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 끝났다" 비엠티 공장에 들어온 '초록불'…반도체 업사이클 탄다

부산=김평화 기자
2026.04.12 14:22

[르포] 비엠티 계장용·반도체용 피팅·밸브 공장

비엠티 사무동 1층 갤러리처럼 꾸며진 공간. 유명작품들과 비엠티 제품들이 어우러져 있다. 앞쪽 작품은 '차세대 앤디워홀'로 평가받는 필립 콜버트의 '랍스터 온 스컬'/사진=김평화 기자

"모든 준비는 끝났다. 비상할 일만 남았다."

산업용 피팅·밸브 제조업체 비엠티의 윤종찬 대표는 올해 반도체 부문 매출을 전년 대비 약 1.5배 늘리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며 이렇게 말했다. 비엠티는 반도체 업사이클에 올라타 '넥스트 레벨'에 진입할 채비를 마쳤다. 초고순도(UHP) 제품의 국내 시장 점유율도 5년 내 40%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생산설비와 클린룸 구축 등 주요 투자를 마무리하면서 하반기부터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설명이다.

비엠티의 소형 계장용·반도체용 피팅·밸브 공장에서 CNC가 가동중인 모습./사진=김평화 기자

지난 9일 찾은 부산 기장군 장안읍 신소재산단 비엠티 공장은 축구장 10개 규모 부지(약 7만㎡)에 5개 동으로 들어서 있었다. 400여명의 직원들이 현장을 분주히 오갔다. 피팅·밸브 공장 안으로 들어서자 가장 먼저 귀에 들어온 건 일정한 기계음이었다. CNC(컴퓨터 수치제어) 장비 위에는 초록불이 켜져 있었다. 정상 가동을 뜻하는 신호다.

대부분의 장비는 쉬지 않고 돌아갔다. 금속 덩어리가 기계 안으로 들어가자 날카로운 공구가 빠르게 회전하며 표면을 깎아냈다. 몇 분 뒤 쇳덩이(스테인리스 스틸)는 밸브 형상을 갖춘 정밀 부품으로 모습을 바꿨다. 윤 대표는 "프로그램만 입력하면 기계가 알아서 같은 품질로 가공한다"고 말했다.

비엠티 사무동 1층 전시관에 전시된 비엠티 제품과 달항아리./사진=김평화 기자

사무동 분위기는 일반 제조현장과 사뭇 달랐다. 해외 바이어 등 방문객이 감탄할 만한 지점이 곳곳에 있었다. 도자기와 회화 작품 수십 점이 공간 곳곳에 놓여 있었고, 그 사이에 비엠티 제품이 배치됐다. 클래식 음악이 잔잔하게 흐르면서 갤러리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줬다.

윤 대표는 특색 있는 예술작품을 모았다고 했다. 낯익은 유명 작가의 작품도 몇 점 있었다. 건물 간벽을 작품에 맞춰 설계했을 정도로 사옥 인테리이어에 신경을 썼다. 고가 작품들과 어우러진 제품들의 가치가 덩달아 높아 보였다.

완성된 비엠티의 밸브 제품/사진=김평화 기자

공장 부지 한켠에서는 새 공장들이 올라가고 있었다. 오는 8월 완공 예정이다. 비엠티는 2023년 양산에서 부산 기장으로 공장을 옮기며 5개 동을 먼저 지었다. 새로 세워지는 생산동은 미래 투자용이다. 친환경 선박엔진의 연료전환·공급 유닛 생산능력(케파) 확대에 쓰일 예정이다.

비엠티는 국산화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윤 대표는 "예전에는 반도체 라인에 들어가는 부품을 일본 제품이 장악했지만, 지금은 국산화 흐름이 분명히 생기고 있다"면서 "외산 의존도가 높으면 공급망 리스크에 그대로 노출된다. 반도체는 안정적인 공급이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공장 내부를 설명하고 있는 윤종찬 비엠티 대표./사진=김평화 기자

비엠티의 국내 반도체 UHP 시장점유율은 10~20% 수준이다. 5년 내 40%까지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 증설과 공정 고도화, 시스템 제품 확대를 통해 한 단계 더 큰 체급으로 올라가겠다는 의미다.

회사는 반도체용 UHP 피팅과 밸브를 핵심 성장동력으로 본다. 반도체 공정에서 케미컬과 가스를 공급하는 라인에 들어가는 부품이다. 눈에 잘 띄지 않지만 공정 수율과 직결되는 핵심 부품이다. 생산 공정도 까다롭다. 가공을 마친 뒤 전해연마로 내부를 매끈하게 만들고, 부동태 처리와 정밀 세정을 거친다. 이후 클린룸에서 조립과 진공포장이 이뤄진다.

윤종찬 비엠티 대표가 부산 기장군 공장 클린룸에서 포장돼 나온 제품을 설명하고 있다./사진=김평화 기자

반도체 회로는 머리카락보다 훨씬 작다. 미세한 오염물질 하나만 들어가도 칩 불량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반도체 가스 라인에 들어가는 피팅과 밸브는 단순 금속부품이 아니라 청정도를 유지해야 하는 정밀 부품으로 취급된다. 윤 대표는 "반도체 UHP가 우리 공장의 핵심이고, 부가가치가 가장 높은 영역"이라고 말했다.

부품 회사인 비엠티가 다음 단계로 점찍은 곳은 시스템 시장이다. 그 중심에 HGB가 있다. HGB는 초고순도 밸브와 피팅, 필터 등을 하나의 모듈로 묶은 가스박스다. 기존에는 개별 부품을 따로 설치하고 연결해야 했지만, HGB는 그 과정을 한 번에 묶는다. 반도체 가스 공급의 한 단위를 패키지로 내놓는 방식이다.

윤 대표는 "현재 이 시장은 미국과 일본 업체가 강하지만 비엠티가 국산화 개발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개별 부품 경쟁력을 시스템으로 확장하면 사업의 결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피팅 밸브 제조 이후 작업 잔해물./사진=김평화 기자

HGB 안에는 UHP 피팅과 밸브, 필터가 함께 들어간다. 장비는 점점 작아지고 복잡해지고 있어 공간을 줄이고 설치 효율을 높일 수 있는 통합형 가스 장치 수요가 커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비엠티는 2025년 연결 기준 매출 1469억9133만원, 영업이익 153억1360만원, 당기순이익 189억3758만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10.7%, 영업이익은 136.8%, 순이익은 368.2% 증가했다.

R&D 투자도 이어간다. 비엠티의 2025년 연구개발비는 70억2579만원으로 매출액 대비 비중이 4.81%다. 중소 제조업체 기준으로 적지 않은 수준이다.

비엠티가 말하는 '넥스트 레벨'은 단순한 기대감이 아니다. 이미 좋아진 실적 위에 자동화 설비, 초고순도 공정, 국산화 수요, 시스템 제품 확대, 공장 증설을 지렛대 삼아 반도체 업사이클에 올라타겠다는 청사진이다.

8월 완공 예정으로 공사중인 비엠티 2차 공장/사진=김평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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