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제조 현장의 고민은 사람 부족이다. 생산 인력 감소와 숙련 기술자 은퇴, 인건비 상승이 겹치면서 자동화와 스마트팩토리 전환은 생존 전략이 됐다. 이런 흐름 속에서 엡손은 정밀 제조 기술을 앞세워 산업용 로봇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운다.
국내에서 엡손은 프린터와 프로젝터 기업 이미지가 강하지만 산업용 로봇은 오래 키워온 사업이다. 1983년 세이코 손목시계 무브먼트 생산을 위해 로봇 개발에 나선 뒤 시계와 프린터 생산 과정에서 축적한 정밀 제조 역량을 로봇 사업으로 확장해왔다. 엡손은 현재 스카라 로봇과 6축 로봇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운영한다. 2025년 후지경제 리포트에 따르면 2024년 매출 기준 스카라 로봇 글로벌 시장점유율 1위도 기록했다.
엡손 로봇의 강점은 로봇과 센싱 기술의 결합이다. 대표 기술인 포스센서는 작업 과정에서 가해지는 힘을 정밀하게 감지하고 제어해 미세 공정의 오차를 줄인다. 숙련 작업자의 감각에 의존하던 작업을 더 안정적으로 반복할 수 있게 돕는 기술이다. 자이로플러스 기술도 차별화 포인트다. 고속 동작 때 발생하는 진동을 자이로센서로 실시간 제어해 빠른 움직임에서도 정밀도를 유지하고 대기 시간까지 줄여 생산성을 높인다.
엡손은 전자·전기, 자동차 부품을 넘어 식품과 화장품 등 자동화 도입이 상대적으로 더뎠던 분야로도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식품은 저마진 구조와 투자 부담으로 자동화가 쉽지 않았고, 화장품은 다품종 소량 생산 구조 탓에 자동화 난도가 높았다. 엡손은 이런 산업에서 정밀성과 유연성을 갖춘 로봇 솔루션 수요가 커질 것으로 보고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다.
결국 엡손 산업용 로봇 사업의 바탕은 정밀 제조 DNA다. 프린터 기업으로 익숙한 이름이지만 제조 현장에서는 초정밀 생산 기술을 앞세워 산업용 로봇 시장 입지를 넓히고 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