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가 스테이블코인 보상 제한을 담은 클래리티 법안(CLARITY Act·디지털 자산 명확성 법안)에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글로벌 관련주가 일제히 급락했다. 서클과 코인베이스가 직격탄을 맞았고 국내 증시에서는 헥토파이낸셜이 동반 약세를 보였다. 시장에서는 스테이블코인 '보유'를 전제로 한 발행사와 실제 '결제·정산' 인프라를 담당하는 회사의 수익 구조를 같은 선상에서 보기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서클 주가는 클래리티 법안 수정안 관련 소식이 전해진 뒤 장중 20% 안팎 급락했다. 코인베이스도 10% 안팎 밀렸다. 수정안에는 스테이블코인을 단순 보유한 대가로 사실상 예금 이자와 유사한 보상을 제공하는 구조를 제한하는 내용이 담길 수 있다는 관측이 반영됐다. 서클과 코인베이스 모두 USDC(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 유통과 보상 프로그램 확대 수혜 기대를 받아온 만큼 시장이 즉각 반응했다는 분석이다.
서클은 USDC 발행사로 준비금 운용 수익과 유통 확대가 실적에 직접 연결된다. 로이터에 따르면 서클의 준비금 수익 확대가 매출 증가로 이어진 게 실적에 반영됐다. 보유 보상 규제가 강화되면 발행사와 유통 파트너가 받는 충격이 상대적으로 클 수밖에 없다.
헥토파이낸셜의 사업구조와는 차이가 있다. 헥토파이낸셜의 크로스보더 정산 사업은 기존 은행망과 법정화폐 기반이다. 스테이블코인은 효율성을 높이는 수단 중 하나다. 현재 관련 매출 대부분도 글로벌 플랫폼의 법정화폐 결제와 차액 정산에서 발생하고 있다. 가상자산 규제 변화가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헥토파이낸셜이 1분기 크로스보더 정산 거래액 35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헥토파이낸셜은 최근 서클의 CPN(Circle Payments Network)에 합류하며 글로벌 정산 인프라를 선제적으로 확보했다고 강조해 왔다. 다만 헥토파이낸셜은 법정화폐와 스테이블코인을 함께 처리하는 하이브리드 구조다. 국내 디지털자산 입법 지연이나 미국 규제 이슈가 곧바로 회사 실적 전반을 흔드는 변수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하락에 대해 '섹터 연쇄 반응' 성격이 짙다는 해석이 나온다. 서클이 급락하자 국내에서도 스테이블코인 테마로 묶인 종목 전반적으로 매도세가 확산됐지만, 발행사와 인프라사의 사업 모델 차이까지 세밀하게 반영된 움직임으로 보긴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클래리티 법안 수정안이 '보유 보상'을 겨냥한다는 점에서, 결제·송금·정산 과정에서 수수료를 받는 사업자까지 동일한 충격을 받을지는 더 따져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오히려 일각에서는 이번 규제가 스테이블코인의 무게중심을 '보유'에서 '사용'으로 옮기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단순 예치 보상이 제한되면 발행사들도 실제 결제, 송금, 정산 같은 사용처 확대에 더 집중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경우 글로벌 결제망과 정산 레일을 확보한 인프라 사업자의 역할은 커질 수 있다.
헥토파이낸셜 관계자는 "클래리티 법안은 단순 예치 보상은 금지하지만, 결제나 서비스 이용에 따른 리워드는 허용한다"며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은 사용자를 묶어두기 위해 실제 결제나 송금 등 '활동 기반 보상'에 집중할 수밖에 없게 되고, 이 과정에서 글로벌 결제망을 보유한 헥토파이낸셜과 같은 파트너사의 몸값은 더욱 높아진다"고 말했다.
나민욱 DB증권 연구원은 "서클이 스테이블코인의 '발행'과 '보유'에서 돈을 번다면, 헥토파이낸셜은 스테이블코인의 '흐름'과 '사용'에서 돈을 버는 구조"라며 "단순 예치 이자가 금지된다고 해서 국경 간 정산 수수료나 결제 수익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다"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