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 가입자' 축포가 가시기도 전에 알뜰폰(MVNO) 시장이 혼돈에 빠졌다. 수년 간 양적 성장을 이뤘지만 통신3사 자회사 편중이 심해졌고, 신규 사업자인 KB국민은행 '리브엠'은 과열경쟁 비판을 받는다. 국회에선 통신3사 자회사의 영업정지 입법을 논의 중이고,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은 리브엠의 철수를 요구했다. 다만 주요 사업자들이 잇달아 문을 닫으면 알뜰폰 시장 침체가 심화될 것이란 반론도 나온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알뜰폰 시장의 저변 확대를 위해 이통3사 알뜰폰 자회사의 합계 점유율을 제한하는 방향을 검토 중이다. 기존에는 통신3사 알뜰폰 자회사의 점유율을 '합산 50% 이내'로 제한하고 있는데, 점유율 계산에서 IoT(사물인터넷) 회선을 제외하도록 바꾸는 내용이다.
규제가 현실화되면 통신3사 자회사 5곳(KT엠모바일·KT스카이라이프·미디어로그·LG헬로비전·SK텔링크)의 합산 점유율은 작년 말 이미 51.7%를 기록, 원칙적으로는 '단체 영업중단'이 불가피해진다.
자회사 합계 50% 넘으면 '영업정지'…사실은 넘었다
점유율 규제 변경 목소리는 정부가 2014년 지금의 기준을 정할 때와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당시 알뜰폰에서 IoT 회선의 비중은 미미했지만, 이후 커넥티드카와 홈 IoT 기기 등이 급증했다. 올해 2월 말 기준 알뜰폰 전체 약 1080만 회선 중에서 IoT 회선은 약 450만 회선에 달한다.
비슷한 내용의 입법 활동도 추진 중이다. 무소속 양정숙 의원은 점유율의 산정 기준 변경을, 국민의힘 김영식 의원은 통신3사의 알뜰폰 자회사 수를 제한하는 내용의 법안을 각각 발의했다. 오는 2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법안소위에서 논의될 지 관심이 쏠렸지만, 일단은 여야의 '검사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갈등 여파로 소위가 무산되면서 논의는 지연될 전망이다.
하지만 '시간 문제일 뿐' 점유율 규제 논의는 재점화 될 수 있다. 알뜰폰 시장이 중소 사업자의 '골목상권'처럼 여겨져 온데다, 방어에 나서야 할 통신3사의 목소리도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이동통신 경쟁구도에 균열을 내야 할 KT와 LG유플러스는 알뜰폰을 활용하려 하지만, 기존 1위 사업자 SK텔레콤은 "알뜰폰 철수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통신자회사·리브엠, 문 닫으면…알뜰폰 괜찮을까
중소 사업자들의 눈총을 받는 건 통신3사 자회사 뿐만이 아니다. 휴대폰 판매점 연합회인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 최근 잇달아 성명서를 발표하며 "KB리브엠의 알뜰폰 사업 허가를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리브엠이 대형은행의 자본력을 등에 업고 '역마진' 수준의 요금제와 과도한 사은품을 제공하면서 '시장의 물을 흐렸다'는 비판이다.
그러나 통신3사 자회사 점유율 규제, 리브엠 철수 요구가 현실화될 경우 오히려 이용자들에겐 불이익이 될 것이란 우려도 크다. 업계 내 '공공의 적'이 된 리브엠은 올해 초 '컨슈머인사이트'의 고객만족도 조사에선 알뜰폰 중 1위를 차지했다. 같은 조사에선 알뜰폰의 만족도가 사상 처음으로 통신3사를 앞서기도 했다. 최근 고객 비중이 높은 통신3사 자회사와 리브엠이 적어도 소비자들에게는 환영받는 셈이다.
이제 막 1000만에 도달한 시장에서 한 순간에 상위권 사업자들을 무더기로 배제하는 게 능사는 아니라는 비판도 나온다. 주요 사업자에 대한 신규 가입을 막는 것은 알뜰폰의 고유 취지인 '국민 통신비 인하'에 역행한다는 비판이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대기업의 브랜드'를 신뢰하는 고객도 적지 않은 만큼, 통신3사 자회사와 리브엠의 가입을 막는다고 해서 고객들이 중소 알뜰폰으로 가라는 법은 없다"며 "문을 닫는 규제보다는 중소 알뜰폰의 진흥책이나 도매대가 산정 방식 변경 등을 고려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