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루닛, 라이카·인디카 손잡고 美 병리시장 진입…사업모델 진화 시동

단독 루닛, 라이카·인디카 손잡고 美 병리시장 진입…사업모델 진화 시동

정기종 기자
2026.03.23 07:00

라이카·인디카와 디지털 병리 솔루션 유통 계약…솔루션 공동 구성 및 직접 공급
연구 단계 협력 넘어 지속 수익 창출 가능한 시장 진입…사업 질적 도약 신호탄

루닛(36,400원 ▼2,500 -6.43%)이 글로벌 병리 플랫폼 '엔진' 역할을 통해 사업 모델 진화에 시동을 걸었다. 그동안 보유한 개별 솔루션 중심으로 펼쳐온 진입 전략이 글로벌 플랫폼과의 연계를 통해 직접적인 진단 솔루션 공동 구성과 고정적 제품 단위 매출로 확장된다는 데 의미가 부여된다. 이를 통해 현지 시장 내 인지도 제고는 물론, 지속 가능한 매출 확보 등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 공략에 한층 힘이 실릴 전망이다.

루닛은 최근 글로벌 암 진단 및 디지털 병리 선도기업 '라이카 바이오시스템즈'(라이카), 관련 소프트웨어 기업 '인디카 랩스'(인디카)와 함께 AI 기반 디지털 병리 분석 솔루션을 미국 시장에 판매하기 위한 유통 계약을 체결했다고 23일 밝혔다.

독일에 본사를 둔 라이카와 미국 소재 인디카는 각각 글로벌 병리 인프라를 쥔 플랫폼 사업자와 디지털 병리 소프트웨어 분야 표준이 되는 기업으로 꼽힌다. 라이카는 조직 생검부터 진단까지 전체 병리 진단 과정 체계(워크플로우)를 아우르는 솔루션을 제공한다. 인디카는 전체 슬라이드 이미지(WSI)의 정량적 분석을 지원하는 디지털 병리 소프트웨어를 전문 영역으로 보유 중이다.

면역항암제 치료 반응 가능성을 가늠하는 바이오마커 검사는 일반적으로 염색된 조직을 현미경으로 관찰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때문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것은 물론, 의료진 마다 판단 정도가 다르다는 한계도 뒤따른다. 이에 3사는 루닛의 AI 기술과 라이카의 조직 염색 기술력, 인디카의 이미지 관리 전문성을 결합해 보다 신속하고 일관된 병리 분석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루닛의 AI 바이오마커 플랫폼 '루닛 스코프'는 라이카의 AI 솔루션 통합 플랫폼인 '아페리오 AI 스토어'를 통해 미국 시장에 공급될 예정이다. 루닛 스코프는 WSI를 AI로 분석, 암 조직 내 면역세포·종양세포 분포를 정량화하고 환자의 면역항암제 반응 가능성을 예측하는 바이오마커 솔루션이다. 그동안 현미경으로 보던 병리 판독을 AI가 수치로 바꿔주는 것이 핵심 기술이다.

라이카의 디지털 병리 스캐너(아페리오 GT 450), 인디카의 디지털 병리 이미지 분석 소프트웨어(할로 AP)와 루닛 스코프를 연계해 AI 기반 병리분석 워크플로우를 구축할 계획이다. 협력 솔루션을 통해 향후 제약회사들은 AI 기반 디지털 병리를 일상 연구와 임상 실무에 보다 쉽게 도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나빈 찬드라 라이카 바이오시스템즈 디지털 병리학 부문 부사장 겸 총괄 매니저는 "이번 루닛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병리분석 기관에서 강력한 AI 도구를 쉽게 접할 수 있게 됐다"며 "이를 통해 병리학자들이 기존 워크플로우에 AI를 통합함으로써 분석 과정의 효율성 증가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루닛의 이번 협업은 단순히 글로벌 파트너사 추가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루닛은 과거에도 글로벌 대형사와의 협업을 통해 해외 시장 공략에 힘을 실어왔다. GE헬스케어가 판매하는 장비 패키지에 자사 의료 AI 솔루션을 포함하거나, 마이크로소프트 클라우드 인프라에 암 진단 AI 솔루션을 탑재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를 통해 글로벌 의료기기 기업의 유통망에 편입되거나, 맞춤형 의료 AI 서비스 공동 개발이라는 효과를 노렸다. 또 글로벌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AZ)와는 비소세포폐암의 주요 변수인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 가능성을 예측하는 솔루션 개발 협업을 맺기도 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아스트라제네카와의 협업이 병리 데이터를 활용한 연구·분석 중심이었다면, 이번 라이카·인디카와의 협력은 조직 검사부터 분석까지 병리 전 과정을 아우르는 실제 진단 솔루션을 공동으로 구성하고 이를 미국 시장에 직접 공급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이에 따른 기대 효과 역시 다르다. 앞선 협업이 연구 단계 수준에서 AI 공급자로 참여해 간접적 매출을 기대하는 구조였던 것과 달리, 이번 협업은 플랫폼 내 핵심 엔진으로 참여해 제품 단위 매출을 창출할 수 있다. 기존 협업이 인지도 제고와 영향력 확장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 협업은 지속 가능한 매출 기반 확보라는 점이 가장 큰 차이다.

이는 적자 기조를 이어가던 루닛에 신규 동력이 될 전망이다. 서범석 루닛 대표는 지난 2월 "그동안 성장에 초점을 맞춰왔지만, 이제는 실적 개선으로 전환해야 하는 시기"라며 내년 흑자전환을 목표로 제시한 바 있다. 안정적 수익성 기반이 될 이번 협력은 서 대표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핵심 카드가 될 전망이다.

루닛 관계자는 "현재 연구실(Lab) 단계 분석에서부터 진단, 임상 CRO, 제약사로 이어지는 신약 개발 전 과정에 AI가 수익모델로 작동하는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며 "글로벌 병리분석 영역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있는 라이카, 인디카와 협력해 루닛 스코프 매출을 극대화시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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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종 기자

안녕하세요. 바이오부 정기종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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