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아리랑, 세계를 품다](중)

광화문광장을 보랏빛으로 물들인 BTS(방탄소년단)의 컴백 라이브공연 '아리랑'(ARIRANG)은 유명 K팝 그룹의 복귀라는 단순한 이벤트를 넘어 대한민국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BTS노믹스 2.0' 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21일, 3년 9개월 만에 열린 이번 복귀 공연은 약 10만4000명(하이브 추산)이 광화문 광장과 인근 도로를 가득 메운 대규모 야외 행사로 진행됐다. 이 행사는 직접 소비와 관광 수요를 동시에 끌어내며 상당한 경제적 파급 효과를 낳은 것으로 분석된다.
22일 머니투데이가 한국문화관광연구원(KCTI)의 산업연관 분석기법을 적용해 추산한 결과 이번 공연 1회만으로 발생한 경제효과는 최대 1조4503억원 규모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접소비지출 4081억원, 생산유발효과 6970억원, 부가가치 유발효과 3452억원이 발생했으며 고용유발효과는 5917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KCTI가 2022년 BTS 콘서트 경제효과를 1회당 최대 1조2207억원으로 분석한 수치를 웃도는 수준이다. 당시 분석은 잠실종합운동장(6만5000명)을 기준으로 3일간 총 19만5000명의 관객과 1인당 평균지출액 128만원을 적용한 것이다. 그러나 현재 환율과 소비수준을 반영할 경우 1인당 지출액이 269만원 수준으로 높아진 것으로 추정됐다. 이처럼 관객규모와 소비단가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단일공연 기준의 경제적 밀도는 이번 광화문 공연이 과거 분석을 넘어선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군백기(군대+공백기 신조어)' 이후 완전체 복귀에 대한 팬덤 수요, 광화문이라는 상징적 공간, 무료 공연이라는 특수성, 넷플릭스를 통한 190개국 생중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이번 공연의 경제효과는 단순 추산치를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공연을 앞두고 광화문광장 인근 5성급 호텔은 일찌감치 만실을 기록했고 비즈니스호텔 객실가는 평소 대비 2~4배 상승했다. 안국역 인근 일부 숙박시설은 1박 요금이 50만원까지 치솟았으며 공연장 주변 편의점 역시 생수와 도시락 등 주요 품목 재고를 평소의 10배에서 최대 300배 확대하는 등 상권 전반에 소비특수가 나타났다.
아울러 영어권의 '트레이지'와 일본 '코네스트' 등 글로벌 여행 플랫폼들도 광화문 일대 상권과 교통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며 체류형 관광을 유도해 외국인 관광객 유입에 따른 경제효과는 공연 이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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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 확인된 'BTS노믹스 2.0'의 열기는 다음달 고양종합운동장을 시작으로 전세계 34개 도시, 82회의 월드투어로 확산할 전망이다. 이번 투어는 '360도 개방형 무대'를 도입해 좌석활용도를 극대화한 것이 특징으로 회당 평균 관객수는 약 6만4000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업계에서는 이번 BTS 컴백활동을 통해 티켓과 MD(상품) 판매만으로도 3조원 규모의 매출이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특히 이번 컴백의 핵심전략이 넷플릭스를 통한 생중계라는 점에서 월드투어의 실시간 시청자 수가 최대 1억명에 달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경우 한국 문화유산에 대한 글로벌 노출이 확대되며 국가 브랜드 가치제고와 방한관광 수요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오징어 게임'이 넷플릭스에서 흥행한 이후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수가 2배 이상(106.3%) 증가한 것으로 KCTI는 분석했다.
하이브와 현대경제연구원 등은 BTS의 컴백과 월드투어가 △직접매출 △간접적인 경제 파급효과 △국가 브랜드 가치상승 3가지 측면을 종합할 때 총 92조7000억원 규모의 경제효과를 창출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유혁 IBK투자증권 연구위원은 "BTS 공연이 넷플릭스를 통해 전세계 3억3000만 구독자에게 노출될 경우 광화문을 넘어 서울과 부산 등 한국 주요 도시가 글로벌 관광지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는 외국인 인바운드 관광객 증가로 이어져 숙박·외식·유통 등 내수소비를 촉진하고 당분간 구조적인 성장세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BTS의 컴백에 외신의 이목이 집중됐다. 외신은 BTS의 컴백이 K팝 대표 아티스트의 복귀를 넘어 음악 산업에서 '슈퍼팬'이 주도하는 경제적 파급력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이정표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 "K팝 간판의 귀환…뿌리는 더 깊게, 음악은 더 멀리"
뉴욕타임스(NYT)는 BTS의 공연에 대해 "K팝의 최대 간판이 돌아왔다"며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이날 콘서트는 한국 소프트파워의 기둥인 BTS의 화려한 귀환을 알리는 무대였다"고 보도했다. 외신은 아리랑과 광화문 등 BTS 컴백 무대에서 강조된 한국의 전통 문화적 요소를 자세히 설명했다.
미국 음악전문지 롤링스톤은 "이번 블록버스터급 컴백에서 BTS는 이들이 가진 정체성과 뿌리를 강조하면서도 음악을 모험적이고 새로운 영토로 밀어붙였다"고 평가했다. 기존의 히트곡에 의존하는 대신 새로운 음악적 방향성을 제시했단 평가다.
◆ '내 아티스트는 내가 키운다'…팬덤의 참여와 기여
월스트리트저널(WSJ)은 BTS가 보여준 K팝 산업의 비즈니스 모델에 주목했다. 기존 음악 산업이 음원과 앨범 판매 중심이었다면 BTS는 슈퍼팬의 참여를 기반으로 다층적인 수익 구조를 구축하면서 395억달러 규모의 글로벌 음악 산업에 새로운 성장 모델을 제시한단 지적이다.
콜로라도대학 볼더캠퍼스의 스테파니 최 민족음악학과 교수는 CNN을 통해 "서구권의 아티스트와 팬의 관계가 수직적 숭배에 가깝다면 K팝은 아티스트와 팬이 함께 성공을 일궈내는 비즈니스 파트너 관계"라며 "이는 아주 영리한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팬들은 아티스트를 가장 잘 아는 최고의 홍보 전문가로서 새로운 역사를 함께 써 내려가는 동반자 역할을 수행한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파트너십은 실질적인 소비로 이어진다. 팬들은 응원봉이 새롭게 출시될 때마다 최신 버전을 구매하거나, 포토 카드 수집을 위해 동일한 앨범을 여러 장 구매하는 등 능동적 소비에 나선다. 참여와 기여의 의미를 갖는 소비가 형성되면서 팬덤의 결속력과 지출 규모가 동시에 확대되는 구조다.
◆ 'BTS노믹스', 스위프트노믹스 넘어서나
여기에 넷플릭스를 통한 BTS의 컴백 공연 생중계는 K팝의 수익 모델이 한 단계 진화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꼽힌다. BTS는 현장 관객에게 무료 공연을 제공해 팬덤과의 유대감을 다지는 동시에 넷플릭스와의 중계권 계약 및 독점 다큐멘터리 제작 등을 통해 글로벌 콘텐츠 유통으로 수익원을 확장했다.
이제 관심은 BTS의 '아리랑 투어'가 테일러 스위프트를 넘어설지에 쏠린다. 2023~2024년 테일러 스위프트는 '에라스 투어'를 통해 149회 공연을 진행하며 20억달러 넘는 티켓 수익을 벌어들였다. 콘서트가 열리는 지역에선 경제 활성화 현상도 관찰됐다. 미국여행협회는 에라스 투어에 따른 경제 효과가 100억달러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BTS 역시 다음 달 고양종합운동장 주경기장을 시작으로 전 세계 34개 도시에서 82회에 걸친 스타디움 투어에 나선다. WSJ은 공연 횟수는 스위프트보다 적지만 공연 수익성 측면에서는 오히려 더 높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봤다. 360도 개방형 무대를 통해 좌석 판매를 극대화한 데다 팬 플랫폼 위버스 유료 멤버십 가입자에게 티켓 선예매 권한을 부여한 구조 덕분이다. 여기에 각종 굿즈, 팬 경험 소비 등 다양한 수익 구조가 더해질 경우 수익 규모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조너선 서빈 퍼시픽뮤직그룹 CEO는 "음악 산업계가 이번 BTS 투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이번 투어에서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