫은 반도체 칩 구조를 3차원(3D) 구조로 만들어 성능을 한 단계 발전시킨 트랜지스터 기술이다. 이 기술이 적용된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는 소비 전력이 낮아져 빠르게 사용할 수 있다.

이 후보자는 2001년 원광대 전기공학과 교수 시절 KAIST(한국과학기술원)와 핀펫을 공동 개발해 2003년 미국에 특허 출원했다. 이에 따라 인텔이 핀펫에 대한 특허 로열티(사용료)를 지급하기도 했다. 다만 삼성전자에도 특허 기술에 대한 라이선스(사용허가) 계약을 요청했지만 삼성전자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때부터 이 후보자와 삼성전자 간 '불편한 인연'은 이어졌다. 이 후보자는 2016년 미국 핀펫 특허권을 KAIST 자회사인 KIP(Kaist's Intellectual Property)에 양도했다. KIP는 미국 텍사스주 지방법원에 삼성전자를 상대로 특허 침해 소송을 냈고 2020년 법원은 삼성전자가 2억달러를 배상하라는 1심 판결을 내렸다. 이후 양측은 핀펫 기술 관련 특허소송을 합의하고 소송을 취하했다.

"반도체 기초원천 기술 중요성 직접 경험한 인물"

이 후보자의 이 같은 이력 때문에 '산학연 반도체 원팀'을 이끌 적임자가 발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가 30년 이상 독주해온 메모리 분야와 달리 경쟁력이 약한 비메모리 분야에서 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초원천 연구를 대학·연구소가 맡도록 역할 분담이 이뤄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다. 특히 과거 선도 연구 경험을 기반으로 연구개발 시스템을 재편할 것이란 기대감도 나온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핀펫 기술 발명자로 삼성전자와 특허소송에 직접 관여하진 않았지만 전 과정을 지켜봤던 인물"이라면서 "이 경험은 반도체 기초원천 기술뿐만 아니라 연구개발 지식재산(IP)을 전략적으로 관리하는 식견을 만들어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반도체 전문가는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는 국가 생존을 좌우하는 패권기술이 됐다"며 "기업이 필요로 하는 원천기술을 대학과 정부출연연구기관이 개발하는 산학연 연구개발(R&D) 생태계를 이 후보자가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이종호 후보자도 이날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사무실로 출근하며 산업계가 필요로 하는 기초원천 연구에 투자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그는 "교수 시절 정부 연구 과제가 선도 분야를 지원해 의미 있는 결과들이 산업에 연결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과학기술이 산업에 적용될 수 있는 문제해결형 연구 과제를 집중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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