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암흑기'가 찾아왔지만 시세차익을 노린 '모험투자'가 이어지는 분위기다.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선 최근 디페깅(depegging·달러와 가치고정 붕괴)되는 등 하락세에 접어든 가상화폐들을 제2의 루나(현 루나클래식·LUNC)로 보고 고수익을 기대하는 반응도 나온다. 이에 전문가들은 '크립터 윈터'(Crypto winter·가상화폐 가치가 폭락하는 시기) 속 모험심리는 위험천만한 일이라고 지적한다.
코인데스크US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13일 트론과 연계된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 USDD가 디페깅됐다. 개당 1달러 가치 고정으로 설계된 USDD는 이날 한때 0.91달러까지 하락했다. 이에 트론 DAO(탈중앙화 자율조직)는 공매도를 막고자 약 20억달러(약 2조5000억원) 투입 계획을 밝혔지만, USDD는 여전히 1달러선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15일 오전 11시 기준 USDD 가격은 0.97달러다.
지난 3월 한 달간 가격 상승 랠리를 타며 '핫(Hot) 코인'으로 떠오른 웨이브(WAVES)의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 USDN도 1달러 고정이 깨졌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15일 오전 11시 기준 USDN 가격은 0.94달러다. 웨이브 가격은 지난 3월1일 약 12달러(약 1만5000원)선에서 31일 약 60.8달러(약 7만8000원)선까지 5배 넘게 뛰었지만 이후 4월 USDN의 디페깅과 웨이브 가격 하락이 본격화됐다. 가상자산 분석 플랫폼 쟁글에 따르면 USDN은 0.7달러(약 900원)까지 폭락하며 극심한 디페깅 현상을 보였고 웨이브 역시 약 30달러(약 3만8700원)까지 떨어지며 40%에 가까운 하락률을 기록한 바 있다.
시가총액 상위 2위인 이더리움 관련 파생상품도 타격을 입으면서 루나 사태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가상화폐 대출 플랫폼 셀시우스는 지난 13일 공식 트위터를 통해 "모든 출금과 거래·이체를 잠정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셀시우스는 예치된 가상화폐를 대출해주거나 라이도(Lido) 등 디파이(DeFi·탈중앙화금융) 플랫폼에 넣어 발생한 이자를 고객들에게 지급하는 사업을 해왔다. 블록체인 분석 업체 난센 등에 따르면 라이도는 이더리움 스테이킹 플랫폼 중 가장 큰 규모다. 루나·테라 사태 직후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던 셀시우스는 '뱅크런' 우려가 터져나왔다.
가상화폐 생태계에 경고등이 켜졌지만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선 오히려 두 번째 루나 사태를 기대하며 모험심리가 불붙는 분위기다. 한 온라인 가상화폐 투자자 커뮤니티에는 저점을 노린 선물·마진거래 등으로 수익을 내고 있다는 투자자도 나왔다. 실제 한 투자자는 "트론 10배 숏(Short·가격 하락에 베팅)으로 50% 수익을 내고 있다"는 후기를 남기기도 했다. 이외에도 "트론 정말 제2의 루나 가능성 있나" "트론 보니 군침이 흐른다" "루나 때처럼 이더리움 폭락시 저점 잘 잡자" "20배 숏으로 2000만원 들어갈지 고민 중" 등 하락장을 이용해 고수익을 기대하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업계에선 디페깅된 가상화폐를 노리는 투자자들을 향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내 4대 가상자산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는 "USDN과 USDD의 페깅이 정상적으로 유지되지 않는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이 발생 중"이라며 "위의 스테이블 코인과 연관된 웨이브와 트론의 가격 변동 가능성이 커질 수 있으므로 투자에 유의해달라"고 당부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위 가상화폐의 경우 테라·루나처럼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인데다 가격 변동성이 심한 상황"이라며 "코인 시장 역사가 짧다보니 주로 커뮤니티를 통해 '정보 옥석가리기'가 이뤄지는데,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 역시 "가상화폐도 그렇고 투자 자체가 모험심리를 동반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지금 커뮤니티 반응이 잘못됐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면서도 "다만, 많은 피해자를 양산한 제2의 루나사태를 마치 기다리는 듯한 분위기는 비정상적으로 과열된 듯 보인다"고 말했다.
가상자산 거래소가 나서 유해 코인 거래를 사전 차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번 (디페깅) 논란이 그냥 무마된다면 유동성을 공급해 줄 잠재적 피해자들이 더 많아질 수 있다는 얘기"라며 "(스테이블 코인이) 1대1로 바꿔주겠다는 약속을 해놓고 담보의 가치가 유동적이라는 건 그냥 자체로 거짓말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지금 상황을 투자 기회로 보는 이들이 있는데 결과적으로 '돈 놓고 돈 먹기'가 될 것"이라며 "거래소들이 나서서 (유해 코인) 거래를 막아야 하는데 일종의 '카르텔'이 형성돼 있어 제대로 차단되고 있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