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능한 거 아니었어?"…반도체 신기술, 한국이 개발

박건희 기자
2026.03.20 03:00

김종환 포스텍교수·조문호 IBS 단장, 20일 '사이언스' 발표
반데르발스 반도체 소재로 심자외선 효율 20배 높여

반데르발스 반도체 질화붕소(BN)를 비틀어 적층해 형성한 모아레 양자우물 모식도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존 반도체 기술로는 '불가능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반도체 신소재가 국내에서 개발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김종환 포스텍(포항공대) 교수와 조문호 IBS(기초과학연구원) 단장 연구팀이 반데르발스 반도체 소재를 기반으로 기존 대비 심자외선 방출 효율을 20배 높이는 데 성공했다고 20일 밝혔다.

과기정통부 '기초연구사업(중견연구)'와 IBS 지원사업으로 수행한 이번 연구 성과는 세계 최고 권위의 학술지 '사이언스'에 20일 게재됐다.

사람이 눈으로 볼 수 있는 빛의 영역을 가시광 영역이라고 한다. 자외선 LED는 사람의 눈으로 볼 수 없지만, 가시광 영역보다 더 짧은 파장과 더 높은 에너지를 갖고 있다. 심자외선은 자외선 중에서 파장이 200~280nm(나노미터) 범위에 해당하는 자외선을 말한다.

기존의 자외선 LED는 주로 질화갈륨 기반 반도체를 사용했다. 갈륨의 일부를 알루미늄으로 대체한 '알루미늄질화갈륨' 반도체로 바꾸면 발광 파장을 심자외선 영역까지 조절할 수 있다. 하지만 200~240nm 파장에 도달하면 광원 효율이 1% 미만으로 급격히 떨어진다는 문제가 있다. 이 때문에 심자외선 영역은 기술적 난도가 매우 높은 미개척 분야로 남아있었다.

연구팀은 '반데르발스 층상 구조'를 갖는 반도체를 활용해 새로운 LED 나노소재를 개발했다. 원자층 내부의 원자는 강하게 결합돼 있지만, 층과 층 사이는 약한 인력(반데르발스 힘)을 가져 서로 쉽게 떨어뜨릴 수 있는 구조를 반데르발스 층상 구조라고 한다.

질화붕소는 원자층이 반데르발스 힘으로 적층된 반도체 소재다. 연구팀은 이 질화붕소의 층을 비틀어 쌓을 때 전자를 강하게 가둘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양자우물 구조가 생성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를 '모아레 양자우물'이라고 명명했다. 이 구조는 나노미터 크기의 공간에 전자를 가둬 심자외선 영역의 빛을 효율적으로 방출하는 데 유리하다. 또 기존 알루미늄질화갈륨 반도체 대비 20배 이상 향상된 발광 효율을 나타냈다.

공중 보건 및 환경 위생 분야에서도 활용 가능성을 보였다. 강력한 소독 효과를 발휘하는 심자외선 중에서도 현재 상용화한 260nm 파장 대역은 인체의 피부나 눈에 노출될 경우 심각한 질환을 유발할 수 있는 반면 200~230nm 파장 대역의 심자외선은 피부 최외곽인 각질층을 통과하지 못해 인체에 상대적으로 안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기정통부는 "200~230nm 심자외선 LED 광원이 상용화되면 기존 자외선 방역의 잠재적 위험성을 최소화하면서도 병원, 학교 등 유동 인구가 많은 실내 공간에서 널리 활용될 것"이라고 했다.

김종환 교수는 "반데르발스 물질에서 나타나는 고유한 모아레 양자물리 현상을 2차원에서 3차원 물질로 확장하는 개념적 전환"이라며 "향후 새로운 양자물질 설계와 차세대 광소자 개발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구혁채 1차관은 "김 교수는 과기정통부 기초연구 사업을 통해 지난 10년간 한 분야를 꾸준하게 연구해 온 연구자"라며 "연구자들이 단기적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장기간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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