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라그랑주 4' 대신 '시스루나'로… 한국, 더 빨리 심우주 간다

박건희 기자
2026.08.16 06:00

개청 초기 대표 사업 'L4 탐사선' 내년 예산안 미반영
지구-달 사이 공간 '시스루나'로 목표 앞당겨
국제 데이터 부족한 '태양풍 직접 관측' 도전
2030년 민간 주도 소형 달 탐사선도

시스루나(Cis-Lunar) 공간은 어떤 곳/그래픽=이지혜

한국의 우주 탐사 프로젝트가 목표 조정으로 속도를 낸다. 10년 뒤 지구와 약 150만㎞ 떨어진 '라그랑주 4점'(L4)에 가는 대신, 약 38만㎞ 거리, 지구와 달 사이 공간 '시스루나'(Cis-Lunar)로 5년 뒤 향한다.

16일 우주항공계에 따르면 우주항공청은 'L4 탐사선' 개발 계획을 지속하는 대신, '시스루나 탐사선' 개발에 집중한다. 2028년 개발 착수, 2031년 발사를 목표로 국제 우주계와의 협력 방안을 찾고 있다.

앞서 우주청은 이달 초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열린 '2026 국제우주연구위원회'(COSPAR 2026)에서 시스루나 공간에 과학탐사선을 보내는 내용의 탐사 계획을 발표했다.

우주청이 구상 중인 '태양권 물리 탐사선'(Heliospheric Physics Probe)은 'OSEL'(off-the-Sun-Earth-line) 접근에 필요한 위성 기술과 관측 역량을 검증하는 탐사선이다. OSEL은 '태양-지구 연결 선상에서 벗어난 궤도'다. 태양의 측면에서 태양 활동을 관측할 수 있는 최적의 위치로 꼽힌다.

새 탐사선은 '시스루나 궤도' 안착을 목표로 한다. 시스루나는 지구와 달 사이의 공간이다. 시스루나 궤도에는 지구-달 사이 평형 지점(라그랑주점)이 존재한다. 지구-달 통신의 거점으로도 주목받는다. 달 저궤도를 공전하는 탐사선은 달 뒤편에서 지구와 연결이 끊길 수밖에 없는데, 시스루나 궤도에서는 거의 항상 지구와 달 양쪽 표면을 바라볼 수 있다.

우주청은 무엇보다 이곳이 태양풍 관측에 유리하다는 점에 주목한다. 태양풍은 태양 대기에서 지구 공간으로 뻗어나가는 고에너지 입자이다. 지구와도 관련이 깊다. 흑점 폭발 등으로 막대한 에너지 입자가 지구에 도달하면 지구 자기장이 교란돼 지상 통신, 전력망, 항공 운행 등이 직접적인 타격을 입는다.

태양 주변의 태양 전리 가스층(코로나)을 포착한 모습 /사진=NASA

태양풍은 지구 저궤도나 정지궤도에서도 관측이 가능하지만, 지구 자기장이 태양풍 입자를 일부 차단해 데이터가 왜곡될 수 있다. 반면 시스루나에서는 원 상태 그대로의 자기장과 고에너지 입자를 관측할 수 있다. 지구가 태양풍으로부터 흡수한 에너지를 저장하는 장소인 '지구 자기꼬리'를 직접 측정하기에 유리하다는 것도 탐사 이유로 꼽힌다. 다만 아직까지 시스루나에서의 관측 데이터는 전 세계적으로 부족한 편이다.

한국이 시스루나 탐사를 새로운 우주과학 탐사 목표로 삼고 NASA, ESA 등이 모인 국제 학회에서 발표한 이유다.

개청 초기 대표 사업으로 꼽혔던 'L4 탐사선'은 내년 우주청 사업에 들어가지 않는다. 태양과 지구 사이의 '라그랑주 4점' 세계 최초 탐사를 목표로 했던 계획이다. 지난해 예타 신청에서 한 차례 탈락 후 재도전할 계획이었지만, 달 기지 건설 등 빠르게 변화하는 국제 우주개발 현실에 맞춰 목표를 조정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라그랑주점 탐사를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다. 강경인 우주청 우주과학탐사부문장은 "장기적으로 보면 시스루나에서 얻은 데이터는 국제 라그랑주점 탐사에 꼭 필요한 정보"라면서 "다만 지금은 보다 빠르게 우리나라의 우주 관측 역량을 높이고, 자체 탐사 경험을 축적할 때"라고 했다. 사업 착수 시 우주청은 원격 관측 기기는 물론 자력계·플라스마 측정기처럼 직접 물리량을 측정하는 현장 관측 탑재체도 개발할 계획이다.

한편 우주청은 시스루나 탐사선과 함께 2030년 민간 주도 달 탐사선 발사도 추진한다. 700㎏급 소형 달 탐사선을 국내 기업이 주도해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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