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산불은 극한기후 여파, 더 심해질 것" 과학계 경고

김인한 기자
2023.04.03 18:01

과학계 "가뭄·폭우와 같은 극한기후 현상 잦아져…미세먼지 예보하듯 산불 위험 정보 전달해야"

서울 종로구 인왕산에서 지난 2일 발생한 산불. / 사진=조성훈 기자

최근 전국 각지에서 발생한 산불이 '기후변화'와 직·간접적 영향이 크다고 과학계가 입을 모았다. 서울은 1990년대부터 매년 대기가 고온·건조해지는 현상이 관측돼 산불 발생 가능성이 커진다는 의미다. 전 지구적 관점에선 3년간 지속된 라니냐 현상으로, 우리나라에서 가뭄과 함께 폭염·폭우와 같은 극한기후 현상이 잦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윤진호 광주과학기술원(GIST) 지구환경공학부 교수는 3일 "산불에 영향을 미친 기후변화 요인은 고온·건조함을 꼽을 수 있다"며 "산불 원인은 사람에 의해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높지만, 불씨가 대형 산불로 커지는 원인은 기후적인 요인이 주요하게 작동한다"고 진단했다.

앞서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인왕산에서 발생한 산불로 축구장(7140㎡) 21개 면적에 해당하는 임야 15헥타르(㏊)가 소실됐다. 같은 날 충남 홍성군 서부면 야산에서도 산불이 발생해 임야 912㏊가 불탔고, 대전과 금산 등에서도 산불이 이어졌다.

윤 교수는 지난해 3월 열흘간 이어진 경북 울진 산불(1만8463㏊ 임야 소실) 등을 언급하며 기후변화로 인한 대형 산불 가능성이 커지고, 그 시기도 점차 앞당겨진다고 지적했다. 기후변화로 연초부터 고온·건조한 대기가 이어져 산불 발생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왼쪽부터 윤진호 광주과학기술원(GIST) 지구환경공학부 교수, 박창의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기후환경연구소 선임연구원, 임재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기후변화대응연구본부 센터장. / 사진=머니투데이DB

"기후변화로 가뭄·폭우·폭염 극한기후 빈번"

기상청에 따르면 서울은 지난달 12일 강수량 5.6mm를 제외하면 비가 내린 지 21일이 지났다. 올들어 이달 1일까지 91일간 비가 10㎜ 넘게 온 날이 단 하루(1월 13일 37.3㎜)에 불과하다.

박창의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기후환경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서울은 1990년대 이래 대기가 지속적으로 고온·건조해지고 있다"며 "서울 3월평균 기온은 1907년 기상 관측 이래 2021년이 가장 높았지만, 올해가 그 기록을 깰 수도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분석했다.

박 선임연구원은 "지난 주말 온도가 굉장히 높고 건조했다"며 "이 조건은 산불이 발생할 수 있는 트리거(trigger·방아쇠)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 "기후변화가 산불의 직접적 요인이라고 말할 수는 없어도 비가 오지 않도록 영향은 미쳤을 것"이라며 "기후변화로 인해 기후 변동성이 커지고, 가뭄이나 국지성 호우와 같은 극단으로 가는 날씨가 빈번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관련 대책으로 "미세먼지가 좋지 않은 날 외출 자제를 권고하는 것처럼, 산불 위험도를 평가해 대국민 정보 전달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산불 위험지도나 산불 지수를 만들면 위험도가 높은 지역은 물을 뿌린다거나 감시하는 해법 등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가뭄 메이커' 라니냐, 한반도 산불 나비효과 일으켰다?

임재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기후변화대응연구본부 제4기환경연구센터장은 기후변화로 '극한기후' 현상이 일상화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3년간 지속된 라니냐 여파로 우리나라도 강수가 줄어들고 가뭄이나 고온·건조한 대기가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라니냐는 동태평양의 적도 지역에서 저수온 현상이 5개월 이상 지속돼 생기는 이상현상이다. 무역풍이 강해지면 바닷물이 서태평양에 많이 쌓이면서 라니냐 현상이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그 여파로 우리나라로 오는 태풍 등의 집중호우가 줄어든다. 결국 대기는 물론 지표도 건조한 상태가 이어진다. 이 때문에 라니냐를 역사적으로 '가뭄 메이커'로 부른다.

임 센터장은 "매년 태풍이나 집중호우는 가뭄을 줄여주는 순기능을 하기도 한다"며 "라니냐로 강수량이 줄어들고, 건조해지면서 산불 발생 가능성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평균이라고 생각했던 기후 현상이 가뭄이나 국지성 호우와 같은 극한기후로 변하는 점이 기후변화의 가장 무서운 점"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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