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우리 조국을 과학기술로 일으켜 세워야 한다는 무거운 사명감이 우리 어깨에 있었습니다." (최형섭 KIST 초대 소장)
10일 서울 성북구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 본원 존슨강당에서 열린 'KIST 제60주년 개원기념식' 무대에 특별한 연사가 등장했다. 제2대 과학기술처(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전신) 장관을 지낸 최형섭 KIST 초대 소장이다.
22년 전 세상을 떠난 최 소장은 어두운 무대 뒤에서 뚜벅뚜벅 걸어 나와 연단에 섰다. KIST가 AI(인공지능) 기술로 최 소장의 생전 외형과 목소리를 그대로 복원한 것이다.
KIST의 후배 과학자 앞에 선 최 소장은 "우리가 하는 연구의 목적은 개인의 영달이 아니라 국가와 국민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며 "후배 과학자께서는 앞으로도 인류의 난제를 해결하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진다는 사명감으로 혁신의 길을 걸어가 달라"고 당부했다. 강당은 박수 소리로 가득 찼다.
1966년 한국 최초의 종합연구기관으로 문을 연 KIST가 이달 개원 60주년을 맞이했다. 한국전쟁 후 산업 기반이 전무하던 시절, 산업화를 위한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게 KIST의 설립 목표다. 해외에서 연구 중이던 과학자 18명이 이를 위해 귀국했다. 이후 한국 공업의 기틀이 된 포항종합제철건설계획이 KIST에서 나왔다. 컬러TV, 폴리에스터 필름, 광섬유 등 원천기술 국산화에도 성공했다. KIST를 모태로 13개 정부출연연구기관이 문을 열었고 석박사급 이공계 인재 4550여명이 60년간 KIST를 거쳐 갔다.
오상록 원장은 "다가올 60년은 과학기술 발전의 성과를 다시 사회에 돌려주는 새로운 출발로 시작돼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논문의 숫자가 아니라 한계를 돌파하는 연구로 글로벌 과학기술의 새로운 표준을 세우고, 축적된 과학기술의 성과를 국민의 삶으로 온전히 환원할 것"이라는 향후 목표를 제시했다.
한편 이날 기념식에는 하정우 대통령실 AI미래기획수석이 참석해 이재명 대통령의 축사를 대독했다. 이 대통령은 축사를 통해 "KIST를 거쳐 간 수많은 과학기술인 덕분에 반도체, 디스플레이, 자동차, 조선 등 우리의 주력 산업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게 됐고 오늘날 대한민국 경제 성장의 든든한 토대가 됐다"며 "첨단기술이 세계 질서를 재편하는 대전환의 시대에 정부는 우리 과학기술의 대도약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지원을 다 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