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를 과학기술 R&D(연구·개발)에 투입해 혁신적 성과를 내는 'K-문샷 프로젝트'가 성공하려면 PD(Project Director·총괄관리자)에게 예산조정권 등 강력한 권한을 부여할 수 있도록 'K-문샷 특별법' 등 법적·제도적 장치를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K-문샷 프로젝트(이하 K-문샷)의 'AI 과학자' 모델 개발 미션을 맡은 이민형 아스테로모프 대표가 사임 의사를 밝힌 주요 이유 중 하나가 '이해충돌'이다.
아스테로모프가 과학 가설 생성 AI 모델 '스페이서'를 개발 중인 만큼, 이 대표가 K-문샷을 이끄는 과정에서 이해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샷 PD는 R&D에 직접 참여하지는 않지만, 상위 단계에서 프로그램 전 과정을 지휘하고 조정한다.
이 대표의 사임은 예견된 사태라는 지적이 나온다. K-문샷 PD의 소속과 역할을 정의할 '특임연구원 규정'이 완성되지 않은 채 PD를 선발했기 때문이다.
앞서 12명의 PD는 NST 소속 전문위원으로 선발됐다. 7월 초 NST 소속 국가특임연구원으로 전환될 예정이다. 선발 즉시 특임연구원에 임명하지 않은 이유는 선발 당시 NST에 특임연구원을 둘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비상근직'으로 고용돼 본 소속 기관과의 이해충돌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전문위원과 달리, 특임연구원은 NST 소속 상근직 혹은 반 상근직으로 고용된다는 것이다. 상근직이 되면 해당 기관에 상주하며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 그러나 한 사람이 두 개 이상의 기관에서 동일하게 법정근로시간을 준수하며 상주하는 건 물리적으로 어렵다. 무엇보다 이해충돌이 제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전문 분야가 겹치는 만큼 R&D 과정에서 발생하는 지식재산권이나 연구비 활용, 각종 정보 유출에 대한 시비가 붙을 수 있다.
대학 교수나 연구원일 경우 휴직 제도를 활용할 수 있지만, 기업 대표 등의 경우는 현실적으로 회사를 퇴사하기 어렵다. 이 대표와 함께 기업 소속으로 선발된 휴머노이드 분야 여준구 대동로보틱스 고문의 경우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다만 여 고문은 K-문샷 PD를 수행하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상황을 두고 한 과학기술계 관계자는 "처음부터 특임연구원 규정을 마련하고 선발했다면 자격 요건이 더 엄격했을 것이고, 사업 시작도 전에 PD가 이해충돌을 이유로 사퇴하는 일도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PD들을 특임연구원으로 전환하는 훈령이 이달 말 발효될 예정"이라며 "훈령에는 PD의 근무 조건부터 이해충돌 여부까지 폭넓게 규정한 내용이 담긴다"고 했다.
PD가 특임연구원으로 전환되더라도, PD의 역할과 역할에 따른 권한을 보장할 법적·제도적 장치가 미비하다는 문제가 따른다. PD는 과기정통부뿐만 아니라 여러 부처가 관할하는 R&D 사업을 K-문샷이라는 이름 아래 한곳으로 모아 각종 자원과 인력을 분배하고 방향을 기획하는 역할이다. 이를 실제 실행하려면 그에 걸맞은 권한을 법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홍성주 STEPI(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발간한 '과학기술정책 브리프'에서 'K-문샷 특별법'을 제안했다. PD에게 미션별 예산조정권을 비롯해 목표에 맞지 않는 과제는 중단하고 더 발전이 필요한 미션은 확대할 수 있는 기획 권한을 주는 게 골자다. 폭넓은 권한을 보장하지 않으면 PD의 역할이 단순 과제 관리자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경고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PD들이 기술적 난제에 도전할 수 있게 하려면 직접 핵심 키를 쥐고 기획할 수 있는 특례가 필요하다는 데 동의한다"며 "내부적으로 정책 연구와 함께 필요한 조항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