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로 보내는 데이터센터…"현실서 가능해?" 넘어야 할 산은

박건희 기자, 이찬종 기자
2026.06.11 05:30

[MT리포트]우주 AI 공장이 온다(하)

[편집자주]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12일(현지시간) 나스닥 시장에 상장한다. 스페이스X의 상장은 스타링크, 스타십, xAI를 하나로 묶어 우주에 거대 AI 인프라, 우주데이터센터를 구축하려는 장기 구상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공상과학소설 같은 스페이스X의 청사진이 차세대 AI 산업의 해법이 될 지 점검해본다.

'우주 영토' 전쟁의 서막…"우주DC, 진짜 돼요?" 전문가 견해는

우주데이터센터 군집위성 모델/그래픽=윤선정

"넘어야 할 산이 많은 기술이죠. 초창기 자동차, 로켓, 스마트폰 시장처럼요."

우주데이터센터(DC)를 두고 국내 한 과학기술 전문가는 이렇게 말했다. 스페이스X, 블루오리진, 스타클라우드 등 미국 기업부터 중국 스타트업 ADA스페이스(국성우주)까지 뛰어들고 있지만 제대로 된 결과물을 보여준 곳은 없다. 하지만 1~2년 내 예상보다 빠르게 구현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우주에서 처음 AI를 가동한 사례는 이미 지난해 12월 나왔다. 미국 스타트업 스타클라우드의 '스타클라우드-1' 위성이다. 엔비디아 'H100' 칩 1개를 탑재한 60㎏급 소형위성으로, 지난해 11월 발사돼 약 한 달에 걸쳐 우주에서 구글 LLM(대형언어모델) '젬마'를 훈련했다. 이어 12월 "안녕, 지구인들! 내가 생각하는 대로라면, 푸른색과 녹색의 매혹적인 조합이여"라는 첫마디를 지구로 보냈다.

다만 스타클라우드가 엄밀한 의미에서 '우주DC'를 구현했다고는 보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인류에게 AI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단순한 메시지 생성을 넘어 의미 있는 수준의 추론과 연산이 가능해야 하기 때문이다. 고사양 GPU 최소 수십장을 탑재한 위성이 충분한 전력을 공급받아 밤낮없이 가동한다고 할 때 가능한 얘기다. 이춘우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우주탐사연구센터장은 "GPU가 우주방사선 환경을 견디며 임무를 수행하는지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도 "수십만장을 탑재한 지상 데이터센터에 비하면 기능은 데모 수준"이라고 했다.

현재 '완성형'에 가깝다고 평가받는 모델은 '엣지 컴퓨팅' 역할을 하는 노드(Node) 위성을 중심으로 여러 관측·통신 위성을 연결한 군집위성이다. 지상·해양관측 등의 임무를 맡은 위성들은 지구 저궤도나 정지궤도를 돌며 데이터를 수집한다. 작은 큐브위성으로도 충분히 구현할 수 있다. 이렇게 모은 데이터는 위성 간 레이저통신을 통해 노드 위성에 전송된다. 노드 위성은 스타클라우드-1처럼 GPU를 탑재한 위성으로, 여러 위성이 보낸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취합하고 분석하는 일종의 '두뇌'다. 처리한 데이터는 저궤도 통신 위성망을 통해 지상으로 전송한다. 스페이스X가 구축한 '스타링크'가 바로 이것이다.

이 센터장은 "군집 위성을 구축한다는 의미에서 좀 더 성공에 가까워졌다고 볼 수 있는 건 중국 우주컴퓨팅 스타트업 ADA스페이스"라고 했다. ADA스페이스는 지난해 5월 우주데이터센터용 위성 12기를 발사했다. 중국 빅테크 기업 알리바바가 개발한 거대 AI모델 '큐원(Qwen)-7B가 실렸다. 또 위성마다 초당 744조번 연산이 가능한 고성능 AI반도체를 탑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위성들을 모두 연결하면 하나의 거대한 우주 슈퍼컴퓨터가 된다. 이른바 '삼체 군집컴퓨팅 시스템'이다.

◆ 재사용 발사체부터 방열판까지…극복해야 할 난제는

미 텍사스주 보카치카 스타베이스에서 스페이스X의 차세대 메가 로켓 '스타십 V3'가 12번째 시험 발사되고 있다. 총길이 124m에 달하는 차세대 모델 'V3'는 일론 머스크의 우주기업 스페이스X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사진=뉴시스

아직 갈 길은 멀다. 우주DC 구축을 위해 뛰어넘어야 할 난제가 산적하다. 대표적으로 △전력 공급 △냉각 △우주방사선 △발사체다. 고성능 GPU는 막대한 전력을 필요로 한다. 엔비디아 H-100칩 1개만 해도 최대 700W(와트)의 전력이 소모된다. 우주에는 무한한 에너지원인 태양열이 있지만, 태양전지 기술이 뒷받침돼야 태양열을 실제 전력으로 전환할 수 있다. 로켓에 태워 발사할 수 있을 만큼 가벼우면서도, 변환 효율이 높고 내구성 좋은 태양전지가 필요하다.

냉각도 문제다. 우주 공간은 영하 수십도로 매우 춥지만, 완전한 진공 상태다. 지상처럼 자연스러운 공기 순환을 통해 열을 배출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위성이 계속해서 열을 방출할 수 있도록 거대한 방열판을 부착해야 한다. 이는 위성의 총 무게를 증가시키는 원인이 된다.

우주방사선에 강한 AI반도체도 필요하다. 우주에는 눈에 보이지 않은 작은 방사선 입자들이 무수히 떠다니는데, 반도체 소자가 이 입자에 노출되면 오류가 생길 수 있다. 이는 실질적인 연산과 추론을 수행해야 하는 AI반도체에 매우 치명적이다.

무엇보다 저렴한 가격의 발사체가 확보돼야 한다. 전문가들은 위성 수만 대를 우주 공간에 구축하기 위해 적어도 일주일 수차례 발사체를 쏴야 한다고 본다. 현재 이에 근접한 발사 서비스를 갖춘 건 스페이스X가 거의 유일하다.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만 해도 2023년 3차 발사 이후 약 2년의 공백 끝에 2025년 11월 4차 발사를 진행했다. 발사 단가를 낮추려면 발사체를 여러 번 재활용하는 '재사용발사체' 기술도 필요하다. 상업용 수준의 재사용발사체 기술을 증명한 건 스페이스X와 블루오리진뿐이다.

해결책을 찾으면서도 기술 격차를 극복하려면 '작은 시도'부터 꾸준히 해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항공우주공학자 김승조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명예교수는 "스타클라우드는 창업 1년 만에 첫 위성을 쏘아 올렸다. 기술적으로 보면 한국도 충분히 가능한 수준"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60㎏급 소형 위성이라도 빠른 시일 내 발사해 한국의 실증 사례를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 스타트업 스타클라우드의 첫 위성 '스타클라우드-1'./사진=스타클라우드 SNS

우주산업 열리면…한국 DC 원천기술 확보·실증 '훈풍'

한국 우주 산업 생태계 비교./디자인=윤선정

스페이스X 상장이 한국에 미칠 파급효과에 관심이 커진다. 스페이스X와 협업하는 우리 기업이 늘거나 정부의 '우주 데이터센터 발사' 시계가 빨라질 것이라는 기대의 목소리가 나온다. 우주 산업이 높은 품질과 보안을 요구하는 만큼 기존 공급사는 장기 협업이 예상된다.

◆ '수직계열화' 유명한 스페이스X지만…벨류체인 진입될까?

스페이스X는 최근 제출한 투자설명서에서 "당사의 공급망은 대체로 수직 계열화돼있지만 발사체·위성·AI 등 부문에 필수적인 일부 특수 소재나 부품은 외부 공급업체에 의존한다"고 밝혔다. 스페이스X 밸류체인이 공고하지만 외부 기업이 진입할 수 있는 문이 열려있다는 뜻이다.

수년 간 한국의 우주 기업도 분야별 100여곳으로 늘었다. 우주항공청(KASA)이 발표한 '2025년 우주산업 및 항공 제조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국내 위성체 분야 기업은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 쎄트렉아이, 한컴인스페이스 등 102개다. 2020년보다 40개 늘었다. 발사체 분야 기업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이노스페이스,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 등 108개로 같은 기간 24개 늘었다. 여기에 지상국·발사대 등 지상 장비 분야(111개)와 원격탐사·위성방송통신·위성항법 등 위성 활용 서비스 분야(188개)도 각각 24개, 23개 늘어나며 생태계가 조성됐다.

특히 이미 스페이스X와 협업 중인 공급사에 관심이 쏠린다. 우주 발사체용 소재인 니켈 합금을 생산하는 스피어는 지난해 8월 스페이스X와 10년 이상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첨단금속 제조기업 HVM 역시 특수 합금을 공급 중이며 이녹스첨단소재는 2023년부터 우주항공용 전자기파 차폐(EMI) 캐리어 테이프를 납품한다. OCI홀딩스의 자회사 OCI 테라서스(TerraSus)는 태양전지용 폴리실리콘 장기 공급 계약 체결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공급사는 스페이스X와의 장기 협업이 기대된다. 스페이스X는 투자설명서에 "새로운 공급업체의 자격을 검증하거나 대체 협력 업체로 전환하는 과정은 오랜 시간이 소요되거나 실패할 수도 있다"며 "특정 중요한 제품이나 서비스는 자격을 갖춘 협력 업체 풀이 한정돼있어 가격 상승 압박이나 품질 리스크에 더 크게 노출된다"고 적었다.

◆ 정부, K-문샷으로 우주 데이터센터 개발…훈풍 불까?

스페이스X가 공개한 영상 사진에 지난달 22일(현지 시간) 미 텍사스주 보카치카의 스타베이스에서 시험 발사된 스페이스X의 '스타십 V3'가 지구 대기권으로 재진입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스페이스X 상장으로 이목이 쏠리면 한국 정부의 우주 데이터 센터 사업에도 훈풍이 불 것이란 기대가 커진다. 대표적인 사업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추진하는 'K-문샷'이다. 과학기술 분야에 AI를 전면 도입하는 초대형 R&D 프로젝트로 총 12개 미션으로 구성된다.

'우주 데이터센터 원천기술 확보·실증'이 그중 하나다. 2030년까지 관련 핵심 기술을 우주에서 실증하고 2035년에 노드 위성을 보내는 것이 장기 목표다. 노드 위성은 데이터센터의 핵심 위성으로 저궤도 위성들로부터 데이터를 받아 AI를 활용해 압축·분석한다. 2030년에는 소형 위성을 보내 △태양전지판 작동 여부 △AI 반도체 불량 유무 △지상과의 위성 통신 등을 확인한다.

발사체로는 누리호를 활용할 계획이며 국내 기업이 개발한 AI 반도체를 사용한다. K-문샷 PD를 맡은 이춘우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우주탐사연구센터장은 "우주데이터센터는 국가 안보와 직결돼 있기 때문에 핵심 기술은 가능하면 국산으로 쓰려한다"며 "최종 로드맵이 오는 9월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 의결을 걸쳐 발표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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