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장 투자 수요 확대됐지만 보유자산 평가액은 오히려 감소
"단순히 국내외 시장을 구분하기보다는 자산과 업종별 투자 비중 나눠야"

국내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미국 주식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서학개미(미국 주식 투자자)가 늘고 있지만, 정작 이들의 미국 주식 보관금액은 최근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들어 미국 주식 순매수 규모가 커지는 가운데 보관금액은 오히려 줄었다는 점에서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국내 증시를 피해 해외로 투자처를 옮기더라도 손실 위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분석이다.
19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보관금액은 1889억달러(약 251조원)로, 지난 6일(2009억달러·약 267조원)보다 일주일여 만에 120억달러(약 16조원) 줄었다. 감소액은 전체 보관금액의 약 6%에 이른다.
미국 주식 보관금액은 국내 투자자들이 보유한 미국 주식의 평가액을 달러로 집계한 수치다. 보관금액이 2000억달러를 넘어선 것은 지난 6월 초 이후 약 4개월 만이었다. 하지만 이달 초 2000억달러를 돌파한 지 며칠 만에 다시 1800억달러대로 내려앉았다.
서학개미들의 미국 주식 매수세가 커지는 가운데 나타난 현상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지난 16일 기준 이달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순매수액은 약 39억달러(약 5조2000억원)다. 지난 8월 약 19억달러, 9월 약 10억달러와 비교하면 매수 규모가 크게 늘었다. 국내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미국 시장 투자 수요는 늘었지만 보유자산 평가액은 오히려 줄어든 셈이다.
이는 최근 미국 증시에서도 기술주를 중심으로 조정이 나타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AI(인공지능) 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실제 기업 수익성으로 이어질지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인플레이션과 금리 경로를 둘러싼 불확실성까지 부각되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됐다.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투자가 대형 기술주와 반도체 관련 ETF(상장지수펀드) 등에 집중돼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성장 기대감이 높은 종목일수록 조정 국면에서 주가 변동성이 크게 나타날 수 있어서다.
시장에서는 투자 지역을 국내에서 미국으로 바꾸더라도 비슷한 업종에 투자가 집중되면 위험 분산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최근 국내외 증시 모두 AI·반도체 업종의 성장 기대감과 글로벌 금리 불확실성 등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단순히 국내외 시장을 구분하기보다는 자산과 업종별로 투자 비중을 나눠야 한다"며 "해외 증시 변동성에 따른 자산가치 변화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미국 주식 보관금액 감소분에는 주가 하락뿐 아니라 매매에 따른 보유 수량 변화가 반영될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