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전기 먹는 하마 AI, 나랑 무슨 상관?"…우리 집 전기요금이 올랐다

김평화 기자
2026.07.18 06:00

<5>반도체 다음 과제는 전력
AI 데이터센터가 바꾼 전기시장
전력망 비용, 누가 부담할까

[편집자주] AI 뉴스는 매일 쏟아지지만 진짜 재미는 그 뒤에 있다. 'AI+'는 국내외 AI 이슈와 글로벌 기업들의 움직임을 따라간다. 낯선 기술 뒤에 숨은 돈의 흐름과 시장 참여자들의 선택, 산업의 변화를 이야기로 풀어낸다.
전기 먹는 AI, 비용 부담은 누가?/생성형 AI로 만든 시각물

미국 뉴저지의 가정용 전기요금이 지난해 20% 넘게 올랐다. AI 데이터센터 수요 증가로 전력 공급 비용이 불어난 것이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다.

한동안 AI 업계의 최대 고민은 반도체였다.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구하지 못해 기업들이 줄을 섰다. 이제는 전기가 문제다. 칩을 쌓아도 전력이 없으면 돌릴 수 없다. 발전소와 송전망은 주문한다고 바로 생기는 것도 아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가 2024년 415TWh에서 2030년 945TWh로 2배 이상 늘 것으로 전망했다. AI 전용 데이터센터 소비량은 같은 기간 3배 넘게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골드만삭스는 미국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지난해 31GW에서 2027년 66GW로 늘어 미국 전체 소비량의 8.5%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AI 데이터센터는 수많은 GPU를 24시간 가동한다. 서버 열을 식히는 냉각설비도 쉼 없이 돌아간다. 대형 시설 한 곳이 중소도시만큼 전기를 쓰는 사례도 있다. 미국 텍사스와 애리조나 등에서는 전력뿐 아니라 용수 부족 우려도 커진다.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하려면 발전소와 변전소를 늘리고 송전선을 새로 깔아야 한다. 이 비용 일부가 일반 가정과 기업의 전기요금에 반영돼 왔다는 점이 문제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 동부 전력시장 PJM의 발전용량 가격은 2년 새 약 10배 뛰었다. 뉴저지에서는 지난해 가정용 전기요금이 20% 넘게 올랐다. 빅테크가 쓰는 전력 비용을 왜 주민이 나눠 내느냐는 불만이 퍼졌다.

미국 정부는 비용 부담 원칙을 바꾸기 시작했다. 백악관은 지난 3월 아마존·구글·메타·마이크로소프트·오픈AI·오라클·xAI 등 7개 기업으로부터 '전기요금 납부자 보호(Ratepayer Protection) 서약'을 받았다. AI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발전설비와 전력망 구축 비용을 사업자가 부담해 기존 소비자의 전기요금으로 전가하지 않겠다는 내용이다.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도 대형 데이터센터의 전력망 연결 절차와 비용 분담 기준 재검토에 나섰다. 자체 발전설비를 갖추거나 사용하지 않은 예약 전력에도 비용을 물리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한국도 남의 일이 아니다. 현장에서는 이미 전력 확보를 사업의 첫 조건으로 꼽는다. 데이터센터 업계 관계자는 "공간이 있다고 데이터센터를 지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전력을 받을 수 있느냐는 점인데 수도권은 상황이 굉장히 어렵다"고 말했다. 전력 인입과 인허가 등을 포함한 검토에만 1년가량 걸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국내 제도는 아직 데이터센터 유치와 규제 완화에 무게가 실려 있다. 데이터센터 때문에 변전소와 송전선을 새로 설치할 때 사업자가 얼마를 부담할지는 명확하지 않다. 지난 4월 국회를 통과한 AI 데이터센터 특별법은 비수도권 시설의 전력계통영향평가 면제와 재생에너지 직접구매 특례 등을 담았다. 정부는 비수도권 투자에 전력·에너지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데이터센터 수요를 전력수급계획에 반영할 방침이다.

비용 분담 기준이 쟁점이 될 전망이다. 사업자에게 비용을 모두 물리면 투자가 줄어들 수 있다. 한국전력이 먼저 부담하면 부채나 전기요금으로 이어질 수 있다. 데이터센터 전용 요금제와 전력망 보강비 분담 기준, 자체 발전설비 허용 범위를 함께 정해야 하는 이유다.

AI 시대에는 GPU만 많이 확보한다고 끝나지 않는다.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그 비용을 공정하게 나누는 체계까지 필요하다. AI가 먹는 전기의 계산서를 누가 낼지, 한국도 이제 답을 정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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