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MVNO) 휴대폰 가입자 1000만명 가운데 이동통신 3사 자회사 가입자가 절반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입자와 사업자 수는 꾸준히 늘었지만 자본력과 브랜드, 고객 기반, 유통·제휴 역량 등의 차이 탓에 여전히 이통3사 중심의 시장 구조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분석이다.
8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6월 기준 알뜰폰 휴대폰 가입자는 1049만2000여명이다. 전체 59개 사업자 가운데 SK텔레콤·KT·LG유플러스의 알뜰폰 자회사 5곳 가입자는 492만2000여명으로 47%를 차지했다. 전체 사업자의 8.5%에 불과한 이통3사 자회사가 가입자 2명 중 1명가량을 확보한 셈이다.
알뜰폰 사업은 출범 당시 경쟁 촉진을 위해 등록제로 진입 문턱을 낮췄다. 초기 시장 확대에는 효과적이었지만 사업자가 59곳까지 늘어나면서 실질적인 경쟁 촉진은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모정훈 연세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이통3사 자회사 쏠림의 배경으로 자본력 차이를 꼽았다. 모 교수는 "이통3사 자회사는 자본력에서 중소 알뜰폰 사업자와 차이가 크다"며 "이통3사 자회사는 할인이나 고객센터 등 사후지원 측면에서 소규모 사업자가 제공하기 어려운 혜택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도 자연스럽게 혜택이 많은 쪽을 선택한다"고 말했다.
기존 고객 기반과 유통망, 제휴 역량도 알뜰폰 사업자 간 경쟁력 격차를 만든다. 대기업 계열 사업자는 기존 사업에서 확보한 고객이나 멤버십·콘텐츠 등을 알뜰폰과 연계하고 다양한 유통망을 활용해 소비자 접점을 넓힐 수 있다. 반면 규모가 작은 중소 사업자는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데다 카드사·금융사 등과 제휴상품을 만드는 데도 상대적으로 불리하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이 저렴할수록 소비자는 믿을 만한 회사인지 브랜드를 보게 된다"며 "제휴 역시 사업자끼리 서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있고 규모가 맞아야 성사될 수 있어 중소 사업자에게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정부도 알뜰폰 사업자의 질적 관리 강화에 나섰다. 알뜰폰 사업자의 자본금 기준을 기존 3억원에서 10억원으로 높이고 기존 사업자에 대한 정보보안 의무도 강화했다. 부실 사업자를 걸러내고 이용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이 조치 역시 사업자의 건전성과 서비스 신뢰도를 높이는 데 초점이 맞춰진 만큼 이통3사 자회사와 중소 사업자 간 경쟁력 격차를 좁히기는 어렵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브랜드와 고객 기반, 유통망, 제휴 협상력 등을 갖추고 실질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 사업자가 얼마나 있느냐가 중요하다"며 "이통사의 망을 빌리고 도매대가에 크게 좌우되는 구조에서는 사업자들이 규모를 키우고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