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딸, 방사광 가속기 이름 지어볼까?" "음…'빛이반짝'"
지난 24일 오후 2시께 찾은 일산 킨텍스 1전시장. '대한민국 과학축제 in 경기'가 열린 이 곳은 햇볕이 화창한 날, 아이와 함께 나들이 나온 학부모들로 활기찬 분위기였다. 서울, 경기는 물론, 대구에서까지 전시를 보러 온 '과학 꿈나무'들은 AI부터 로봇, 반도체, 양자, 항공까지 다양한 체험을 즐겼다.
대구에서 온 40대 한 학부모는 "아이가 초등학교 2학년일 때부터 4년간 매년 과학축제를 찾았다"면서 "올해 전국에서 하길래 부산, 대전 다 돌고 일산에 왔고, 사흘 간 숙박하려고 짐도 챙겼다"고 했다. 12세 자녀는 "매년 축제에 오니까 AI랑 로봇 기술이 어떻게 바뀌는지 자연스레 알게 된다"면서 "물리를 좋아하고, 화이트해커가 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의 'AI 반도체 드림버스'에서 만난 아이들은 '쌀알'보다 작은 실물 크기 반도체 모형을 현미경으로 접하고 "이렇게 작아요?"라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019년부터 개최해온 '대한민국 과학축제'가 이름에 걸맞은 온 국민의 축제로 거듭나고 있다. AI와 우주항공, '삼전닉스'로 대표되는 반도체 열풍 등 이 시대 가장 '핫'한 산업을 체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올해는 처음으로 지역을 전국 4개 권역(부산·대전·일산·전주)로 확대했는데, SNS(소셜미디어)에서 아이 과학 교육은 물론, 기념품, 놀이 체험까지 가능한 1석3조 축제라는 것이 소문나며 많은 인파가 몰려들었다. 일상 속 과학기술과 AI 혜택을 전 국민이 향유하도록 하는 '과학 복지'의 가치가 축제를 통해 구현된 셈이다.
'AI와 인간의 공존'을 주제로 지난 17~19일 열린 대전 행사는 총 37만명이, '삼진어묵' 등 먹거리에 담긴 과학기술을 테마로 열린 부산 축제는 지난 11~12일 10만여명이 찾아 '이공계 전성시대'를 실감케했다.
특히 대전은 대표 '과학도시' 답게 사흘 내내 '오픈런' 하는 학부모와 아이들로 인산인해였다. '해리포터' 속 마법학교를 입학한 듯한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의 '양자물리 마법학교', '인공태양'을 테마로 만들어진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의 '방탈출 부스', 누리호 모형이 눈에 띄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 VR(가상현실) 체험 부스 등 인기 전시는 예약이 빨리 마감돼 현장 대기줄이 길게 늘어섰다.
대전이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체험공간 위주였다면, 24~26일간 진행된 일산 킨텍스 행사는 '대한민국 과학기술대전'과 함께 진행돼 개발자 강연, 출연연 기술 시연 등이 더해진 풍성한 과학행사로 진행됐다.
'K-방산' 부스에선 방산기업과 대학교, 출연연 등이 유럽을 홀린 신기술을 선보였다. 부산대 태양광 에너지 지속가능활용연구센터는 적외선 차폐와 열차단, 방수가 가능한 신소재(SDCP)를 선보였다. 해당 용액을 적신 천으로 군복을 제작하면 적군의 적외선 탐지기를 피할 수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국재료연이 함께 만든 항공 엔진 터빈블레이드용 국산 소재는 비싼 중국산 소재를 쓰지 않고도 최대 1080도 고온을 견디면서 가격은 60% 절감해 눈길을 끌었다. DGIST의 로봇 시연, 한국철도연의 자기부상 열차 체험, AI 도슨트 미술관· AI 음악 창작코너에도 어린이 발길이 이어졌다.
대한민국 과학축제는 이제 선선해질 가을, 전주로 무대를 옮겨 10월16일부터 사흘간 진행된다.
구혁채 과기부 1차관은 "과학문화 행사는 학생들의 과학적 탐구심과 지적 호기심을 키우고, 과학기술의 가치를 재조명해 이공계로의 성장을 이끄는 출발점"이라며 "과학기술 인재 양성에 큰 역할을 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