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시설 '나급'인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연구 데이터가 담긴 컴퓨터 하드디스크가 무단으로 반출되는 사고가 또다시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특히 항우연은 이번 사고 발생 후 1년이 넘도록 유출 사실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가 상위 기관의 감사를 통해서야 뒤늦게 확인했다.
21일 과학기술계와 수사당국에 따르면 항우연은 지난해 퇴직한 소속 직원 2명을 기술 유출 혐의로 최근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이들은 지난해 2월 퇴직을 앞두고 자신이 사용하던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 저장장치를 내부 승인 없이 외부로 반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적발된 인물 중 한 명은 위성 분야 연구자 출신으로 현재 대학교수로 재직 중이며, 다른 한 명은 우주 중점 기술 개발 국책사업을 담당하다 퇴직 후 우주항공청으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이들을 소환해 하드디스크 내 기술 자료의 외부 유출 여부와 구체적인 반출 경위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
문제는 항우연의 안일한 대응이다. 항우연은 이들이 저장장치를 들고 나간 지 1년이 넘도록 인지하지 못하다가, 최근 진행된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온 뒤에야 부랴부랴 경찰 수사를 의뢰했다. 항우연에서는 최근 수년간 유사한 보안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
2023년에는 연구자 4명이 하드디스크를 무단으로 붙였다 떼 기술자료를 열람했다는 의혹을 받아 감사가 진행됐다. 지난해 3월에는 누리호 개발에 참여한 연구자가 관련 자료를 허가 없이 외부로 유출한 혐의로 경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이어 지난해 10월에는 퇴직 예정자인 책임 연구원이 기관 허가 없이 가족과 동행해 자신이 사용하던 컴퓨터 등을 외부로 유출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항우연 관계자는 "하드디스크를 내 자료를 암호화한 새 보안 솔루션을 올해부터 도입하는 등 보안을 강화하고 있다"고 했다. 상위 기관인 우주청 관계자는 "감사 및 수사 결과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